예울마루 창작스튜디오 2기 단기 입주작가인 이인혜 작가가 여순사건을 기리는 ‘애도1948, 치유와 해원의 시작’展을 장도 전시실에서 지난달 22일부터 열고 있다.
이인혜는 인간에게 내재한 고독, 외로움, 불안 심리를 포착하고 대상의 심적 고뇌와 번민을 그려내는 작가다. 그는 1948년 여순항쟁 희생자를 향해 애도하는 여수시민 66명의 모습을 작품에 담아냈다.
이화여대를 졸업한 이인혜 작가는 러시아에서 유학했다. 지극히 사적인 내러티브를 담고 있는 듯 보이는 그의 작업 이면에는 사회적 혹은 역사적인 배경 속에 정립되고 외면당한 인간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은정 평론가는 그의 작품을 두고 “이인혜의 작업은 다수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만나고 대화하고, 그려진 그 대상에 작업의 결과물을 돌려준다는 점에서 행동주의의 모습을 띤다”고 평했다. 이처럼 이인혜는 탁월한 표현력으로 대상의 심적 고뇌와 번민을 그려낸다.
이인혜 작가는 “질기고 오래 가기로 유명한 안동 한지 삼합지에 먹물을 입히고 그 위에 아크릴물감으로 바탕을 만든 다음, 파스텔로 그렸다”며 새까만 배경 위에서 인물들이 밝게 빛난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전시를 기획한 예울마루측은 “이인혜의 작품은 사회적 혹은 역사적인 배경 속에 고립되고 외면당한 인간상을 보여준다”며 “지나간 우리의 이야기를 상기시키는 이인혜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앞으로의 이야기를 상상해보는 계기를 마련하려 한다”고 기획 이유를 밝혔다.
GS칼텍스 예울마루는 우리나라 문화예술계 발전에 기여하고자 예술의 섬으로 조성한 장도에 2020년부터 창작스튜디오 사업을 시작하여 전국 및 지역 예술가들이 입주해서 창작 활동을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예울마루는 올해 단기 입주 작가 모집을 새로 도입해 창작스튜디오 사업의 청사진을 완성하였다. 이번 이인혜 작가의 전시도 지역 미술계를 활성화하고 작가의 창작 욕구를 증진시키고자 하는 예울마루의 노력의 결실이다.
이인혜 작가가 이번에 여수에 오게된 데는 남편이자 천재 구상조각가로 알려진 류인(1956~1999) 때문이다. 여수 돌산 출신 추상화가 류경채(1920~1995)의 아들이 바로 류인이다. 여수는 류인 아버지의 고향이었다. 류인은 이 작가에게 살아생전 “나중에 여기서 같이 살자”고 했던 곳이다.
최근 이인혜 작가는 남편 류인의 유작 70점을 여수시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여수시에서는 조각공원이나 전시 공간 마련 등 기증작 활용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또한 이인혜 작가는 9일 오후 5시 피아니스트 이혜란과 ‘내면의 자아와 보여지는 나’를 주제로 장도아트카페 문화기행 ‘예감’ 토크쇼에 참여하기도 했다. 피아니스트 이혜란의 연주와 함께 이인혜 작가가 출연해 작품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이 작가는 이 자리에서 “이번 전시는 여수시민들을 만나 애도 표시를 하며 기도하는 모습을 포착해 화폭에 담았다. 기도하는 순간은 누구나 선한 마음이고,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어서 그림을 보고 아름다움과 선한 마음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전하고, “전시회가 끝나면 모델이 되어주신 시민들 각자 자기 초상화 작품을 가져가도록 했기 때문에 그 분들이 오래 소장하고 싶은 마음을 갖도록 그리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예술섬 장도 전시실의 ‘애도’전은 14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