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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같은 작가, 류인

7일 예울마루서 기자간담회
유족 이인혜 작가가 도슨트로 나서

  • 입력 2022.01.08 12:15
  • 수정 2022.01.23 14:38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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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예울마루 '류인, 오체투혼' 전시 내부
▲GS칼텍스 예울마루 '류인, 오체투혼' 전시 내부

현대 구상조각의 독보적 작가인 류인의 작품이 여수에서 전시 중이다.

GS칼텍스 예울마루는 여수출신 고 류경채 화백의 아들이자 조각가인 고 류인의 작품 전시회 ‘오체투혼(五體投魂)’을 이달 7일부터 개최하고 있다.

기획전시에서는 류인이 남긴 70여점의 작품 중 그의 예술세계를 잘 드러나는 작품 24점이 전시됐다. 이번 전시는 류인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는 기념공간을 여수에 마련하고 싶다는 유족의 바람이 반영된 특별전이다. 특히 류인 작가가 생전에 만든 조각의 원형이 전체 전시작의 3분의 2에 해당한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여기서 원형이란 브론즈가 되기 전의 작품을 말한다.

전시 관계자는 “원형 전시는 작품 손상이라는 위험이 있는데 이를 감수하고서 유족이 여수에서 작품 원형을 2/3나 전시하다는 것은 그만큼 여수전시를 중시한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 이인혜 도슨트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 이인혜 도슨트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전시회를 하루 앞둔 6일 오후 5시 예울마루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도슨트로 나선 고 류인 작가의 아내 이인혜 작가는 “류인 작가 아버지인 류경채 작가의 고향 여수에서 그의 작품 원형을 공개하고 싶었다”며 이곳을 전시공간으로 택한 이유를 말했다.

‘급행열차-시대의 변’은 1991년에 만든 작품이다. 이인혜 작가는 “인간의 급행열차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말했고 예울마루에서 나눠준 도록에는 ‘9개의 신체가 일렬로 위치하여 빠른 속도감으로 질주하는 인간군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 류인 作, 급행열차-시대의 변
▲ 류인 作, 급행열차-시대의 변

작품의 부제 ‘시대의 변’은 당시 사회적 이슈였던 명지대학교 학생이 시위 중 사망하면서 11명이 분신자살한 사건을 반영하여 붙여졌다. 이인혜 작가는 “외부에서 전시하는 경우에는 인물상을 11명까지 늘려서 전시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관 한켠에는 고 류인 작가가 생전에 활동한 공방을 그대로 모방한 장소도 마련됐다. 이인혜 작가의 아이디어와 설치미술가 찰리의 솜씨가 결합해 류인 작가가 사용한 미술용품으로 공간을 꾸몄다. 나무벽에 흙을 발라 생생함을 더했다.

▲ 작가가 생전에 활용한 공방을 그대로 모방했다 ⓒ전시은
▲ 작가가 생전에 활용한 공방을 그대로 모방했다 ⓒ전시은

이인혜 작가는 “류인 작가의 작업실이 아직 서울에 그대로 남아있다”며 “과거 소마미술관 전시에도 이렇게 공방을 모방한 작품을 만들었는데 여수에서도 소마미술관에 버금가는 전시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이곳이 크기가 좀더 크다”고 설명했다.

43세에 간경화로 요절한 류인의 활동기간은 10년여 년으로 비교적 짧다. 그는 흙과 함께 돌과 나무, 브론즈, 철, 합성수지를 섞어 조각품을 완성했다. 대학원 1학년생이던 1984년 ‘파란I’ 등을 선보이며 작품활동에 나섰고 1987년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 그는 70여점의 조각작품과 설치작품을 남겼다.

▲류인 작가의 자소상
▲류인 작가의 자소상

이번에 전시된 자소상은 대학교 4학년을 다니던 그의 졸업작품이다. 이인혜 작가는 자소상을 두고 “대학교 스무살, 청바지에 러닝셔츠를 입은 그때의 모습 그대로이다”라며 “자소상을 보면 홍대 와우산에서 걸어내려오던 그때 그의 모습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인혜 작가는 류인 작가가 10년의 활동기간에서 자신의 인생의 시기를 따라 작품활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소년기의 모습을 조각한 ‘입허II’ 에는 외로웠던 그의 어린시절이 담겨 있다. 작품 ‘심저’는 조각상을 올리는 역할을 하는 좌대를 작품의 일환으로 연결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인혜 작가는 “좁고 높은 좌대는 당시 불안했던 류인 작가의 심정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류인, 절대자-인간한계 
▲류인, 절대자-인간한계 

류인 작가가 가장 천착했던 작품 주제는 ‘입산’이다. 이인혜 작가는 “현실의 문제에서 벗어나 산으로 가고 싶었던 마음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통풍과 관절이 좋지 않고 병약했던 류인 작가는 작품 ‘입산I’에 뼈가 드러나고 고름이 차 있는 자신의 발 모양을 그대로 조각했다.

통풍으로 불편한 그의 손 모양은 작품 ‘입산II’에도 나타나 있다. 사각틀을 벗어나려고 무언가를 움켜쥐고 있는 인간의 모습인 ‘입산II’는 어딘가에서 벗어나고 싶은 작가의 심정이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류인을 ‘20세기 황폐한 시절의 인간상을 형상화한 조각가’로 평한다. 또한 한국 조각계의 거장 김진복, 권진규를 잇는 작가로 평하고 있다.

▲ 류인, 입산II
▲ 류인, 입산II

예울마루 관계자는 이번 전시 목적을 “예술가의 불굴의 의지와 아픈 시대상을 목도하는 작가 개인의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작업들을 소개한다”고 밝히며 류인 작가를 두고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같은 작가”라 칭했다.

전시회는 내달 20일까지 열리며 입장료는 1천원이다. 오픈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주 월요일과 설 당일(2월1일)은 휴관한다. 오병종, 김미애, 손현정 도슨트가 작품을 설명하며 매주 토요일 유족 도슨트로 이인혜 작가가 나선다.

▲류인 作, 부활, 조용한 새벽 
▲류인 作, 부활, 조용한 새벽 
▲류인, 그와의 약속 
▲류인, 그와의 약속 
▲류인, 흙-난지도
▲류인, 흙-난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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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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