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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란의 장도블루노트] 추억, 지난 시간들을 소환하는 기쁨!

이혜란의 장도블루노트(26)...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제
학교 앞 카페에서 그녀와 듣던 곡, 매혹적인 멜로디에 끌려
드라마같은 삶을 음악으로 채우던 그녀와 나
파도에 실은 그리움 닿아 15년만에 연락 닿아

  • 입력 2021.12.16 11:04
  • 수정 2021.12.16 14:33
  • 기자명 이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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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도아트카페와 예울마루소극장 공연 모습
▲ 장도아트카페와 예울마루소극장 연주 모습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갈급하게 숨쉬고 있던 내 안의 모든 세포들이 한여름 소나기를 맞아 파릇파릇 생기를 내며 환호성을 내지르는 듯하다.

그녀는 대학에서 만난 친구로 나이는 같았지만 나보다 한 학년이 아래인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연습실에서였다.

연습실에 들어온 그녀는 한참 연습하고있는 나에게 곧 실기시험을 쳐야하니 한번만 피아노를 칠 수 있겠냐는 부탁을 한다. 기꺼이 그녀에게 자리를 내주었고 그 이후로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학교에서 늦은 시간까지 연습하고는 언제나 학교 앞에 있는 ‘미네르바’라는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셨다. 이란에서 한국의 대학으로 공부하러 온 디제이에게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녹음한 테잎를 맡기며 늘 그 테잎을 틀어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그 테잎에 녹음한 곡은 라흐마니노프(S.Rachmaninoff,1873-1943)의 보칼리제(Vocalise)였다.

‘보칼리제’는 ‘가사없이 읊조리는 노래’의 뜻으로 모음창법이라 할 수 있다.

18세기 유럽에서 시작된 성악테크닉을 연습하기 위한 곡으로 피아노와 함께 연주되는 곡을 말한다.

라흐마니노프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인데 교향곡 제1번의 초연실패로 인하여 신경쇠약증과 우울증에 걸렸으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완성하면서 이를 극복했다. 이후에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미국으로 망명하여 자유로운 연주와 창작활동을 하였다.

아래는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가 연주한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Vocalise)'이다.

 

14개의 성악곡 중에서 마지막 곡이며 ‘사랑의 슬픔’이라는 부제를 갖고있는 서정적인 보칼리제는 동료들의 죽음과 혁명에 휩싸이고 있는 격동의 시대였던 1915년 작곡되었다.

매혹적인 멜로디가 너무도 아름다워 첼로,바이올린 등 다양하게 편곡되어 연주되고 있다.

우리는 이 곡을 들으며 유학을 꿈꾸며 음악을 위하여 젊은 시절을 보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독일로 떠난 그녀는 지금까지 독일에서의 삶을 계속하고 있다. 독일에 갈 때마다 언제나 그녀를 만났고 우리는 며칠 밤을 새우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기치 않은 인생의 큰 파도가 나에게 덮쳐 모든 것이 무너져내려 한참을 헤어나오지 못하며 파손된 배처럼 조각조각 흩어져 휘청거리는 삶을 붙잡고 있을 때에 그녀 역시 수녀원에서의 삶을 통해 더욱 깊은 은둔의 세계로 침잠했다.

어느 덧 한참 세월이 흘렀다...

얼마전에 그녀의 꿈을 꾸었고 그녀에 대한 그리움을 장도바다에 실려 보내곤 했다.

내 영혼은 벌써 감지를 하였고 15년만에 연락이 되었으니 이 어찌 감격하지 않겠는가!

그녀와 내가 겪었던 드라마같은 삶을 우리에게 있어 생명줄이며 호흡인 ‘음악’으로 채웠고 그녀도 나도 지금도 여전히 그 길을 걷고 있음을 알고는 또 한번의 탄성이 나왔다. 어떤 상황에서도 ‘음악’의 길을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추억들을 소환하며 벅찬 마음으로 멈추었던 시간들의 깊은 사연들을 영상통화로 나누기 위해 연말의 모임을 줄이고 있고 그녀를 직접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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