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도에서의 한해를 돌아본다.
참 감사한 일들이 많았으니, 그 중의 으뜸은 장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하는 것이었다.
그 아름다움이란 ‘조화로움’이다.
모두가 다 주인공이며 모두가 또한 조력자로 그 어느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으며 존재 그 자체로의 빛을 마음껏 발하는 모습이다.
조화로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작곡가는 바하(J.S.Bach,1685-1750)의 음악이라 할 수 있다. 음악에 있어서 작곡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화성학적 방법과 대위법적 방법으로 나뉜다.
화성학법은 음악이론에 근거한 화성(Harmony)에 의하여 반주음형과 멜로디를 구분하는 반면 대위법(Counterpoint)은 두 개의 주제가 상호연결하며 조화롭게 음악을 만들어 나간다.
그래서 바하의 음악을 들으면 모나고 거친 생각들은 부드럽게 녹여지며 부족하여 불편한 것들은 어느순간 여유로움으로 채워지며 과하여 부담스러운 것들은 차분하게 가라앉게 되어진다.
바하의 골드베르그 변주곡(Goldberg Variation)의 음악을 들으며 한 해를 돌아본다.
32개의 변주로 구성된 이 곡은 제16번 변주를 중심으로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게 되는데 변주곡의 앞부분을 들을 때에는 올해의 상반기를, 뒷부분은 하반기를 생각하며 들을 수 있어서 좋다.
몇일 전에는 오전 물때가 있어서 햇살 가득한 사랑스런 장도의 아침을 혼자 오롯이 즐길 수 있었던 장도 앞바다가 오늘은 매서운 추위와 바람으로 인해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2021년에도 햇살같은 편안하고 좋았던 사연도 있었지만 흐리고 바람많은 사건들도 있었다. 이 모두가 다 소중한 조화로움이다.
자연의 조화로움 속에서 이루어진 만남과 사연들, 이 또한 감사의 조건이다.
장도에서의 시간이 2년을 지나 새해가 되면 3년째가 된다. ‘음악’으로 엮어지는 부드럽고 자유로운 영혼의 만남은 미소지으며 떠올려지는 사연들로 인해 행복해지며 마음의 부요함으로 훈훈해진다. 늘 한결같은 모습이다.
손을 꼭 잡고 산책하는 노부부는 언제나 반가운 눈인사로 카페에 들어서며 피아노치는 바리스타인 나를 격려해 주신다.
마침 추운 날 남편분이 멋진 러시아모자인 샤프카를 쓰고 오셨길래 장도에 올 때마다 손수 요리한 밑반찬을 챙겨주시는 사모님께 준비했던 초콜릿과 내가 무척 아끼는 따뜻한 모자를 선물로 드렸다.
모자를 쓰고 나가시는 두 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행복감에 뿌듯해진다. 글을 쓰는 중에 또다른 멋진 노부부로부터 아픈 사연을 연락받았다. 힘들지만 이겨내자고 격려하며 바하의 마태수난곡에 나오는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Erbarme dich, mein Gott!)’의 음악으로 위로해드렸다.
그리고 간절히 기도한다...
아름다운 것들로 채워야 할 공간을 만들기 위해 어느덧 수북하게 쌓여진 내 마음속에 있는 좋지 않았던 감정들을 정리한다. 장도카페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며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간다.
처음처럼,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금 시작을 준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