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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란의 장도블루노트] 만남과 만남, 사연과 사연으로 엮어지는 시간여행

이혜란의 장도블루노트(29)... 프랑크, 바이올린소나타
끊어질 듯 이어지는 모티브는 청자에게 긴 여운을 남겨
침묵도 한 부분이 되는 그의 곡처럼 새해엔 스스로 삶을 디자인해보길

  • 입력 2022.01.15 15:00
  • 기자명 이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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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에서
▲장도에서

프랑크(1822-1890, C.A.Frank)는 프랑스 근대 음악의 아버지로 일컫는데 그의 음악은 내면적으로 깊이가 있다.

그의 작품은 당시의 낭만적 스타일과는 달리 고전적인 작곡법과 내용을 담고 있어 자신의 종교와 내면세계를 추구한다. 평생을 오르가니스트로 살아왔으며 오르간이라는 악기의 영향이 작곡의 가장 밑바탕에서 움직이고 있다.

프랑크가 작곡한 '바이올린소나타'는 순환기법, 즉 구조적인 통일을 위해 앞선 악장의 동기,주제 등을 다음 악장에 반복하는 작곡형식으로 되어있다. 4악장의 구성으로 각 악장의 흐름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음악적 감성이 풍부하면서도 형식구조가 논리적인 스타일은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의 특징이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하면서도 계속 이어지는 모티브는 한없는 침묵처럼 긴 여운을 남긴다.

1악장에서 조용하고 신비롭게 시작하는 멜로디가 시간이 흘러가면서 하나의 조각상이 만들어지듯 살을 붙여나간다. 1악장이 끝난 후에 2악장이 시작하기까지 인내심이 필요한 텅 빈 시간의 침묵도 음악의 한 부분이 된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자신의 삶을 애잔하게 절규하지만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2악장의 선율에 이어 봄에 뿌린 씨앗의 열매를 걷어내듯 3악장에서의 활기찬 생명력과 최선을 다했기에 결과에 미련을 갖지 않는 4악장의 당당한 결말이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홀가분함을 갖게 한다.

곡을 다 듣고 난 후에는 마치 나 스스로가 뭔가 이루어 낸 듯한 성취감으로 만족감이 주어진다. 나는 여기서 말하는 ‘유기적인 관계’가 참으로 흥미롭다.

우리의 삶도 각자가 타고난 환경이나 여건이 기본바탕이 되어 만나는 사건들과 함께 자신만의 모습을 만들어나간다. 2022년이 열렸고 365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시간이라는 판에 새겨질 작은 조각들을 내 삶에 내가 주인공이 되어 디자인한다.

같은 상황에서도 서로 다른 기질과 체질로 인한 다양한 반응에 감당할 수 있는 한 수용하는 자세를 취하려고 한다. 모든 것에 원인이 있으므로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하여는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다.

아래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연주하는 프랑크의 바이올린소나타 영상이다.

 

남의 탓으로 핑계되지 않기로 작정하며 실수를 하였다면 다시 반복하지 않게 잊지 않으려고 한다. 프랑크의 소나타처럼 이번 해에 내게 주어진 사계절을 모든 관계나 선택의 기준에 있어서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마음에 담을 구체적인 그림속에 그려 나간다.

때로 침묵의 시간을 갖도록 하며 무작정 앞으로만 나가지 않으며 나의 뒷모습을 점검하기로 한다. 편협한 고정관념 속에 나를 가두지 않도록 하며 성급하지 않은 호기심과 조심스러움으로 새로움과 낯설음의 문을 두드리기로 한다.

아침마다 장도의 첫 기운을 흠뻑 마시며 자연이 보여주는 비밀스러운 진리를 감지하여 그 속에서 깨닫는 지혜를 놓치지 않으며 더 자연스러워지도록 한다.

이은상 시, 홍난파 곡 ‘사랑’의 가사처럼

“탈 대로 다 타시오 타다 말진 부대마소 타고 마시라서 재될 법은 하거니와 타다가 남은 동강은 쓸 곳이 없느니라...”

타다 남은 동강을 만들지 않도록 성실함으로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지만 늘 시선을 하늘에 두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한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빈 트렁크로 출발한다. 필요한 모든 것은 현지에서 조달하여 해결하는데 그 사소한 것들 모두가 어우러져 추억의 열매가 되기 때문이다.

2022년, 장도에서 이루어 질 멋진 만남과 사연들을 기대하며 그 엮음의 시간여행을 위해 내 영혼의 여백을 비워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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