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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 전해져오는 호랑이와 관련된 이야기

호랑이, 무서운 맹수지만 사람과 친숙한 동물
새해 호랑이 기운으로 만복 하시기를 바랍니다

  • 입력 2022.01.01 16:31
  • 수정 2022.01.02 09:19
  • 기자명 박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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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인년 호랑이해, 민화에 나오는 호랑이다. (허종은 작가)
▲ 임인년 호랑이해, 민화에 나오는 호랑이다. (허종은 작가)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호랑이를 무서운 맹수이지만 사람과 친숙한 동물로 여겨왔다. 까치와 호랑이를 그린 민화 그림이나 호랑이보다 무서운 곶감 이야기에 나타나는 익살스러운 호랑이는 이를 잘 말해준다. 

산사에 그려진 호랑이나 무속인들이 모시는 산신령과 함께하는 호랑이 그림도 무섭기보다는 귀엽고 예쁘기까지 하다. 민간에서는 새해가 되면 호랑이와 까치 그림을 대문에 붙여 기쁜 소식을 전해주고 나쁜 기운을 물리치기를 기원하였다. 2022년 임인년 호랑이 해를 맞이해 우리 지역의 호랑이 이야기를 알아본다.  

여수지역에도 호랑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먼저 조선왕조실록에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이야기 하나, 세종 16년 12월 ~ 병조에서 아뢰기를 "전라도 백야곶 목장의 호랑이와 표범을, 순천 부사와 조양진 조선 초기 보성군 조성지역에 있던 수군진 첨절제사 및 각 포의 만호로 하여금 군인을 요량하여 거느리고 잡되, 그중에 먼저 창질을 하거나 먼저 쏘아서 잡은 자가 있거든 마릿수를 계산하여 벼슬을 주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이야기 둘, 세종 9년 5월 ‘ ~형조에서 계하기를, "전라도 돌산 천호(千戶) 하흥이 그의 족제(族弟)인 전 연안 부사 하지둔과 함께 백야도에 가서 사냥을 하려고 밤에 바다를 건너다가 선군(船軍) 18명이 물에 빠져~앞의 ’백야곶은 지금의 여수시 화양면 지역 일대로 화양반도 전체를 일컫는 지명이다. 백야곶 목장이나 백야곶 봉수를 현 화정면의 소재지가 있는 백야도에 있는 목장이나 봉수대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이야기는 흰 호랑이를 닮았다는 백호산이 있는 지금의 백야도 이야기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난 2개의 기록은 한반도의 최남단인 여수지역까지 호랑이가 많이 살았음을 보여주는 일화로 당시의 여수지역의 자연생태계가 짐작되는 이야기이다. 이 중에 두 번째 이야기에서 돌산천호가 건너던 바다가 옛사람들이 힛도로 부르던 백야도 해협이다. 길이 182m의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지만 섬인 백야도를 사이에 둔 좁은 바다는 조수의 차이로 항상 물살이 빠르게 흘러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났다.

여수지역에 전해오는 호랑이 전설도 재미있다. 신덕동 제석산에는 호랑이 굴이 있었다. 마을에 문주역이라 부르던 주역에 통달하고 둔갑술을 부리는 사람이 살았는데 하루는 호랑이로 둔갑하여 외출한 사이 부인이 주역만 펼쳐보고 일을 하지 않는 남편이 미워 둔갑술 주문을 적은 책을 태워버렸다. 주문을 잊어버린 남편은 결국 사람이 되지 못하고 호랑이 굴에서 일생을 마쳤다고 한다.

율촌 산곡마을 유씨 집안에 효자가 있어 수암산에 정성을 다해 기도하니 호랑이가 타나 산삼이 있는 자리를 알려주고 사라졌다. 훗날 조정까지 효자의 소문이 알려져 벼슬까지 하사하였다고 전해온다. 

율촌 신산마을에는 괴질이 생기자 마을 큰 바위를 범바위로 칭하고 제를 모시자 괴질이 사라졌다고 한다. 호랑이 기운이 괴질의 괴(개)를 물리쳤기 때문이라 한다. 비렁길로 유명한 금오도의 관문 유송리 여천마을에는 마을 당제를 모시고 나면 호랑이 두 마리가 쌍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당제 후 호랑이가 나타나면 길조로 여기고 주민들이 좋아했다고 한다. 

여수지역의 호랑이 이야기는 지명에도 나타난다. 여수시 호명동의 우리말 이름은 범우리이다. 호랑이가 울던 곳이란 의미이다. 여수공원묘지가 있는 소라면 웃갬실과 운암마을 골짜기에도 범우리란 지명이 전해진다. 

돌산 계동마을 뒷산에 호복골이라 부르는 골짜기가 있다. 배부른 호랑이가 누워있어 넉넉한 모양이란다. 돌산 대복마을에도 복호골 골짜기에 같은 전설이 전해온다. 율촌 호산마을은 본래 범산이란 이름으로 호랑이 호(虎) 호산(虎山)이었으나 건너편 동산개가 개의 풍수이니 호랑이와 마주하고 있으면 좋지 않다고 하여 여우 호(狐) 호산(狐山)으로 마을 이름을 바꿨다고 전해왔다. 여수시 둔덕동 북쪽에 있는 호랑산도 호랑이에서 유래된 산 이름이다.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괴질이 2년째 이어지고 있다. 자유로운 여행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처럼 먼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신산마을 괴질처럼 새해 임인년의 호랑이해의 기운을 빌어 새해 봄소식과 함께 코로나 19란 괴질도 종식되길 기대한다. 

- 박종길 (여수지역사회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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