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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란의 장도블루노트] Broken Wing, 열정 속에 숨겨진 지독한 외로움

이혜란의 장도블루노트 마지막회... 쳇 베이커, Broken Wing
쳇 베이커의 재즈연주와 조각가 류인의 공통점
한쪽 날개로 살아간 사람들의 애절한 읊조림
스스로 알에서 깨어나왔기에 더욱 자유로워

  • 입력 2022.01.25 14:20
  • 수정 2022.02.05 11:26
  • 기자명 이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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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아트카페에서 연주하는 필자
▲장도아트카페에서 연주하는 필자

온통 처절함과 외로움이 작품 속에 녹아져버린, 그래서 지금은 저쪽 세계에 있는 작가의 지나온 삶이 나에게로 그대로 전이되어 나 자신도 한때 앓았던 열병을 기억하게 한다.

장도 물때로 아침 시간의 자유가 허락되었기에 제일 먼저 달려가 그의 작품을 만났다.

조각가와 같은 시간과 공간속에서 보낸 1980년대의 대학시절과 그때 당시의 암울했던 한국역사의 사건들이 오버랩되어 학교 앞 재즈카페에서 듣던 트럼펫 연주자이며 가수인 쳇 베이커(Chet Baker, 1929-1988)의 재즈음악을 떠올린다.

재즈(Jazz)는 19세기 후반부터 아프리카 미국인 문화에서 탄생하여 20세기 초에 크게 유행한 음악으로 정형화된 음악보다 즉흥적인 면이 강하다.

논리적이며 한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클래식음악을 공부하다 지치면 학교 앞 재즈카페를 찾곤 했었다.

그곳은 지친 영혼들이 각자 자유방임의 풀어진 모습으로 흐느적거리는 음악에 잠시 이성을 내려놓고 감성의 흐름에 맡겨버린다.

짧은 삶 속에 그의 모든 것을 토설하며 불꽃을 피운 작가의 강인함 속에 감추어진 한없이 여리고 불안한 소년의 모습이 마냥 안쓰럽다.

양파 껍질 벗기듯이...

손과 발의 조각에서 격렬한 삶의 흔적이 보이는 억압된 강인함 한 꺼풀 벗긴다, 어두운 시대와 자신의 내면에 양립하는 분열로 인한 모순 한꺼풀 벗긴다. 대지 위에 두 다리를 쭉 펴고 포효하는 에너지 한 꺼풀도 벗긴다.

인정받고 싶음과 사랑받고 싶은 갈망 한 꺼풀도 벗긴다. 타는 목마름으로 입방체에 갇힌 신음소리 한 꺼풀 또 벗긴다.

그의 작품인 사인(思人,Thinking of Human Being)속에 아직도 내 안에 있는 얽히고 설킨 억압된 심리는 무엇일까 생각하며 나를 투영한다.

우리를 옥죄고 있는 것들을 스스로가 뚫고 나왔을 때에 손에서 느껴지는 심장의 움직임을 표현한 숨소리(Breathing)는 고통을 이겨낸 생명에 대한 경외감으로 바라보는 나의 맥박이 빨라지는 것을 느낀다.

아래는 쳇 베이커의 연주곡 'Broken Wing'이다.

 

“조각을 보고 있으면 자연히 그 속에서 터져 나오는 느낌, 말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류인)

헤르만 헤세(H.Hesse, 1877-1962)는 작품에 나오는 데미안과 싱클레어,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동일한 인물로 묵상과 행동, 순응과 저항의 상반된 인간 내면의 본질을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두 날개가 균형을 이룰 때 자유롭게 날 수 있음을 말한다.

분석심리학자 칼 융(C.G.Jung, 1875-1961)도 의식과 무의식을 포괄하는 정신의 정체성을 가진 나(자기, self)를 인식하여 생각, 감정 등을 통해 외부와 접촉하는 행동하는 주체로서의 나(자아, ego)와의 조화를 이루어야 함을 말하고 있다.

우리 안에 내제되어 있는 빛과 그림자, 신과 악마의 공존이기에 스스로 알에서 깨어(파란, 波瀾) 나옴으로 누리는 자유함을 말한다.

그의 조각들과 쳇 베이커의 재즈, 헤르만 헤세 그리고 칼 융의 약간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조합의 만남이지만 부러진 날개를 치유할 수 있다면, 그래서 더 자유로울 수 있다면 하는 바람으로 엮어본다.

한쪽 날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빠져나간 어둠의 시간, 전시관의 문이 닫힌 후에 우울하면서도 아름다운 음색을 가진 쳇 베이커의 읊조림으로 애절한 눈빛으로 먼 곳의 세상을 바라보는 작품 속의 그와 대화하게 하고 싶다.

전시 중인 작품마다 흐르는 듯한 부드러운 트럼펫 연주로 샤워하듯이 따뜻하게 적셔주고 싶다.

그의 생명과 바꾼 절규의 분신들에게 꿈속에서처럼 몽롱한 무의식으로 달래듯이 노래하는 서정적 연주를 들려주며 소파에 기대어 쉬게 해주고 싶다.

긴 머리에 모자를 깊숙이 눌러 쓴 그의 그녀에게도 쳇 베이커의 노래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의 울림으로 지나온 삶의 시간을 감싸주고 싶다.

 

*이혜란의 장도블루노트 마지막 회입니다. 수고하신 이혜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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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베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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