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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피가 마른다... 양봉업 32년 신동호씨의 절규

꿀벌 사라진 양봉 농가에 찾아온 ‘침묵의 봄’

  • 입력 2022.03.02 16:48
  • 기자명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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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업 32년째인 신동호씨가 겨울나기 중인 벌을 살펴보고 있다.  벌통 176군에서 겨울나기를 하고 있어야 할 벌들은 대부분 사라졌다.ⓒ조찬현
▲양봉업 32년째인 신동호씨가 겨울나기 중인 벌을 살펴보고 있다. 벌통 176군에서 겨울나기를 하고 있어야 할 벌들은 대부분 사라졌다.ⓒ조찬현

올해로 양봉업 32년째인 신동호(73)씨, 2일 여수 해산동의 농원(해마루 양봉원)에서 만난 그는 텅 빈 벌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온몸에 피가 마른다고 했다. 풍요롭고 즐겁기만 했던 벌 치는 일이 2~3년 전부터 부쩍 힘들다고 한다. 

”거의 전멸이죠“ 겨울나기 벌 176군 소멸, 30군 개체 수 급감

벌통 176군에서 겨울나기를 하고 있어야 할 벌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그나마 살아 있는 30군의 벌 개체 수도 급감했다.  

”거의 전멸이죠, 마음이 착잡해서 이제 벌 키우고 싶은 생각이 없어져버렸어요. 예전에는 꿀을 많이 채취했었는데 한 2~3년 전부터 시방 꿀을 따지 못합니다. 지금 벌이 이렇게 사라졌어요. 벌이 얼어 죽었다든가 그러면 이 집 밑에 폐사한 벌들이 있어야 하는데 하나도 없어요. 깨끗합니다, 지금.“

▲ 겨울을 나는 벌들이 가득해야 할 벌집에는 벌이 보이지 않는다. ⓒ조찬현
▲ 겨울을 나는 벌들이 가득해야 할 벌집에는 벌이 보이지 않는다. ⓒ조찬현

겨울을 나는 벌들이 가득해야 할 벌통에는 벌이 흔적도 없다. 관리소홀로 벌이 폐사한 게 아니라 다 사라진 것이다. 

”죽으면 벌 사체가 많이 쌓여 있거든요. 근데 여왕벌이고 뭐고 전혀 없어요.“

지난해 10월까지 벌통을 오가며 윙윙대던 벌들이 오간 데 없다. 겨울 먹이를 주려고 보니 벌들이 다 사라진 것이다. 

”벌에게 겨울을 날 수 있는 충분한 먹이를 줍니다. 그런데 벌통에 벌이 전혀 없어요. 10월 초순에는 벌이 있었는데 겨울에 먹을 식량을 주려고 보니까 벌이 없어졌어요.“

보통 꿀을 뜨러 나가려면 3만에서 5만여 마리의 일벌이 있어야 하는데 벌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그나마 남아 있는 벌들도 수세가 약해 보였다.

"지금 현재 벌을 깨워서 떡밥을 주고 있는 상태에요. 우리가 화분에 물하고 설탕하고 해서 먹기 좋게. 화분이 없으면 새끼를 못 칩니다, 아무리 설탕물을 많이 주고 꿀을 줘도. 이게(화분) 영양분이거든요.”

벌통을 살펴봤다. 숫제 벌이 한 마리도 없는 벌통도 있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우던 벌이 사라져버린 벌통 앞에서 신 씨는 할 말을 잃은 듯 하늘만 바라다봤다. 

“참담하죠. 뭐라고 이야기할 수가 없어요, 누구한테 하소연을 해봤자 알아주겠어요.”

망연자실이다. 벌이 다 나가버리고 없어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고 한다. 벌을 새로 들여오려면 꿀벌 한 통에 20~25만 원 남짓이다. 세력이 좋은 벌들은 30~40만 원을 웃돌기도 한다. 이 또한 부담이다.

벌통 한 개의 꿀 생산량은 28kg에서 35kg이다. 2.4kg 꿀 한 병 가격은 5만 원이다. 50~75만 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연 소득은 3,500여만 원이다. 양봉 농가는 꿀만 생산하는 게 아니다. 화분, 폴리폴리스 등도 생산한다.

“밀원이 좋아야 합니다. 꽃이 많이 있어야지 꿀이 많이 들어오지 않습니까. 그런데 여기는 참 지형이 좋아 이동하지 않고 한곳에서 고정 꿀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여수 130여 양봉 농가 꿀벌 4,570군 소멸... 양봉업자 깊은 시름에 잠겨

▲ 김성철 양봉협회 여수지부장과 회원들이 여수 해산동의 해마루 양봉원에서 벌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조찬현
▲ 김성철 양봉협회 여수지부장과 회원들이 여수 해산동의 해마루 양봉원에서 벌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조찬현
▲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우던 벌이 사라져버린 수많은 벌통 앞에서 여수 양봉협회 여수지부 회원들은 할 말을 잃었다. ⓒ조찬현
▲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우던 벌이 사라져버린 수많은 벌통 앞에서 여수 양봉협회 여수지부 회원들은 할 말을 잃었다. ⓒ조찬현

김성철 양봉협회 여수지부장은 ”작년 7월에 꿀 뜨고 계속 벌을 키워나가고 있거든요. 9월 말까지 벌을 키웁니다. 그러면 벌이 늘어나게 되는데 현재 이 농가로 봐서는 이렇게 위로 밀랍이 올라오면 벌이 아주 좋다는 결론이거든요. 그런데 현재 보면 벌이 한 마리도 없어요.“라고 했다.

김 지부장은 "꿀벌 농가는 벌에서 꿀만 뜬 게 아니에요. 꿀 다음에 화분, 그다음에 폴리폴리스... 좀 경험 있고 연구가 깊이 들어간 분들은 로열젤리, 밀랍을 생산합니다.”라고 말을 이어갔다.

홍경철씨는 “지구에 벌이 사라지면 3년 뒤 인간도 사라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벌을 키우는 건 공익사업인데 공익사업에 대한 보상을 못 받고 있어요.“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덧붙여 ”그에 대한 응당한 대가가 있어야 합니다. 국가(여수시)에서 벌에 대한 소중함을 인식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벌을 키울 수 있게끔 지원도 좀 해 주셨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축 같은 거는 개인 사업으로 개인 이익인데, 우리 벌 농가들은 공익사업이 되거든요. 농가 분들의 모든 곡식에 매개체 역할을 벌이 해 주거든요. 나비나 벌들 이런 곤충들이 해주는데 벌에 대해서는 그냥 관심이 별로 없어요.“

▲ 벌이 사라진 양봉원에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린 미국의 작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떠올려 본다.ⓒ조찬현
▲ 벌이 사라진 양봉원에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린 미국의 작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떠올려 본다.ⓒ조찬현

여수 130여 양봉 농가 1만2천 군에서 4,570군이 소멸되었다. 꿀벌들이 벌집에서 사라지거나 죽은 채 발견된 것이다. 농가들은 이상기후나 살충제에 노출되어서 그런 게 아니겠냐는 막연한 추측만 할 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원인도 모른 채 피해를 본 농가들이 속출하면서 꿀벌 농가는 깊은 시름에 잠겼다.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린 미국의 작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떠오른다. 작가는 살충제와 살균제의 남용으로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알리고자 했다. 봄에도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없는 침묵의 봄이 오지 않을까 우려했다. 기후 변화와 환경오염이 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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