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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왕벌 유충 폐사, 죽어가는 여왕벌을 지켜라

여수시 양봉 농가 큰 피해 우려 “시 정부 차원의 대책 시급하다”

  • 입력 2024.06.14 07:30
  • 수정 2024.06.14 07:35
  • 기자명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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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요한씨가 벌통에서 벌집을 꺼내 이충한 여왕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찬현
▲조요한씨가 벌통에서 벌집을 꺼내 이충한 여왕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찬현

꿀벌의 집단폐사에 이어 여왕벌 만들기 중인 유충이 폐사하고 있어 여수시 양봉 농가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13일 여수 양봉 농가에 따르면 “여왕벌 유충 폐사의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대부분 폐사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라고 전했다.

여왕벌 10마리 중 7~8마리... 우화 2~3일 앞두고 죽어

올해 여수시 지역 양봉 일부 농가에서 봉군을 늘리기 위해 여왕벌 만들기 중인 벌통에서 키우고 있는 여왕벌 10마리 중 7~8마리가 우화 2~3일을 앞두고 죽어 나간 것이다.

꿀벌은 알에서 유충과 번데기를 거쳐 16일이면 여왕벌이 된다. 그러나 14일이 지나 벌통을 살펴보니 어찌 된 영문인지 여왕벌이 미동도 없다.

▲여수 만성리의 한 양봉 농가에서 서형국씨와 양봉업자들이 여왕벌 유충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조찬현
▲여수 만성리의 한 양봉 농가에서 서형국씨와 양봉업자들이 여왕벌 유충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조찬현

여수 만성리의 한 양봉 농가에서 만난 서형국(양봉업)씨는 여왕벌 유충이 거의 전멸이라며 아연실색이다.

“3일 무렵에 알에서 애벌레(유충)가 되거든요. 애벌레를 간택해서 이렇게 여왕벌 집에 이식해요, 사람으로 말하면 왕비로 간택해서 여기에다 집어넣는 거예요. 이제 14일 정도 됐으니까 앞으로 이틀 뒤에는 이렇게 성충이 돼 나올 거예요.”

성충이 되기 전 2일을 앞둔 시점에 벌통을 확인해보니 꿀벌 유충이 성장을 멈췄다.

“애벌레에서 번데기로 변화를 하잖아요. 올해는 변화하는 과정에서 2~3일을 남겨두고 이렇게 변해버리더라고요. 성장을 못 하고 죽어버려요, 거의 전멸 상태죠.”

급격한 '온도 변화로 인해 여왕벌이 죽는 건 아닐까' 추정할 뿐

양봉의 적정 육아 온도는 평균 섭씨 35도. 하지만 최근 여수 날씨는 지난해보다 이상고온이다. 이렇듯 급격한 온도 변화로 인해서 여왕벌이 죽는 건 아닐까 추정할 뿐,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어서 답답하다고 했다.

양봉업 3년째인 그는 양봉의 문제점은 “서로 상생을 해야 하는데 서로 상생이 안 되는 거예요. 당연히 농작물을 짓는 사람은 농약을 해야죠. 벌 피해 역시 있어서는 안 되니까 서로 공지를 해줘야 하는데 그런 게 없어요.”라며 여수시 차원의 농업 컨트롤 타워 부재를 아쉬워했다.

▲조요한씨가 여왕벌을 만들기 위해 이충 작업을 하고 있다.  ⓒ조찬현
▲조요한씨가 여왕벌을 만들기 위해 이충 작업을 하고 있다. ⓒ조찬현
▲왕완에 이충한 꿀벌 애벌레를 키워 여왕벌을 만든다. ⓒ조찬현
▲왕완에 이충한 꿀벌 애벌레를 키워 여왕벌을 만든다. ⓒ조찬현

조요한씨가 여왕벌 이충 작업을 하고 있다. 이충을 마친 왕완은 다시 벌통에 넣어둔다. 이충을 하는 것은 새로운 여왕벌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는 26년째 여수 만성리 천성산에서 벌을 키우고 있다.

이곳 농원에서는 지난해 사육 중인 230개의 봉군 중 130개 봉군의 꿀벌이 지난해 자취를 감췄다.

“알에서 부화 된 지 3~4일 정도 되면 애벌레가 이렇게 구부정해지거든요. 왕완에 넣어놓으면 일벌들이 로열젤리를 충분히 먹을 수 있게 여기다가 저장을 해주죠. 여기에 이렇게 젤이 들어 있거든요. 성충이 될 때까지 계속 먹고 나온 벌이 여왕벌이 되는 겁니다.”

꿀 채밀양도 부족, 밀원수 부족과 전국적으로 봄꽃 동시에 피어

올봄 남부지방에서는 꿀 채밀양도 넉넉지 못했다. 밀원수의 부족과 전국적으로 봄꽃이 동시에 피어서다.

조요한씨는 “숲이 짙어지니까 키가 작은 밀원수가 숲에 묻혀서 적어져요. 그런 데다가 또 기후 변화로 인해서 올해는 개화 시기가 일주일 가까이 빨랐고 전국적으로 동시에 똑같이 꽃이 피었어요”라고 했다.

이어 “옛날 같으면 10일 이상 차이가 나 한두 군데 들려 꿀 따고 서울 경기도로 들어가는데 올해는 서울 경기도를 아예 포기했어요. 꽃이 너무 빨리 피고 낮 기온이 팍 올라 밤낮의 기온 차로 인해 꿀이 안 되는 거예요. 또한, 개화 기간이 똑같으니까 한 번 채밀로 끝났어요. 예전에는 세 번 네 번 많은 경우는 일곱 번까지도 옮겨 다니며 채밀했어요.”라고 말했다.

▲여수 만성리 천성산에서 26년째 벌을 키우고 있는 양봉업자 조요한씨다.  ⓒ조찬현
▲여수 만성리 천성산에서 26년째 벌을 키우고 있는 양봉업자 조요한씨다. ⓒ조찬현

기후위기와 무분별한 농약사용으로 인해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이와 관련 꿀벌을 지키기 위한 양봉 농가의 노력이 눈물겹다.

우리 농산물의 70~80%는 꿀벌 수분으로 인해 열매를 맺는다.

기후재난연구소 최병성 상임대표는 “꿀벌이 사라지는 원인은 다양한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벌들이 일찍 깨어난 게 문제”라며 “특히 산림청이 재선충 예방한다며 전국에 살포해온 항공방제 농약과 소나무에 주입한 농약으로 인한 원인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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