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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의 비경... 여수 섬을 촬영한 사람

사진작가 박근세, '백도의 비경' 전시회 열어
29일까지, "무관심한 시민들에게 경각심 주려"

  • 입력 2022.04.13 17:30
  • 수정 2022.04.14 09:47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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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미술관에서 "백도의 비경"이란 주제로 사진전을 연 박근세씨 모습. 태풍때문에 백도에 머물며 백도의 진면목을 보고나서부터 백도의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옛날에는 백도에 입도해 낚시까지 했는데 자연보호라는 명목하에 2001년부터 입도금지령이 내려졌다.ⓒ 오문수
▲ 여수미술관에서 "백도의 비경"이란 주제로 사진전을 연 박근세씨 모습. 태풍때문에 백도에 머물며 백도의 진면목을 보고나서부터 백도의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옛날에는 백도에 입도해 낚시까지 했는데 자연보호라는 명목하에 2001년부터 입도금지령이 내려졌다.ⓒ 오문수

40여년 동안 여수 인근 섬 사진을 촬영하고 섬에 대한 글을 써온 박근세씨가 여수미술관(관장 서봉희)에서 11일부터 29일까지 '백도의 비경' 전을 개최하고 있다.

백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다. 섬 봉우리가 백(百)개에서 하나가 모자라 '백도(百島)'라는 지명이 붙었다는 설과 멀리서 보면 섬 전체가 흰빛을 띠고 있어 '백도(白島)'라 불리게 됐다는 설이 있다.

여수 남쪽 해상 80㎞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백도는 경치가 뛰어나 국가 명승 7호로 지정되어 있다. 명승만으로는 부족해서인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지정되기도 했다. 백도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꼭 그의 입만 빌릴 필요는 없다. 사진전을 관람하기 위해 미술관을 찾은 사진작가 정종현씨가 백도가 진정으로 아름다운 이유를 말해줬다.

▲  여수미술관에서 열린
▲ 여수미술관에서 열린 "백도의 비경" 전을 축하해주기 위해 참석한 분들이 차담을 하고 있다. 오른쪽 맨 처음이 여수미술관 관장인 서봉희씨이고 다음이 박근세 작가이다.ⓒ 오문수

"백도는 보는 방향과 거리에 따라 천태만상의 장관을 연출해 보는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백도는 가히 대한민국 최고의 비경을 간직한 섬입니다."

사람들이 섬을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섬은 일상과 약간 동떨어진 지대이다. 그래서인지 섬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시간이 느리게 흘러서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힘을 얻게 된다.

육지에 살던 사람들은 왜 아름다운 섬에 열광할까? 섬은 평평한 바다를 뚫고 하늘을 향해 우뚝 섰다고 해서 섬이다. 평범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은 바다를 뚫고 하늘을 향해 우뚝 선 섬을 보고 노스탤지어의 슬픔을 공감할지도 모른다.

태풍 때문에 백도의 진면목을 보다

박근세가 백도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게 된 계기는 우연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1981년 동료들과 백도에 들렀다가 태풍 때문에 일주일간 머물며 백도의 진한 속살을 들여다 보았다.

시퍼런 물색이 드러나 보이는 바다와 잔뜩 낀 해무속으로 잠깐씩 보이는 비경을 바라보는 순간 황홀경에 빠졌다. 이후에도 사진으로 담아내는 작업을 수없이 하면서 떠오르는 게 있었다.

"왜 여수시 당국에서는, 여수시민들은 이렇게 아름다운 백도에 무관심할까? 안 되겠다. 사진으로라도 보여주면서 공감대를 늘려가자."

원래 아름답고 귀한 것은 귀한 티를 내는 걸까? 백도는 바다 기상 때문에 쉽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백도를 온전히 볼 수 있는 날은 1년에 100여일 남짓이다. 족히 백번은 보아야 진가를 알 수 있다는 백도. 사진으로나마 백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로 결심한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 백도 사진전을 연 취지는?

"산중에 명산이 있다면 섬에도 명섬이 있는데 백도가 바로 그런 명섬입니다. 여태껏 곳간 깊은 곳에 숨겨 놓았던 여수 보물섬이라 귀중한 가치를 함께 알아가자는 의미에서 백도 전시회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  병풍바위 모습으로 백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 박근세
▲ 병풍바위 모습으로 백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 박근세
▲동퇴섬 모습  ⓒ 박근세
▲동퇴섬 모습 ⓒ 박근세

- 섬을 사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섬 사진은 몇 년째 촬영하고 있는지요?

"전투경찰로 입대하여 섬에서 초병 근무를 하면서 섬에 친숙함을 느끼게 되었고
섬이 주는 편안함 때문에 여태껏 섬을 맴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섬의 전통문화와 풍습들을 누군가는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20여 년 넘게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오랜 시간 찍은 것보다 얼마나 귀중한 사진을 찍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들 합니다. 백도를 1981년에 처음으로 사진으로 담았지만 귀중한 사진들은 많지 않습니다."

- 섬 사진을 촬영하러 다니면서 가장 기억나는 것은 무엇입니까?

"2021년에 금오도 산중에서 여수 예암산 산악회장이 파비(깨진 비석)를 발견하여 기념비를 2년 동안 추적하여 유래를 확인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는 섬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하여 식물, 음식, 비석, 마을 유래 등 섬의 모든 면을 기록해 오면서 확인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파비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가 국유화한 토지를 금오도 주민들이 일제에 항거하여 되찾은 기념비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 비석입니다. 올해는 새로 발견한 보물섬과 남면 연도에 전설로 내려오는 '서불과차'의 글씨를 찾기 위해 실사를 다니는 중입니다."

▲금오도에서 우연히 발견한 파비(깨진 비석)로 금오도 역사를 밝히는 중요한 자료다 ⓒ 박근세
▲금오도에서 우연히 발견한 파비(깨진 비석)로 금오도 역사를 밝히는 중요한 자료다 ⓒ 박근세
▲백도 절벽에 매달려 혈침 제거작업을 하고있는 소윤하씨 모습.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은 한국의 명승지인 백도에 못을 박았다고 한다ⓒ 박근세
▲백도 절벽에 매달려 혈침 제거작업을 하고있는 소윤하씨 모습.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은 한국의 명승지인 백도에 못을 박았다고 한다ⓒ 박근세

- 섬 사진을 찍기 위해 배를 구입하기도 했는데 가족들은 만류하지 않았습니까?

"한 척의 배는 침선이 되었고 두 번째 배를 운영하다가 관리상 제약이 있어서 지금은 필요할 때 사선을 주로 이용 합니다. 아내가 처음에는 말렸죠. 하지만 젊었을 적부터 사진 찍으러 다니는 모습을 보더니 포기해버리더라고요. 하하하."

▲  매바위 모습  ⓒ 박근세
▲ 매바위 모습 ⓒ 박근세
▲  대삼부도 코끼리 바위 모습으로 거문도에서 백도로 가는 길목에 있다  ⓒ 박근세
▲ 대삼부도 코끼리 바위 모습으로 거문도에서 백도로 가는 길목에 있다 ⓒ 박근세

- 섬 사진 작가로 활동하면서 느끼는 보람은?

"섬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이 늘어 나는 추세입니다. 몇몇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여수 섬을 돌면서 탐사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데 만족하고 있습니다. 가끔 외지 분들도 초빙하여 여수 섬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여수로 살러 오신다는 분들이 계셔서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 장래계획과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사진전 외에도 섬에서 들은 이야기들을 사진과 함께 정리하고 있습니다. 10년 후에는 많은 섬이 무인도가 될 것인데 그 섬에 살았던 이야기들도 묻혀지겠지요. 그래서 누군가는 그런 이야기들을 채집하고 정리해야 하는 일이기에 도전하는 중입니다."

▲  하백도 모습. 박근세씨가 백도에 대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백도에는 미등록 포함 52개의 섬이 있다고 한다.ⓒ 박근세
▲ 하백도 모습. 박근세씨가 백도에 대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백도에는 미등록 포함 52개의 섬이 있다고 한다.ⓒ 박근세
▲  서방바위 모습  ⓒ 박근세
▲ 서방바위 모습 ⓒ 박근세

여수 섬 365개를 촬영하고 MBC '동네 어바웃' 프로그램(2020-2021)에 출연해 매월 여수섬을 소개했던 그는 현재 여수섬 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과 여수 여러 곳에서 섬 사진전을 연 그가 섬 사진 촬영하면서 아쉬웠던 점을 이야기했다.

"섬은 여수에 마지막 남은 가장 값진 자산입니다. 어떻게 잘 활용하는가의 숙제가 남아 있는데 당장의 이익보다 멀리 보는 시각을 가진 리더들이 나오셔서 챙겨 가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한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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