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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천 꼬랑 냄새 맡아가며 먹는 그 맛 '여수해물삼합'

[르포] 여수의 명물 연등천 포차거리 탐방
낭만포차와 비교불가 현지인 맛집, 원조 '여수삼합해물' 거리
코로나 이후 관광객 떨어졌지만 현금만 받는만큼 인심도 푸짐

  • 입력 2022.07.09 13:22
  • 수정 2022.07.10 09:42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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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산하던 원조 여수해물삼합거리에 어둠이 깔리자 하나둘 손님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심명남
▲ 한산하던 원조 여수해물삼합거리에 어둠이 깔리자 하나둘 손님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심명남

여수밤바다에 어둠이 깔린다. 장군도 앞에 밀물이 차면서 바닷물이 연등천까지 밀려 들어왔다. 굽이 굽이 흐르는 연등천 냇물과 밀물이 만나자 다리밑에 바닷물이 꽉찼다.

여수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연등천은 변함이 없다. 운좋은 날엔 연등천에서 솟구쳐 오르는 고깃떼도 볼 수 있다. 다릿가에 물이 차니 연등천의 운치는 예전 그대로다. 

원조 여수삼합거리 연등천 포차

지난주 여수의 명물 연등천 여수삼합거리를 찾았다. 그런데 한산하기 그지없다. 한때 여수사람이 연등천에서 술 한잔의 아픈 추억이 없다면 찐 여수사람이 아닐정도로 이곳은 항상 북적거렸다. 하지만 왁자지껄은 옛말이 되었다. 왜 이렇게 사람이 없냐고 묻자 물때가 되어야 고기가 퍼물듯 아직은 사람들이 몰릴 물때가 아니란다. 아니나 다를까 손님이 별로 없더니 어둠이 내리 깔리자 하나둘씩 손님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물때가 시작된 모양이다. 

원조 여수해물삼합거리 연등천 포차를 찾아서

21번 포차 주인장에게 요즘 손님들이 많이 오냐고 묻자 "코로나 때문인지 이곳엔 관광객들이 많이 안 온다"라고 말했다. 또 이날 먹자 모임에서 왔다는 한 단골손님에게 왜 이곳이 유명하냐고 묻자 “연등천이 있는 현지인 맛집이라 낭만포차와 비교가 안된다”라고 말했다. 이곳을 찾는 이유를 묻자 “일단 가격 대비 맛있고, 푸짐하고, 주인이 푸짐하게 생겨 인심도 푸짐하다“라고 넉살을 풀었다.

촌놈들 모임에서 왔다는 김태완씨는 ”삼합은 원래 연등천 꼬랑 냄새 맡아가면서 먹는 그런 맛이다“고 강조했다. 강정철씨는 ”날씨가 후덥지근해 아주 더울 줄 알았는데 바람도 시원하고 야외에서 먹으니 운치 있고, 좋은 친구들과 먹으니 맛도 분위기도 아주 최고”라고 말했다. 이어 김일수씨는 ”제가 어렸을 때 연등천에서 물장구치고 수영하며 놀았던 30년전 추억이 생생하다“면서 ”이곳이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여수시에서 개발해 포차거리도 생기고 옛 추억 생각하며 대포 한잔하기에는 진짜 좋은 것 같다“라며 "21번 삼합 포차 파이팅!"을 외쳤다.

'여수삼합'이 여수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잡은지 어언 20여 년이 흘렀다.

▲ 손님들이 해물삼합구이를 먹고 있는 모습 ⓒ심명남
▲ 손님들이 해물삼합구이를 먹고 있는 모습 ⓒ심명남
▲ 장어구이 안주는 술을 부른다 ⓒ심명남
▲ 장어구이 안주는 술을 부른다 ⓒ심명남
▲ 싱싱한 꼴뚜기는 소주안주에 그만이다 ⓒ심명남
▲ 싱싱한 꼴뚜기는 소주안주에 그만이다 ⓒ심명남
▲ 21번 포차의 싱싱한 해물 군평선이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심명남
▲ 21번 포차의 싱싱한 해물 군평선이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심명남

홍어로 유명한 목포엔 ’홍탁삼합‘이, 낙지가 많이나는 무안에 ‘무안삼합’, 소고기로 유명한 장흥에 '장흥삼합'이 있다. 수산물이 풍부한 여수음식을 꼽는다면 ‘여수해물삼합’이 한축을 차지한다. 낭만포차 거리에 돌문어해물삼합이 유명하듯이 해물삼합은 여수의 토속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지역마다 특화된 삼합요리! 여수삼합 유래 

해양공원부터 이곳까지 술집 포차마다 ‘여수삼합'이라 쓰인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여수해물 삼합의 원조가 24번 포차라는 사실은 별로 안 알려졌다. 그래서 너도나도 원조 삼합집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원조의 의미를 잘 모르나 보다.

이곳 연등천 포장마차는 카드 대신 현금만 받는다. 대신 안주가 푸지다. 반면 여수를 대표하는 낭만포차에 가면 빠질 수 없는 안주가 바로 여수삼합인데 요즘은 가성비가 떨어진다는게 지역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손님이 지어준 '알랑가 몰라 21번 포차'를 운영하는 지민아(48세)씨는 이곳에서 12년간 포차를 운영한 인기포차다 ⓒ심명남
▲ 손님이 지어준 '알랑가 몰라 21번 포차'를 운영하는 지민아(48세)씨는 이곳에서 12년간 포차를 운영한 인기포차다 ⓒ심명남

지민아(48세)씨는 이곳에서 12년간 포차를 운영했다. 손님이 지어준 '알랑가 몰라 21번 포차' 아지매의 말이다.

옛날부터 연등포차 거리가 여수의 대표 서민 술집 골목입니다. 코로나 영향도 있지만 요즘은 낭만포차보다 장사가 안돼요. 손님들이 낭만포차로 다가버려요. 근데 진짜 여수사람들은 이곳으로 온당께. 왜냐면 안주 때문이죠. 여기가 확실히 낭만포차보다 나아요. 연등천 포차거리에 오면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거든요. 안주가 푸짐해요. 이곳 안주는 보통 3~5만 원 선인데 매일 시장에서 싱싱한 것을 사와요. 잘나가는 안주는 장어구이도 있고, 회도 싱싱하고 해물삼합도 저희는 직접 김치를 담아서 하니까 맛있고 건강에 최고예요.

▲ 21번 포차와 지근거리에 있는 여수삼합의 원조로 알려진 24번 포차 박삼래(75세)씨가 금풍생이를 굽고 있다 ⓒ심명남
▲ 21번 포차와 지근거리에 있는 여수삼합의 원조로 알려진 24번 포차 박삼래(75세)씨가 금풍생이를 굽고 있다 ⓒ심명남

21번 포차와 지근거리에 있는 여수삼합의 원조로 알려진 24번 포차 박삼래(75세)씨를 직접 찾아갔다. 박씨는 금풍생이(군평선이)를 굽고 있었다. 샛서방에게만 준다는 금풍생이 굽는 냄새가 온 동네에 퍼진다. 여수해물삼합의 원조가 말하는 삼합구이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여수에선 해물삼합이 유명하잖아요.

해물삼합은 원래 24번 포차가 원조입니다.

예전 이곳이 20번대 포장마차 거리였는데 해물삼합 재료는 삼겹살에 묵은지 그리고 산낙지나 키조개(게지)와 남아 있는 해물 안주를 섞어 볶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죠. 새벽 2~3시까지 술집이 늦게 끝나면 그 시간에 먹을게 없으니까 우리 포차로 와요. 술집 아가씨들이 이모 남은 것에 술 한잔 먹게 안주 만들어 달라고 해서 이것저것 남은 안주를 넣어 삼합을 만들었는데 맛있다는 입소문이 퍼져 해물삼합을 주종목 안주로 만든 거예요.

▲ 삼합은 원래 연등천 꼬랑 냄새 맡아가면서 먹는 맛이 최고다 ⓒ심명남
▲ 삼합은 원래 연등천 꼬랑 냄새 맡아가면서 먹는 맛이 최고다 ⓒ심명남

 아! 여수해물삼합이 이렇게 탄생했구나. 고개가 끄덕여졌다. 술잔이 돌고 도니 굴곡진 우리네 마음도 평온해진다. 잘 아는 지인에게 사무실 계약이 취소되어 인테리어 비용을 다 날렸다는 친구도, 고객들에게 하루종일 쌓인 스트레스가 확 달아났다는 영업사원도, 연등천에서 멱을 감았다는 옛추억을 소환한 친구도 이곳 연등천에서 위로 받았다.

밤이 깊어지자 왁자지껄 들려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떠들썩해진다. 여수 운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이곳. 현지인들이 찾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연등천 꼬랑물이 변함없이 흐르는 것처럼 이 거리의 인심도 아직은 삭막하지 않다. 여수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여수삼합거리에 가도 괜찮겠다. 다만 술값은 현찰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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