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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갈등' 해결을 위한 제언

세대 차이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이해가 필요
환경의 차이로 인한 다름은 잘못이 아냐
이미 기울어진 힘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남편의 역할이 중요

  • 입력 2022.08.28 19:00
  • 수정 2022.08.29 10:28
  • 기자명 주경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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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Pixabay
▲ 출처:Pixabay

결혼 2년차, 두 살 아이를 둔 지윤씨는 남편과의 이혼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이유는 시어머니 때문이다. 결혼 전부터 시어머니는 아들사랑이 남달랐다. 위로 딸 둘을 낳았을 때는 자신에게 수고했다는 말조차 해주지 않던 남편이 아들을 낳고 난 뒤 처음으로 자신에게 수고한다는 말을 해주었고 남편에게서 받지 못한 위로와 사랑을 아들을 통해 느끼다 보니 아들이 남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아들을 남편처럼 친구처럼 바라보고 살아서인지 지윤씨가 결혼하겠다고 찾아갔을 때 시어머니는 세상이 무너진 듯 대성통곡을 하면서 “너 없음 내가 허전해서 어떻게 사니? 내 아들 아까워서 어떻게 결혼시키냐?”며 지윤씨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아직도 이런 시어머니 "니 집도 내 집이고, 내 집도 내집"

그래도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이 워낙 컸기에 결혼준비를 시작했지만 준비과정에서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모든 것을 아들위주로 생각하셨고, 지윤씨가 써야 할 침대조차 자신과는 한마디 상의 없이 아들이 편할 것 같은 침대로 결정해 버렸다. 신혼집도 시댁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계약을 해버렸고, 도어락 비밀번호도 당연히 알고 계셔서 신혼여행을 다녀왔을 때도 신혼집에서 자신을 맞이한 건 시어머니셨다.

“어머 어머니, 짐만 풀고 바로 찾아뵈려고 했는데, 여기 계셨네요.”라는 지윤씨 말에 시어머니는 “왜 내가 못 올 데 왔니? 내 아들집에 내가 오겠다는데 너한테 허락받아야 하니?”라고 역정을 내셨고, 그런 어머니를 달래느라 이제 막 신혼여행에서 돌아왔다는 사실조차 잊은 건지 남편 역시 지윤씨를 나무랐다.

“그래 자기는 왜 말을 그렇게 해. 울 엄마 서운하게....자기가 사과드려”라며 시어머니 기분달래기에 바빴다. 지윤씨는 자신이 살 신혼집에 온 것이 아니라 마치 시어머니와 아들이 알콩 달콩 재미나게 사는 집에 초대받지 않고 쳐들어온 불청객이 된 느낌이었다.

▲ ⓒ출처:Pixabay
▲ ⓒ출처:Pixabay

결혼은 두 사람의 선택... "오고 가는 문제 아니야"

매주 주말이면 당연히 시댁에 가서 이틀을 보내고 와야 했고, 어쩌다 친정에 가자고 하면 “거긴 너무 멀잖아. 우리 집은 바로 요긴데..”라며 남편은 움직이지 않았다.

친정에 일이 있어서 어쩌다 다녀오기라고 하면 시어머니는 당연히 지윤씨네 거실에 앉아서 자신과 아들을 맞이했다.

“얘 너는 별일도 아닌데, 피곤한 내 아들을 데리고 꼭 친정엘 다녀와야했니? 너도 참 유난이다. 너야 매일 집에서 빈둥빈둥 노니까 어디든 가도 되지만 하루 종일 일하고 주말에만 겨우 쉬는 내 아들이 거기까지 다녀오려면 얼마나 힘들겠니? 다음부턴 생각을 하고 움직여라.”

매주 시댁에 가는 자신에게는 힘들겠다는 위로는 커녕, 온갖 일을 다 시키면서도 조금도 미안해하지 않으면서 어쩌다 친정에 다녀온 날은 대역죄인 취급을 받곤 했다.

첫애를 낳았을 때도 시어머니는 대를 이어줄 귀한 자손을 낳아줬으니까 당연히 자신이 몸조리를 해주겠다고 친정어머니를 집에 못 오게 하신 채 짐을 싸서 지윤씨 집으로 들어왔지만, 밥상을 차릴 때마다 “아이고 내 팔자야. 남들은 며느리가 차려주는 밥상을 받는다는데, 나는 박복해서 사지육신 멀쩡한 며느리 밥상을 차리고 있네”하는 시어머니의 넋두리를 들어야 했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믿었고 남편이 자신편이라고도 믿었다.첫째 아이가 돌을 넘길 무렵 계획에 없던 둘째가 생겼는데, 지금 둘째를 낳으면 첫애한테 소홀해질 것 같아 지윤씨도 고민이 됐지만 그래도 찾아온 생명이니 감사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자신이 고민하고 있는 사이 남편이 그 사실을 시어머니에게 얘기했던지 시어머니가 흥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임신! 축하 받을 일 아니었던가?

축하를 기대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손주가 생긴 것이고, 같은 여자로써 조금은 심란한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줄꺼라 생각했는데 시어머니가 던진 첫마디에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얘. 너는 생각이 있니 없니? 내 아들 힘든 거는 눈곱만큼도 생각 안하는구나 넌!! 당장 지워라!!!”

자신이 무언가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몰아붙이는 시어머니는 지윤씨가 뭐라 대꾸할 새도 없이 당신의 속내를 버선 뒤집듯 뒤집어 탈탈 털어버리시고는 “알아들었지? 이만 끊는다.”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시어머니는 그날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나 문자를 해서는 “병원 알아봤니? 미련하게 있을게 아니다. 어여 지워라.

왜 이런 일을 만들어서 여러 사람 신경쓰이게 만드니?“라고 비난과 멸시를 아낌없이 주셨다.

그로부터 열흘 후 병원에서 눈을 뜬 지윤씨는 남편과의 이혼을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에게 바람막이조차 되어주지 않는 남편과 남은 인생을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자신이 시어머니 때문에 힘들어하는걸 알면서도 항상 “내 엄마가 그럴 때는 다 이유가 있을 거야. 어린 자기가 참아. 그게 평화를 얻는 길이야”라고만 했다.

2년간의 결혼생활 동안 평화를 위해 참고 또 참았지만 평화는 오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하루가 다르게 아들 가진 유세가 심해졌고, 자신은 속병이 나서 언젠가부터 한숨을 달고 살았다. 그렇게 사랑했던 남편조차 이젠 꼴보기 싫어졌다.

애초부터 이 자리가 자신의 자리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사랑하고 좋은 니네 엄마랑 알콩달콩 평생 살아라’하고 떠나주는게 맞는 것 같았다.

▲ ⓒ출처:Pixabay
▲ ⓒ출처:Pixabay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해요

고부갈등은 드라마 주제로도 빠지지 않고, 남녀노소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대한민국에서 태어나면 누구나 직․간접적으로 겪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이런 고부갈등이 왜 생길까?

첫째는 환경차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습득한 지식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다

시어머니가 살았던 시대에는 옳았던 것들이 며느리 세대에는 옳지 않은 것들이 있지만 시어머니는 그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얘기하는 것이고, 며느리 역시 시어머니 시대를 살아본 적 없기 때문에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대화가 필요하고, 다름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노력을 하지 않으니 결혼생활과 며느리를 현명하게 대할 능력이 생기지 않고, 서로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분명한 상하구조다. ‘힘‘이라는건 신체구조 차이뿐만 아니라 나이, 직위에 따라 나눠지기도 한다. 시어머니는 일단 어른이고, 남편의 어머니이다 보니 며느리는 약자일 수밖에 없다. 아직 삶의 경험치가 짧은 며느리를 대할 때는 힘으로 밀어붙이거나 약점을 잡아 이용하면 안된다. 아직 배우지 못했거나, 나이가 어리거나, 환경이 다른 것이 약점이 되어서는 안되며, 약점으로 이용해서도 안되는데 ’내가 그랬으니 너도 그래야 한다’는 억지와 고집이 ‘나’와 소중한 가족모두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다.

마지막은 기대이다. 아이를 낳아서 건강하게 성인까지 키워내기까지 들어가는 정성과 관심, 눈물, 한숨은 부모이기에 공통으로 경험하는 부분이다. 게다가 남편, 또는 다른 자녀, 시댁과의 갈등에서 유일하게 자신 편이었던 아들을 결혼시키는 것은 아들을 독립시키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뚝 떼어내는 듯 허전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일 것이다. 그렇다보니 며느리에게 내가 애쓴 만큼 잘 해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생긴다. 내 아들보다 더 싹싹하고, 더 살갑고, 더 챙기기 기대하고 기대한 만큼 실망하면서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 출처:Pixabay
▲ 출처:Pixabay

결혼은 두 사람이 만났지만, 두 사람 뒤에는 친인척과 지인을 비롯한 기백명의 사람과 문화, 환경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니 다른 건 당연하다. 다르기 때문에 조금씩 조율해 가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이 문화이건, 습관이건, 성격이건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더불어 결혼은 했지만 어머니에게서 정서적으로 분리되지 못한 남편이 아내에게서 엄마의 정서를 찾는다. 그래서 부인이 해주는 밥과 반찬에서 엄마를 찾는다.

“우리 엄마는 이렇게 하는데, 너는 왜 이렇게 해?”

그리고 지윤씨 시어머니처럼 결혼한 아들을 아직도 내 아들이라고 착각하는 시어머니도 문제다. 내 아들이었지만 이제는 며느리의 남편이 된 아들을 온전한 어른으로 대접해주어야 하는데, 여전히 강한 소속감과 소유욕 때문에 “내 아들”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착한며느리 컴플렉스’라는 말이 있다. 이유도 모른 채 시댁어른들에게는 왠지 사랑받아야 할 것 같고, 그래서 시댁에서 무리한 요구를 해도 거절하지 못한 채 희생하게 되는 과정과 상황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자존감이 내려가고, 결혼에 회의를 느끼게 되고, 자신을 이렇게 만든(?) 남편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커지게 된다. 오죽하면 ' 시'자 들어가는건 시금치나물도, 시레기 국도 싫다할까...

두 사람의 성격 차이로 이혼하는 부부도 많지만. 시댁갈등이 이유인 가정도 많다. 도박으로 2억을 날린 남편 때문에 도저히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없어서 시댁에 얘기했더니 "어쩌겠니.. 이런 남편 만난 것도 다 니 팔자인 것을..니 복이 그것 뿐인거야" 라고 해서 그나마 갖고 있던 미안함도 싹 없어져버렸다는 미희 시어머니 애들 아빠가 바람 펴서 힘들다고 말했더니 오죽하면 바람을 폈겠냐고 말하는 지연씨 시어머니 명절에 가면 아들 얼굴 못쓰게 됐다고 하는 말이 듣기 싫어서 안 가게 됐다는 며느리도 있다.

그들은 한 목소리로 말한다. "남편보다 시어머니가 더 문제!!“라고...

어른이 되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말한다. 좋은 시어머니가 되려면 아들을 며느리 남편으로 인정해주는 것, 내 아들이 본인 가정에 충실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 내 며느리를 들여온 남의 집 식구가 아닌 내 아들의 온전한 편이 되어줄 고마운 존재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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