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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한 집착에서 자유로워지기

[주경심 상담칼럼⑲]
"돈이 인생의 전부잖아요!!" 사실은 신뢰부족..
친구도 필요 없어요. 돈에 집착하느라 놓쳐버린 것들..
돈만 있으면 될 것이라고 믿었던 날들.. 이제는 달라지고 싶어요.

  • 입력 2022.07.25 10:10
  • 수정 2022.07.25 14:11
  • 기자명 주경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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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pixabay
▲ 출처: pixabay

지훈씨 어머니는 성인이 된 지훈씨를 억지로 상담실로 끌고 오면서 혹시 정신병이 아닐까 크게 염려했다. 어머니의 관점에서 바라보아도 아들의 행동이나, 생각이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돈에 대한 집착... 시간,  장소,  대상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

돈에 대한 집착은 시간,  장소,  대상을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먹는 것 외에 돈쓰는 것에 대해 지훈씨는 시간이나 장소, 대상을 불문하고 필요이상으로 화를 냈다. 돈과 관련 항상 억울함과 불합리함에 대한 불만이었다.

나보다 게으른 사람이 왜 나랑 같은 돈을 받아야 돼요?

나보다 일을 적게 하는데 왜 사장이 돈을 더 가져가요?

나이 먹었다고 다 일 잘 하는거 아닌데, 왜 경력직이라고 돈을 더 줘요?

왜 선생님은 별로 하는거 없이 돈을 받아요?

모든 대상이 지훈씨에게는 돈과 관련된 ‘적’이었다.

지훈 어머니, 워낙 가난하게 시작한 살림살이에 여유 없어

지훈씨 어머니는 워낙 가난하게 시작한 살림살이에 아이들까지 키우다보니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어쩌다 한번 주는 용돈도 두 번 세 번 ‘아껴쓰겠다’는 약속과 다짐을 받아내고서야 주었다. 하지만 주지 못할 때가 대부분. 용돈 대신 살림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아들을 앉혀놓고 구구절절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항상 피로와 삶에 절어있는 엄마를 보면서 준비물을 사야한다는 소리를 할 수 없었던 지훈씨는 다른 친구들이 수업에 참여할 때 교실 뒤편에 나가 친구들의 뒤통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날이 많았다.

학교가 끝나고 친구들이 학교 앞 문방구나 분식집에서 군것질을 할 때 서둘러 집으로 와야 했다. 돈이 없는 삶의 불편함을 몸소 느껴야 했다. 그래서 돈이 많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항상 해왔었다.

▲ 출처: pixabay
▲ 출처: pixabay

하지만 돈에 대한 집착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은 다름 아닌 아버지였다.

한 푼을 모으면 두 푼을 내다 써버리는 지훈 아버지

엄마의 절약정신이 무색하리만치 지훈씨 아버지의 지갑과 주머니는 항상 열려있어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웃음이 넘쳤고, 삶이 여유로웠다.

내 집 쌀독에 쌀이 떨어진 건 몰라도 이웃 집 쌀독에 쌀이 떨어지면 부리나케 달려가 쌀을 사서 채워주었고 온 동네 경조사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이렇다 할 직업이 없었음에도 그는 새벽에 나가 한밤중이 되어야 집으로 돌아왔고, 주말에도 집에 있는 날이 거의 없었다.

지훈씨 어머니는 한 푼을 모으면 두 푼을 내다 써버리는 남편 때문에 애먼 아이들에게 화풀이를 하거나 신세한탄을 했다.

키가 작고 몸집도 왜소한 지훈씨는 그 이유가 한창 커야할 시기에 돈을 아끼느라 영양을 채워주지 못한 엄마와 이웃만 챙기는 아버지 때문이라 생각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거울에 비춰지는 자신의 작은 체구를 원망했다. 부모가 ‘돈돈돈’ 하느라 자신을 충분히 돌봐주지 않은 것으로 향했다.

내가 조금만 더 잘 먹었더라면...

그때 엄마가 나를 조금만 더 챙겼더라면...

내가 지금보다 키가 조금만 컸더라면...

지훈씨는 이상형도 분명했다. 키가 크면 무시당하지 않고, 인기도 많고, 일자리 구하기도 쉬워 마음이 여유롭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출처: pixabay
▲ 출처: pixabay

지훈씨가 말하는 것들은 사실 ‘키’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지만 지훈씨는 성공, 행복, 친구관계, 수입, 여러 가지가 ‘키’와 인과관계를 맺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키만 컸다면 그 모든 일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고, 자신이 돈에 집착하지 않았을 것이고, 부모님과도 사이가 좋았을 것이라며 모든 문제의 원인이 ‘키’ 때문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현재 자신의 열악한 외적 조건으로는 좋은 이성을 만나는 것도, 좋은 직장을 구하는 것도, 남들과 비슷한 행복을 찾는 것도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 많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어렸을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돈’ 이라고 생각하고 더 돈에 집착하게 됐다.

문제 원인 키 때문이라 믿은 지훈씨, “선생님 제가 이상한가요?”

지훈씨는 성실하고 부지런한 청년이었다. 군대를 제대한 이후에 단 하루도 쉬어본 날이 없었다. 평일에는 일을 나갔고, 주말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쉬는 날이 없었다.

지훈씨는 돈을 내고 상담을 받는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은 문제가 없는데 자신의 하루 일당보다 더 비싼 돈을 내고 상담을 받으라고 말하는 엄마를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 우유 하나 선뜻 사주지 않던 엄마. 용돈 한 번 시원하게 준 적 없던 엄마. 항상 돈돈 거리던 엄마가 지극히 정상인 자신을 상담실에 밀어 넣고는 기만원하는 비용을 척하니 결재하는 모습에서 화가 난 지훈씨가 상담에서 가장 먼저 던진 질문 역시 “선생님 제가 이상한가요?”였다. 그런 지훈에게 “본인이 이상한 사람일까봐 걱정되세요?”라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지훈씨는 자신이 얼마나 정상이고, 얼마나 바른 청년인지를 매 상담시간마다 호소했다. 하지만 자신의 호소가 타인은커녕 자신조차 설득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훈씨는 알아갔다.

지훈씨는 신뢰부재로 발생하는 성격장애 관련 특성을 일부 보이고 있었다. 이는 부모에게 충분히 수용되지 못했거나 거부당했던 경험의 반복으로 초반에는 조용하고 수줍으며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고, 내면적 공상 속에서 자신의 좌절된 욕구를 해소하다보니 타인과 관계 맺는 능력에 어려움을 보이게 된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 문제만 일어난다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안전하다

아무도 나를 간섭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는 신념을 갖게 되고 관계가 협소하고 가까운 사람에게도 마음을 터놓지 못하며, 정서적인 냉담무관심 또는 둔마된 감정반응을 보이게 된다.

▲ 출처: pixabay
▲ 출처: pixabay

지훈씨에게는 무엇보다 일상생활 속에서 즐거움을 경험하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돈을 모으는 이유... ‘복수’가 아니라 ‘즐거움’으로 달라질 것

기쁘고, 유쾌하고, 흥분되고, 기대되고, 편안한 긍정적인 정서경험을 늘리고 서서히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과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적절한 기술을 습득하도록 도와줌으로써 자신이 외모나 돈과는 무관하게 어울릴 수 있고, 수용 받을 수 있고, 이해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을.

매 상담마다 얼마나 잘 견디고 있는지 격려해주고,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칭찬해주고, 당연하게 넘겼던 일상 안에서 지훈씨가 이뤄낸 성취와 노력을 알아차려주면서 지훈씨는 처음으로 자신의 작은 키를 원망하지 않고, 돈이 없는 것과 무관한 경험을 해 볼 수 있었다.

지훈씨는 자신이 작은 거인임을 알았다. 그리고 작은 거인에게는 친구가 필요하고, 격려가 필요하고, 즐거움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지훈씨의 돈에 대한 집착이 당장 없어지는건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돈을 모으는 이유는 ‘복수’가 아니라 ‘즐거움’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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