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8월 9일, 고요하고 한가로운 섬 마을에 조기가 풍어라는 소문이 나돌고 너도 나도 조기 낚기 부푼 꿈을 안고 새벽잠 깨워 이른 아침 먼동 틀때 바다로 향한다.
풍선(노젓는 작은 배)에 몸을 싣고 어이싸 어이싸 노를 져어 두룩여로 향하는 사람들. 한 여름 뙤약 볕에 더위를 무릅쓰고 조기잡아 가족들 허기진 배 채워주려 낚시에 열중한다.
잔잔한 바다에 떠있는 낚시배 여기 저기서 조기낚아 올리며 기뻐하는 웃음소리 울려퍼지고 평화롭던 바다에 어디선가 난데 없이 굉음을 울리며 나타난 쌕쌕기(전투기)편대.
아무런 말도 없이 두두두두 두두두두 쏘아대는 총소리에 한순간 아수라장이 된 바다, 은빛 물결은 핏빛으로 변하고 웃음 소리는 죽음의 함성과 통곡소리 그리고 살려달라 아우성치는 고통스런 신음으로 변한다.
한마디 말 못하고 총탄에 숨을 거둔 아들을 부둥켜안고 절규하는 아버지, 형제를 잃고 통곡하는 사람들 이것이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이념도 전쟁도 모르고 총도 모르며 그져 농사일과 낚시질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선량한 양민들에게 전투기가 웬말이며 기총 사격이 웬말이란 말인가? 그것도 아군인 미군에게 왜 총을 맞아야 하고 왜 죽어야 하는지.
영문도 모른 채 숨져간 님들이여, 참사를 당한 지 73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야 후손들이 님들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뒷일은 후손들에게 맡기시고 굶주림도 없고 헐벗음도 없으며 세상 고통도 이념도 전쟁도 없는 평화로운 곳에서 편히 쉬소서.
김유광(두룩여 미군폭격사건 유가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