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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칼럼] 테스형! 소크라테스 한국에 오다

"사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바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

  • 입력 2023.11.09 07:45
  • 수정 2023.11.09 07:52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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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은 스스로의 모습을 가식 없이 보여준다.
▲ 자연은 스스로의 모습을 가식 없이 보여준다.

아테네의 현자, 소크라테스가 죽은 지 2000년이 넘었다. 그가 부활하여 홀연 서울 한복판을 배회하였다. 그리고 그는 광장에 모인 시민들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은 어리석인 사람(愚衆)입니까, 아니면 현명한 사람(賢衆)입니까?

여러분은 어떤 삶을 살고 있습니까? 진리와 정의를 사랑하십니까, 아니면 돈과 명예에 더 집착하십니까? 제가 살았던 아테네 시민들은 명예와 힘을 자랑하기 위하여 돈(Money)에 빠졌습니다. 이름이나 명예에만 관심을 두었지 진리와 바른 삶에는 마음을 쓰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잠시 서울을 돌아보니 여러분 또한 진리나 바른 삶보다 돈과 지위에 집착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학교나 공부가 바른 삶을 안내하기보다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만을 부추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리석은 시민이 되어버렸습니다. 늘 삶의 본질에 대하여 생각을 하지 않으니 질문 또한 사라졌습니다. 혹 여러분은 어리석은 대중입니까, 깨어있는 대중입니까?

삶을 대하는 아테네 시민과 여러분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삶에 대하여 부끄러움을 잃어버린 사람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돈과 힘을 얻을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삶을 지향하고 있습니까?‘

▲ 잎이 대자연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노라.
▲ 잎이 대자연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노라.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399년 봄, 아테네 감옥에서 독배를 마시고 생을 마감했다. 그것도 그가 가장 사랑했던 아테네 시민들에게 목숨을 빼앗겼다. 그는 약 30년 동안 아테네 시민의 정신혁명을 위하여 자신의 생애를 바쳤던 철학자였다.

그는 부패하고 타락한 아테네 시민들의 마음을 바로잡기 위하여 헌신하였으며, 방황하는 청년들에게 바른 삶을 안내하기 위하여 대화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법정 심판이었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정치인과 어리석은 시민이 하나 되어 소크라테스를 법정에 세우며 소장(訴狀)에는 다음과 같이 썼다.

‘소크라테스는 국가가 정한 신들을 믿지 않았고, 새로운 신(神)을 끌어들였으며 청년을 타락의 길로 이끌었다. 그 죄는 마땅히 죽음에 해당한다.’

결국 소크라테스는 “신앙을 어지럽히고 청년을 유혹했다”는 죄명으로 고소되었다. 아테네 시민 5백명으로 구성된 법정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고 저승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누가 소크라테스를 죽였을까? 아테네의 어리석은 시민이었다. 아니다. 그 시민을 깨어나지 못하게 했던 정치인들이었다. 그들은 말로는 시민들을 사랑하고 돌볼 것처럼 했지만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았다.

결국 아테네 시민의 무지와 오판이 소크라테스를 죽였다. 그를 죽인 것은 진리와 정의를 죽인 것이다. 기억해야 한다. 진리와 정의를 죽인 나라는 머지않아 쇠망한다는 사실을. 아테네의 역사를 보라. 아테네는 소크라테스가 죽은 지 61년이 되던 해, 마케도니아에 패망하고 말았다.

소크라테스는 자기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아테네 5백명의 배심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 떠날 때가 왔다. 우리는 길을 가는 것이다. 나는 죽으러 가고 여러분은 살러 간다. 누가 더 행복할 것이냐, 오직 신(神)만이 안다.’

또한 그는 감옥에서 독배를 마시기 전에 제자 플라톤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바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생존에 앞서 “어떻게 사느냐”를 거듭 강조하며 바른 삶과 진리와 친하게 지낼 것을 말했다.

소크라테스는 연설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여러분도 바른 삶을 원할 것입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삶일까요?

▲ 나는 나만의 모습을 순결하게 채색하노라.
▲ 나는 나만의 모습을 순결하게 채색하노라.

‘여러분 중에서 거짓된 삶, 추악한 삶, 무의미한 삶을 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바로(바르게, 정의롭게)”라는 말을 생활화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생각, 말, 행동, 생활까지 “바로” 해야 합니다. 특히 정치, 교육, 경제가 “바로” 서야 합니다.

잘 산다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가 선행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돈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힘을 얻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여러분의 삶에는 빨간불이 켜질 것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정수리에 침을 놓는 듯한 연설을 마침내 마쳤다. 그는 광장 주변을 둘러보고 나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서울을 떠났다. 광장에 모였던 시민들은 쉬이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 그때 광장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쓰였다.

‘사람은 사리사욕에 빠지면 어리석은 대중으로 전락한다. 아무리 똑똑한 시민도 군중심리에 사로잡혀 이기적인 삶을 살게 된다. 다만 바른 생각과 질문을 언제든지 할 수 있다면 깨어있는 대중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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