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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칼럼] 요즘 검정고시가 이상하다

왜 학생들은 검정고시로 발길을 돌릴까?
국영수를 잘 가르치면 교육의 정상화가 이뤄질까

  • 입력 2023.10.23 07:20
  • 수정 2023.10.23 07:23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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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교육이여! 학생들이 각자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다양한 길을 안내하라.
▲ 공교육이여! 학생들이 각자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다양한 길을 안내하라.

요즘 학생들은 왜 학교에서 벗어나 검정고시로 발길을 돌릴까? 검정고시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서 “난 입시제도의 사생아가 아니다”라고 슬프게 말한다.

혹 검정고시에 대하여 들어 보았을 것이다. 검정고시는 정부가 정한 정규 교육과정(초, 중, 고등학교)을 이수하지 않거나 중간에 그만두었던 사람들이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들과 동등한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평가하는 시험 제도이다. 국가는 초, 중, 고에서 개인상의 사유로 졸업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몇몇 과목의 시험을 보게 한 후에 졸업과 비슷한 자격을 주는 것이다.

우리 공교육의 목적은 입시교육이 아니다. 그렇기에 학벌에 따른 서열주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공교육의 목적이 대학입시와 학벌주의의 양 날개를 달고 엄연히 날고 있다. 공교육은 학생 개개인이 각자가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도록 다양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학생들을 막다른 골목에 집어 놓고 그 좁은 길을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민은 공교육의 방향에 대하여 의심의 눈을 거두지 않고 있다. 검정고시는 공교육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입시교육을 회피하며 악용되고 있다. 검정고시를 통해 학위를 취득했을 경우 법적으로는 학력 차별을 받지 않지만, 현실에서는 어려운 점이 많다.

최근 3년 동안 고등학교 자퇴생의 숫자를 알면 깜짝 놀랄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이면에는 대입 정시와 내신 절대평가 확대가 학생들의 자퇴를 부추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강득구 국회의원실에서 공개한 최근 4년간 고등학교 자퇴생(학업중단)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2만3,440명의 학생이 학교를 그만뒀다. 코로나19로 2020년에는 1만 5,163명으로 급감했지만, 2021년 1만 9,467명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최근 4년간 고교 자퇴생의 절반 이상이 1학년이라는 점이다. 22년도 고교 학업중단 학생은 1학년이 1만 2,078명(51.5%), 2학년 9,271명(39.6%), 3학년 2,091명(8.9%) 순으로 1학년 학생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자퇴한 학생은 대부분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치밀한 계산 끝에 이뤄지는 자퇴, 검정고시

▲ 삶은 성실과 사랑으로 엮어가는 과정이다.
▲ 삶은 성실과 사랑으로 엮어가는 과정이다.

한편 종로학원 '대학알리미' 자료에 의하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검정고시 출신 입학생 비율이 점점 높아질 뿐만 아니라 전국 4년제 대학 검정고시 출신 입학생 숫자 또한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9년 4,521명에서 2023년 7,690명으로 무려 70.1% 증가했다.

이처럼 자퇴생의 숫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얼까? 다름 아닌 수능 위주 정시의 중요도가 높아진 대입제도의 변화 때문이다. 획일화된 문제 풀이 방식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 나가 코로나19를 겪으며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던 학생들이 학교 수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대면 수업에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검정고시를 보면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 검정고시에 응시하려면 학교 자퇴 후 6개월이 지나야 가능하다. 학교 내신이 안 좋으면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때 자퇴하고 이듬해 4월에 검정고시에 응할 수 있다. 이 또한 치밀한 계산에 의하여 자퇴를 하는 것이다. 만약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수능을 치러 성적이 좋으면 곧바로 대학에 진학하고 그렇지 않으면 다음 해에 한 번 더 응시할 수 있는 특권까지 주어진다.

그렇다면 이런 자퇴생이 늘어나는 현상을 공교육 정상화로 막을 수 있을까?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21세기 흐름에 맞는 혁명적인 교육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한 공교육 정상화는 꿀 바른 말장난에 불과하다. 우리 국민은 언제까지 대학 입학률이 75% 이상이라고 자랑만 할 것인가? 유럽의 많은 나라는 40% 전후의 대학 입학률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보다 훨씬 질 높은 교육을 하고 있으며 교육제도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 또한 높은 편이다.

정부나 정치인은 공교육 정상화를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그냥 말로만 공교육 정상화를 주장하지 말고 알맹이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이야기하기 바란다. 그들은 공교육 정상화를 말할 때 학생마다 꿈이 다름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들은 보편적으로 수능시험 점수 높이기와 인지도 있는 대학 보내기로 교육 정상화를 말하고 있으니, 마치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격이다.

▲ 공교육이여! 학생들에게 통 큰 삶을 안내하라.
▲ 공교육이여! 학생들에게 통 큰 삶을 안내하라.

정말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국, 영, 수를 잘 가르치면 교육의 정상화가 될까? 흔히 말하는 서울에 있는 명문 대학에 학생들을 많이 보내면 공교육 정상화가 이루어질까? 모든 것을 수능시험 점수 높이기와 인지도 있는 대학 보내기로 교육을 이야기하는 현실이 참담하기만 하다.

이렇게 정부나 정치인은 교육의 개념을 좁게 정의해놓고 툭하면 교육의 정상화를 말한다는 것은 아재 개그에 가깝다. 평수 넓은 집과 고급 차량 그리고 높은 지위까지 세 박자를 갖출 수 있는 학생을 키우는 것을 공교육 정상화라고 주장한다면 치졸하고 옹색한 교육을 계속하겠다는 말밖에 해석할 방법이 없다.

29년 전에 서태지와 아이들이 발표한“교실 이데아”의 가사를 읽어보길 권한다. 그들의 노래 가사에서 공교육이 지향해야 할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추신 : 서태지와 아이들이 발표한 '교실 이데아'의 가사이다.

“됐어(됐어). 이제 됐어(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그걸로 족해(족해) 이젠 족해(족해).

내 사투로 내가 늘어놓을래. 매일 아침 7시 30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9백만의 아이들의 머릿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막힌 꽉 막힌 사방이 막힌 널 그리곤 덥썩 모두를 먹어 삼킨, 이젠 지겨운 교실에서 내 젊음을 보내기는 너무 아까워.

좀 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니 옆에 앉아있는 그 애보다 더 하나씩 머리를 밟고 올라서도록 해. 좀 더 잘난 네가 될 수가 있어. 왜 바꾸진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 날을 해멜까? 바꾸진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됐어(됐어). 이제 됐어(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그걸로 족해(족해) 족해(족해). 내 사투로 내가 늘어놓을래. 국민학교에서 중학교로 들어가면 고등학교를 지나 우릴 포장센터로 넘겨 넌 보기 좋은 널 만들기 위해 우릴 대학이란 포장지로 멋지게 싸 버리지. 이젠 생각해봐 대학 겉모습은 가린 채 근엄한 척한 시대가 지나버린 너 좀 더 솔직 해봐. 넌 할 수 있어.

좀 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니 옆에 앉아있는 그 애보다 더 하나씩 머리를 밟고 올라서도록 해. 좀 더 비싼 네가 될 수가 있어. 왜 바꾸진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 날을 해멜까? 바꾸진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왜 바꾸진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 날을 해멜까? 바꾸진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됐어, 됐어,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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