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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배우기 시작한 손자, 눈에 넣어도 안아플 것 같아

'아빠’를 입에 달고 살아...새 생명이 안겨주는 희망과 기쁨

  • 입력 2024.01.10 07:25
  • 수정 2024.01.10 07:29
  • 기자명 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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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그리기 하는 어린이들 모습 ⓒ 오문수
▲ 그림 그리기 하는 어린이들 모습 ⓒ 오문수

“아침에 엘리스보고 계 탄 다오니!”

지난달 18일 첫째딸이 보낸 카톡이다. 풀이하자면, 우리 손자가 ‘어린이집 등원 길에 구급차(엘리스는 구급차 캐릭터)를 보고서 곗돈 탄 것처럼 좋아했다’는 뜻이다. 

딸은 거의 매일 손자가 커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어린이집 등원 시부터 손자 일상을 사진 또는 동영상으로 카톡 가족 방에 올려 주고 있다. 딸이 퇴근 후 집에 와서는 영상 통화하며 기차놀이, 주차장 놀이 등 손자 노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자동차에 진심인 아이, 특히 최근에는 출동 3중대(소방차, 구급차, 경찰차)와 기차, 그리고 포크 레인, 덤프트럭, 레미콘차 등 힘센 자동차들을 더 좋아한다.

요즘 아이들과 놀아주려면 ‘꼬마버스 타요 친구들 시리즈 캐릭터’를 알아야 더 재밌게 놀아줄 수 있다. 유아용 책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가득하다. 

‘엘리스’는 아픈 사람 태워서 병원으로 데려다 주는 구급차 캐릭터이고, ‘프랭크’는 ‘애앵애앵 내가 먼저 가야해요’ 불이 나면 출동해서 불을 끄는 소방차 캐릭터이다.
또 ‘포코’는 무엇이든 들 수 있는 힘센 포크레인이고. ‘맥스’ 는 무엇이든 실을 수 있는 덤프트럭이다.

손자는 아빠를 유난히 좋아한다. 너무 좋아해서 시도 때도 없이 “아빠! 아빠 조아!” 한다. ‘아빠 힘내세요, 따따가 있자나요.’라며 아빠에게 노래 불러주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정확한 발음은 안 되지만 충분히 소통이 된다. 따따는 애칭, 손자 이은름 ‘다온’이다. 

사위 출장 기간 중인 지난달 6일부터 열흘간 딸집에 있었다. 지난 7월 딸이 복직한 이후 딸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고 있다. 사위가 집에 없는 기간에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빠를 찾는 손자. 아빠 출장 갔다고 말해 주면 “아빠 추짱(출장), 아빠 추짱”하고 따라 한다.
 
‘아빠’를 입에 달고 사는 손자를 보면, ‘아빠 없는 사람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싶어 울컥하기도 하고, ‘지금 남편이 함께 있으면 손자를 얼마나 예뻐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신생아였던 아이가 건강하게 부쩍부쩍 커가는 모습은 그저 감사하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새 생명은 우리에게 늘 희망과 기쁨을 안겨 준다. 아울러, 우리의 뿌리를 다시금 생각하게도 해준다. 이제는 만날 수 없는 부모님과 남편의 모습이 진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딸도 손자를 키우면서 아빠가 더 많이 보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예전에는 엄마가 할머니랑 할아버지 보고 싶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면서… 

손자의 서툰 발음도 귀엽기만 해

손자는 요즘 말 배우느라 무척 바쁘다. 엄마, 아빠가 하는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한다. 밥, 바나나, 물, 귤 등은 제법 정확하게 발음한다. 할머니는 ‘하머니’라고 한다. 일찍부터 말하기 시작했던 우유나 이불은 아직도 교정하지 못하고 처음 발음했던 대로 우유는 ‘우우’ 이불은 ‘이이‘라고 한다.
 
손자가 하는 말 중 내가 못 알아듣는 말도 우리 딸은 잘 알아듣는다. “역시 엄마라서 다르다” 하며 감탄하게 된다. 딸은 손자에게 택배 물건 하나도 뜯는 방법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그런 딸이 기특하고 대견하다. 아이는 엄마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에 의해 자극을 받고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하며 무럭무럭 커 간다.

유아들은 의성어나 의태어를 좋아한다. 예전에 딸들에게 했던 것처럼, 손자에게 다리로 비행기를 몇 번 태워주면서 동요 ‘비행기’를 함께 불렀다. 좀 더 재밌게 하려고, 최대한 높게 올려 주며 “우와~”소리 치며 마무리 했었다.  

손자는 ‘우와~’소리가 재미있었는지 신이 나서 계속 침대 위에서 난간을 붙잡고 노래하며 발을 구르더니, 급기야는 바닥으로 내려가서도 자기 침대 난간을 잡고 노래하며 발을 굴렸다. 마무리는 여전히 두 팔을 위로 쭉 펴고 ‘우와~’ 소리치면서. 

저녁 9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다오니. 방바닥에서 뛰면 아래층 시끄러워서 안돼요.” 했더니 입을 삐죽 삐죽거리며 울상이 되었다. 울음을 터트릴까봐서 긴장 되는 순간이었다. 휴...

그런데 조금 후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보더니, 비행기 노래를 부르며 무릎에만 진동을 주면서 두 팔을 쭉 펴고, ‘우와~’ 하는 게 아닌가? “우리 다오니 말귀도 다 알아듣고, 다 컸네, 다 컸어” 기특하고 흐뭇했다. 

우리 손자는 엄마 말보다는 할머니 말을 더 잘 듣는다. 어린아이도 엄마는 분명한 자기편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집에 가서도 집에서 보다 낮잠도 더 잘 자고, 간식이나 밥을 더 잘 먹는다고 한다.

손자는 내 폰에 들어있는 자기 사진을 보여 달라고 “따따사진. 따따사진”한다. 폰에는 그동안 딸이 보내준 사진과 동영상이 수북이 들어있다.

지난 12월 4일은 우리 손자 두 돌이었다. 손자는 어린이집에서 생일 축하해줬던 사진을 보면서 박수치며 생일 축하 노래도 함께 부르고 촛불 끄는 시늉까지 했다. 손자가 의젓하게 어린이집에서 했던 생일 축하 파티를 재현하는 걸 보니, 이제 다 큰 것 같아서 흐뭇했다.

사위가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딸은 집에서 생일 사진을 찍어 주려고 부산을 떨었다. 집에 도착한 택배 포장을 뜯어서 손자가 좋아하는 자동차 캐릭터로 구성된 ‘HAPPY BIRTHDAY’ 장식을  만들어 거실 유리창에 붙이고, 상 위에 손자가 좋아하는 쵸코케익도 올려놓고, 생일 선물로 마련한 킥보드 박스도 옆에 놨다.

손자가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하고, 장난치며 돌아다녀서 결국 동영상 촬영으로 대체했다. 사위 출장으로 손자 생일날 ‘생일 축하 사진’을 못 찍어줘서 뒤늦게라도 해주고 싶은 엄마, 아빠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 마음은 헤아리지 않고, 그저 자식에게 잘해 주고 싶은 부모 욕심만 클 뿐이다.

손자는 기념사진에는 관심이 없고 선물로 준비한 킥보드를 보면서 호기심 가득 “이게 머야?  이게 머야?”하며 빨리 풀어 달라고 했다. 딸은 선물 상자를 개봉하면서부터 할머니가 사준 선물이라는 것과 킥보드를 타려면 헬멧을 반드시 써야 된다고 몇 번이고 강조했다. 손자는 평소에는 머리에 모자도 쓰기 싫어하는 아이지만 킥보드 타고 싶은 마음에 싫다는 말없이 순순히 헬멧도 썼다.

손자는 졸려서 눈을 비비면서도 킥보드를 계속 타고 싶어서 “자기 시러. 자기 시러”하더니, 10시가 넘어서야 애착 이불을 달라고 “이이~” 하며 겨우 침대로 들어갔다. 우리 딸들도 아기 때 ‘놀고 싶다’며 통상 10시가 넘어서야 자곤 했었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밤낮없이 그저 놀고 싶은 마음뿐!
그래그래. 맘껏 뛰놀고 쑤욱 쑥 커다오!

- 영은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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