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인해 민생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여수 문수동에서 만난 한 자영업자는 “한 집 건너 임대를 내놓은 상태”라며 자신 또한 “언제 가게를 접을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의 지난해 상반기 대출 잔액은 1000조 원을 넘었다. 빚으로 빚을 갚을 수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에 빠져든 것이다. 자영업자 셋 중 하나는 다중채무자의 굴레 속에서 허우적댈 정도로 불경기가 심화 되었다.
어디서부터 풀어야만 할까. 생산과 소비 등 경제활동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 이 불경기 상황을. 생산과 소비가 돌아가지 않는 힘든 상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여태껏 이렇게 손님이 없지는 않았는데...”
소고기를 손질하고 있는 박종식(55. 참한우) 대표. 그는 여수에서 나고 자랐다. 20대에 15년간 세탁소를 운영하다 그만두고 여수 산단의 중소기업에서 5년여 근무했다. 이후 자영업이 다시 하고파 정육점에 취업 직접 일을 배워 식당을 차렸다. 올해로 9년째다.
“세탁업을 하던 시절 IMF를 만났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세탁 체인점의 공세에 밀려 일을 접어야만 했습니다.”
박 대표는 어려웠던 시절을 잠시 회상했다, 요즘 문득문득 그때가 생각난다며. 오랜 경기 침체로 인해 요즘 또한 참 힘든 나날이란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지난 9일이다.
- 자영업 다들 힘들다고 하던데, 여긴 어때요?
“정말 힘들어요. 여태껏 이렇게 손님이 없지는 않았는데... 4~5월은 장사가 너무 안돼 힘들었어요.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 자영업은 뭐라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을 파는 것이다‘라고 생각해요. 모든 장사가 그렇듯이 개인의 인격이나 성품을 파는 것입니다. 음식도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하고, 손님들이 그걸 만족했을 때 다시 찾곤 하지요.”
“하도 많이 생기니까 그걸 극복하기가 힘들어요”
- 주변에 새로운 업소들이 문을 열었더군요.
“경기가 힘든 이유도 있지만, 주변에 동종업소들이 너무 많이 생겼어요. 서로 경쟁이 치열해요. 무한리필도 생기고 고깃집들이 하도 많이 생기니까 그걸 극복하기가 힘들어요.”
- 그에 대한 대책은?
“가만히 앉아서 이대로 기다릴 수만은 없고 많은 아이디어를 생각하고는 있어요. 오픈 9주년 기념행사로 이벤트도 하고 있어요.”
- 소고기를 직접 손질하는군요. 맛있는 소고기 고르는 팁은?
“특수부위(안창살, 토시살, 살치살)가 맛있기는 맛있는데 저 개인적으로는 등심, 꽃등심이 좋아요. 선홍색에 적절한 마블링이 박혀 있고 보기 좋은 게 좋아요. 옛말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잖아요. 소고기 역시 눈으로 딱 봐서 보기 좋은 게 맛있어요.”
- 식당업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손님이 식사하고 나가면서 웃으면서 잘 먹었다고 고마움을 표현했을 때지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이 왔을 때도 보람을 느낍니다. 좋은 점은 모르는 사람들을 안다는 것입니다. 손님으로 찾아와서 만났는데 인간관계가 수년째 아직도 유지되고 있어요. 이 지역에서 살다 보니까 선후배도 많고, 손님들이 우리 집에 오면 좀 편하다고 하면서 또다시 찾아오곤 해요.”
한편, 우리네 자영업 비중이 높은 까닭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 때문이다. 딱히 맘에 드는일할 직장이 없다 보니 너도나도 자영업에 뛰어든 탓이다. 매년 약 100만여 명이 창업해 80만 명이 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폐업을 하는데도.
악순환 구조에 빠진 자영업, 중장기적인 대책과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해 보인다. 민생의 뿌리인 자영업이 살아야 우리 경제 또한 더불어 살아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