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이례적 기상이변으로 바다 고수온과 백화 현상이 발생해 양식장 폐사가 속출하고 어민들 속이 시커멓게 타 들어갔다.
2023년 국립수산과학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0년부터 인공위성으로 바다 표층 수온을 관측해 온 이래 수온이 가장 높았던 해로 발표된 바 있다.
여수시, 지난해 214개 어가 145억 원 고수온 피해
2023년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19.8℃까지 신기록을 세웠고 연중 6월, 9월, 11월이 가장 높은 것으로 발표되었다. "이는 지난 20년간(2001~2020) 평균 수온에 비해 0.6℃ 높은반면, 올해 통계가 집계되면 더 심할 것으로" 보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바닷속 환경이 수난을 당할 우려가 있다는 근거다.
바다 고수온 특보는 25℃에 이르면 고수온 ‘예비주의보’, 28℃ 도달 예측 시 ‘고수온 주의보’, 28℃가 3일 이상 지속 시에는 ‘고수온 경보’로 상향된다. 전년까지는 고수온 예비주의보 기준 온도가 28℃였지만 어민들이 대비하는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해 25℃로 낮춘 것이다.
여수시에서도 지난해 214개 어가에서 145억 원의 고수온 피해를 입었으며 올해도 이미 7월 24일 기준 여수 해역에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되었다. 7월 31일에는 고수온 경보로 격상되어 급기야는 해양수산부 차관이 여수 돌산읍 군내리 가두리 양식장을 현장 점검에 나서기까지 했다.
더위가 극성을 부린 8월 9일부터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었다. 고흥 여수 해역에는 고수온에 적조 위기 경보 '경계' 단계까지 발령되었고 8월 19일에는 남면·거문도 해역 가두리 양식장 물고기 82만여 마리가 집단 폐사하였다.
9월 19일 현재까지도 여수 근해 내 만에서는 28℃를 한 달 이상 상회하고 있어서 장기간 이어지는 고수온의 지속은 어민 피해를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고수온 특보가 발효됨에 따라 그동안 여수시도 양식어가 피해 예방을 위해 분주한 행보를 이어 왔다. 액화 산소통과 면역증강제를 보급하고, 양식수산물 재해보험까지 지원해 왔었다. 하지만 양식어민 뿐만 아니라 바다를 업으로 삼는 패류와 해조류 채취 어민들을 위한 지원 대책도 절실해 보인다.
고수온이 한창이던 지난 8월 16일 “삼산면 바다가 모두 죽어 버렸다”고 백방으로 하소연하는 평도 이장 송철희(72세) 씨를 만났다. 그는 전복 채취업을 50년간 해오면서 삼산면 바닷속을 손금 보듯이 꿰고 있는 분이다.
생업인 전복을 채취해야 하는 시간에 평도로 오는 낚싯배를 쫓아다니며 주변 환경 오염방지를 당부하고 다닌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갯바위에 낚시꾼들을 내려놓고 가서 싸움질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10년 전만 해도 여수 삼산면의 광도, 평도 는 어족자원이 풍부하여 전국의 유명 낚시터로 명성이 자자 했던 곳이다. 하지만 근래에 고수온으로 갯녹음 현상이 심해지면서 해초류가 멸종되면서 바닷속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뿐 아니라 이제는 섬에 살면서 반찬감 고기까지 고깃배에서 사서 먹는 실정이라 한다. 송철희 이장의 하소연이다.
“올해 같은 바다 농사는 처음입니다. 바닷속 황폐화로 미역, 김, 톳 등 해조류가 전멸되었으며 특산물인 문어도 자취를 감추었네요. 여수수산물 시장에서 반찬용 고기까지 사다 먹어야 할 판이니. 어휴! 이제 어떻게 살아야할 지 막막합니다”
그는 원인으로 고수온과 낚시어선들이 밑밥을 뿌린 결과로 추정하고 있다. 낚시 밑밥 속에 접착제 성분이 미역 등에 접착되어 광합성 작용을 방해하여 해조류를 고사 시킨다는 주장이다.
그 근거는 낚시터와 낚시를 전혀 하지 않는 곳의 해조류 발육상태로 확연히 구분된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낚시 밑밥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우리도 서둘러 보호구역 지정과 보존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그는 가뜩이나 어려운 어촌계 사정에 200만 원이나 들여 현수막을 제작해서 틈만 나면 낚시 포인트마다 걸어두고 바다 살리기 동참을 하소연하고 다닌다.
제주도의 고수온 피해는 우리 바다의 척도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2024년 대서양, 태평양이나 인도양에 걸쳐 최소 70개 국가에서 대규모의 산호 백화 현상을 겪고 있음을 발표하였다. 1998년, 2010년, 2014~2017년에 이은 네 번째 세계 산호 백화 현상의 열 스트레스는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불안한 앞날을 예측한다.
2024년 8월 20일 기준 전 세계적으로 산호초의 75.0%가 백화 수준의 열 스트레스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예측은 가장 보수적인 추정치조차도 대규모 산호 백화가 매년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어려운 미래를 제시한다.
국내에서도 최근 10년 동안 제주도 바닷속 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화되고 있음을 여러 지표가 확인해 준다. 학자들은 최근 10년(2009~2018년)간 바다 수온이 16.6℃로 이전 10년(1961~1970년) 15.4℃에 비해 1.2℃ 상승하였다 한다. 이 추세라면 2030년에는 약 1.6℃, 2060년에는 약 3.4℃, 2090년에는 약 5.5℃가 상승할 것이라는 경고는 끔찍하기만 하다.
고수온의 영향은 갯녹음과 산호의 백화 현상을 가져와 바다 사막화를 진행하고 어류의 서식지가 훼손되므로 해서 생태계에 큰 변화를 초래한다. 한국수산자원공단 조사 결과에 의하면 제주도의 갯녹음 현상은 1971년 최초로 보고되어 매년 12㎢씩 증가 추세다. 지난 2021년에는 제주 해안의 전체 암반 면적 164㎢ 중 64.8㎢인 39.5%에서 갯녹음 현상이 조사 되었다.
제주도의 해조류 특산물인 감태, 미역, 톳, 우뭇가사리 등의 생산량도 2006년 이후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면서 급기야는 멸종 단계에 이르렀고 이미 감태와 미역과 톳 공장들이 문을 닫은 지 오래다.
산호 백화 현상은 2016년부터 시작되어 2018년에는 서귀포 연안 약 80% 이상 대규모로 파괴되는 사례가 관찰되었다. 2020년에는 표선과 성산 일대에서 대규모 산호 백화 현상이 다시 보고 되었고 복원 가능성마저 희박해졌다. 이에 따라 서식처를 잃은 전복과 소라 등 생산량 감소와 제주 대표 어종인 자리돔과 방어가 사라지고 있음이 관찰되었다.
9월 19일 현재 여수권 바다는 모두 28℃를 웃돌고 있다.
흔히 하는 비유로 개구리를 뜨거운 물에 넣으면 깜짝 놀라 튀어나오지만, 찬물에서부터 열을 올리면 온도에 적응하면서 변을 당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50년에 걸친 서서히 진행된 제주 바다 사막화 현상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그들의 많은 시간 비용과 노력에도 환경은 더 악화됐다. 이대로라면 내년의 바다농사도 지금보다 더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할 수가 없다.
지구온난화는 인간의 활동이 주된 원인이다. 지금까지는 바닷속 피해 상황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없으니 관심을 가질 수도 없었다. 하지만 제주도의 사례를 주시하면서 정부와 모든 국민이 협력하여 바다 환경 보호와 기후 변화 대응이 필요한 절실한 시점에 와 있음을 알아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