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면서 단 한 번도 상실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직업을 잃고,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는 경험들을 통해 우리는 감사와 위로를 배운다.
상실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보면 ‘어떤 사람과 관계가 끊어지거나 헤어지게 됨’ 또는 ‘어떤 것이 아주 없어지거나 사라짐’이라고 되어있다. 그래서 상실은 사물보다는 사람에 대한 단어이기도 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상실의 아픔으로 슬픔과 애도 속에 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원인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고, 재발 방지도 중요하지만 원인이 명명백백 밝혀진다 해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내 가족, 내 아들과 딸, 내 부모의 황망한 죽음 앞에 소리내어 실컷 울지도 못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밤을 지새우며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퀴블러로스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5단계를 경험한다고 하였다.
죽음에 대한 부정이 첫 번째로 ‘그럴 리가 없다’는 반응에 이어 두 번째는 분노의 단계이다. 자신, 타인, 세상에 대한 분노로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시기로 이 시기를 경험하는 사람들에게는 맞다, 틀리다보다는 위로와 격려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세 번째는 타협의 단계이다. 죽음에 대해 받아들이면서 삶을 위한 방법을 찾아가는 시기가 있다.
네 번째는 우울의 단계로 상황과 상실에 대해 어떻게도 해볼 수 없는 무기력과 공허함으로 정서적 에너지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일상의 어떤 것에도 동기가 생기지 않는 상태가 된다. 이 시기를 경험하는 사람들에게는 ‘힘내!’라는 말 보다는 잔잔한 관심과 안부가 필요하다.
마지막은 수용의 단계가 온다. 상실, 자신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받아들이고 다시 적응을 하는 시기이다.
이런 과정은 최소 6개월이 걸리며, 어떤 사람은 훨씬 길어지기도 한다. 또한 이 과정은 결정적인 것이 아니라 순서와 단계가 뒤섞일수도 있고, 반복되면서 그 사이 무력감 등의 여러 감정이 섞이기도 한다.
또한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이 모든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로므로 상실을 경험한 사람을 위로하는 방식도 달라야한다. ‘힘내라는 말’,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하지 않겠느냐’는 말, ‘이 모든 것이 운이 없었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 전에 누구를 위한 말인지, 이 말이 지금 꼭 필요한 말인지, 이 말을 통해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진심으로 위로를 받을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아무말도 하지 않는 것이 섣부른 위로보다 나을때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상실보다 그 상실 경험을 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제 3자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 이미 너무도 큰 상처를 받은 사람들에게 섣부른 위로와 판단으로 2차, 3차 가해를 하는 것은 넘어져서 겨우 일어난 사람을 주저앉히는 것과 같다. 기다림의 시간, 버팀의 시간, 묵묵히 참아주는 역할이 지금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 역시 자신의 상실과 아픔을 타인의 강도와 시간으로 비교하지 않아야한다.
"남들은 훌훌 털고 잘 사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럴까?"
"1년이 지났으면 그만 잊어야하는데, 나는 왜 지금도 눈물이 날까?"
마음이 무너지려하고, 시간 장소 불문하고 눈물이 흐르고, 그리움이 강처럼 넘쳐서 일상회복이 힘든 자신을 책망하지 않았으면 한다.
상실은 잊는 것이 아니고, 잊을 수도 없다.
시간과 감정과 경험과 추억을 같이 했던 한 사람은 삶에서 매 순간 살아있고, 어느 곳에서든 떠오른다.
상실을 경험하고 그 사람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는 것 보다는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추억과, 그 사람이 주었던 좋았던, 행복했던 일을 얘기하면서 그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었는지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 사람을 생각하면 그리움으로 인해 눈물이 나지만, 좋고 감사했던 기억으로 웃음도 나야한다.
한 해 마무리, 그리고 또 한해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삶에 대해, 죽음에 대해, 그리고 가까이 있는 가족과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를 전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임을 경험하고 있다.
상실은 주변의 지지와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면 옅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일상으로의 복귀가 힘든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은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를 권해드린다.
(많은 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애도를 전하면서 무안사고 유가족을 위해 허그맘허그인 여수점은 1월 말일까지 사고유가족을 위한 무료상담을 진행하고자 하니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주세요. 061-686-3055 / 010-5815-30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