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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로 시집온 인도네시아 여성이 받은 '문화 충격'

"식당에서 식사 마친 후 빨리 나가야 해? 2차까지 간다고?"

  • 입력 2025.05.21 08:33
  • 수정 2025.05.21 08:36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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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인도네시아 식당 음식 ⓒ오문수
▲ 여수 인도네시아 식당 음식 ⓒ오문수

“우리 밥 다먹었으니까 2차 가자!”
“벌써 가자고? 2차가 뭐야?”
“응 치킨집 갈거야. 한국에서 2차는 기본이야”
“치킨집? 배부른데 또 먹어?”

위 대화는 인도네시아에서 여수로 시집온 여성이 처음 한국식당에 들렀을 때 남편과 한 대화다.

인도네시아 수도 수마트라에서 살고 있던 그녀는 유명 관광지인 발리로 여행하다가 우연히 영어로 발리에 대해 안내하게 됐다. 대화하며 서로 호감을 느낀 둘은 연인이 되어 휴가 때면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오가며 사랑의 성을 쌓아갔다. 사랑을 확인한 그녀는 사랑하기 때문에 남편만 믿고 여수로 시집왔다.

그녀가 한국으로 시집와서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건 식당에서 밥 먹은 직후 식당을 나가야 주인이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나라와 전혀 다른 풍습을 들은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처음에는 아주 충격적이었다. 누구랑 만나도 2차는 무조건 가야되는 문화? 그녀가 인도네시아의 음식 문화에 대해 설명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2차 문화가 없습니다. 누구를 만나 밥 먹으려면 대부분 한 식당에서 해결합니다. 우리나라 식당은 보통 다양한 메뉴를 팔고 심지어 디저트랑 음료수랑 커피도 같이 시킬 수 있습니다. 일단 음식 시키면서 음료수(주스 종류) 나 커피나 차를 같이 시켜야 합니다. 시키고 나면 음식도 바로 나오지 않습니다. 보통 30분 정도 기다려야 합니다.

대신에 음료수가 먼저 나오고, 어떤 로컬 식당에서 과자를 (한국 안주처럼) 식탁 위에 준비하는 식당도 있습니다. 당연히 인도네시아의 지역마다 조금 차이 있을수 있습니다. 그리고 음식 시킬 때, 몇 인분 기준으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1인분 음식 3명 먹어도 상관없습니다. 인도네시아 사람 특히 여자들은 먹는 양이 적어서, 1인분 음식을 나눠 먹는 경우도있습니다. 밥 먹는 자리에서 밥 먹으면서 이야기하고, 사진도 찍고, 인스타 올리는 게 기본입니다.”

▲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 노동자들 ⓒ오문수
▲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 노동자들 ⓒ오문수

인도네시아인들이 밥 먹을 때 피하는 주제는 '슬픈 이야기다' 즐거운 자리에서 슬픈 이야기는 분위기를 깰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일리 있는 얘기다.

인도네시아인들은 밥상머리에서 항상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단다. 술(와인이나 맥주) 마실 때도 축하하는 일이나 즐거운 시간 있을 때만 마신다. 음식이 늦게 나와도 아무 사람도 불평하지 않고 즐기면서 기다린다.

음식을 다 먹고 나면 바로 일어나지 않고 급하게 계산하고 나가지 않는다. 밥 먹고 나면 음료수도 천천히 마시면서 이야기하고 그다음으로 서빙 직원 눈 맞추면서 “Bill, Please!” 손 흔들면서 웃음으로 빌(bill) 달라고 한다.

친구들이랑 더 있고 싶으면 다른 활동 함께한 후 헤어진다. 만약 누군가 ”2차 가자”라고 말하면 방금 먹었던 음식이 많이 부족하거나 음식이 맛없다고 판단했을 때이다. 그녀가 처음 한국식당에서 겪은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한국식당에서 음식을 시키면 10분 안에 엄청 빠른 속도로 나옵니다. 그리고 한국식당에서 물은 그냥 주시고 술이랑 탄산음료만 팝니다. 식당 가면은 밥 최대한 빨리 먹고, 밥을 다 먹고나서 바로 계산하고 나가야 됩니다. 더 있으면 사장님 눈치 보이고 아주 불편합니다.”

근데 사장님 입장에서 생각하면 다음 손님을 받아야 하니 빨리빨리 자리 비우는게 좋다는 걸 알았다. 주문도 인분으로 시켜야 했다. 무슨 이유 있어도 무조건 한 사람 1인분씩으로 시켜야했다.

“처음에는 제가 많이 못 먹고 음식을 많이 남겼습니다. 제가 생각에는 양이 너무 많고, 일인분 시키는 것도 싫고 꼭 강제로 인분으로 시켜야되는 거 이해가 안 됐어요. 알고 보니 이 안에 아름다운 의미가 담고 있고, 한국 사람이 손님에게 대접할 때 음식을 푸짐하게 드려야 하는 풍습이라는 걸 알았어요”

한국에서 누구랑 만날 때 특히 술자리 있을 때는 2차가 필수라는 걸 알았다. 1차에서 밥을 먹고 2차로 가는 게 기본이다. 식당에서 밥 먹고 좀 더 있으면 조금 눈치가 보여 2차로 술집이나 카페나 간다. 천천히 이야기하면서 즐거운 이야기나 슬픈 이야기 나누는 게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국생활 5년 차인 그녀는 이제 적응이 되어 어떨 때는 아주 즐겁기까지 했다. 이제 한국식당에서 밥을 낭비하지 않고 아주 맛있게 잘 먹고, 인생 이야기도 하고 아주 좋단다.

그녀가 바람을 말했다.

“근데 한국에서 식당 사장님 눈치 안 보고 천천히 그리고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식당이 더 많이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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