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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킴 파스타에 묻힌 섬슐랭… 정작 ‘섬 음식’은 없었다

여수시 ‘2025 여수섬슐랭페스타’, 섬 정체성 부재 논란 휩싸여

  • 입력 2025.11.03 05:55
  • 수정 2025.11.03 07:32
  • 기자명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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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여수섬슐랭페스타에 참여한 내외귀빈과 관광객들이 섬슐랭 영상을 관람하고 있다. ⓒ조찬현
▲ 2025 여수섬슐랭페스타에 참여한 내외귀빈과 관광객들이 섬슐랭 영상을 관람하고 있다. ⓒ조찬현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를 앞두고 여수시가 야심차게 추진한 ‘2025 여수섬슐랭페스타’가 섬 음식 부재 논란에 휩싸였다.

여수시는 지난 11월 1일 여수세계박람회장 엑스포디지털갤러리에서 여수의 섬 음식과 청정 식재료를 주제로 한 미식 축제를 열었다. 전시·체험·공연이 어우러진 신규 관광형 미식축제로 기획됐지만, 현장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은 “섬 음식이 보이지 않는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섬슐랭이라는데 섬 음식은 안 보인다”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은 “섬슐랭페스타라 해서 여수 섬의 전통 음식들을 기대했는데, 파전·막걸리 같은 일반 음식 부스만 많았다”며 “섬별 특색이 드러나는 음식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거문도의 한가꾸갈치국이나 돌산의 해산물 요리 등 여수 섬마다 고유한 음식이 많은데, 그런 메뉴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며 “섬사람들이 직접 참여해 음식 문화를 보여주는 장이 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레이먼킴 토크쇼에 쏠린 관심…“섬 음식이 가려졌다”

▲ 레이먼킴이 섬슐랭에서 선보일 셰프들의 파스타 요리를 점검하고 있다. ⓒ조찬현
▲ 레이먼킴이 섬슐랭에서 선보일 셰프들의 파스타 요리를 점검하고 있다. ⓒ조찬현

축제의 흥행을 위해 초청된 셰프 레이먼킴의 ‘푸드 토크쇼’는 현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끌었다.

이날 토크쇼에는 50명이 사전 무료시식 예약으로 참여할 수 있었고, 대부분의 관람객이 이 프로그램에 집중했다.

시민들은 “섬 음식을 홍보하겠다는 축제에서 결국 레이먼킴의 파스타만 남았다”며 “섬 음식이 완전히 가려졌다”고 비판했다.

▲ 2025 여수섬슐랭페스타에서 레이먼킴이 선보인 파스타요리다. ⓒ조찬현
▲ 2025 여수섬슐랭페스타에서 레이먼킴이 선보인 파스타요리다. ⓒ조찬현

“섬 주민이 주인공 돼야”…기획 의도 무색

이번 축제는 원래 여수의 45개 유인도 섬에 사는 ‘손맛 장인’을 발굴하고, 섬별로 요리 경연을 펼치며 섬의 식문화를 알리기 위한 취지로 기획됐다. 그러나 실제 행사에서는 섬 주민의 참여가 거의 없었고, 청년 창업자나 일반 음식 판매 부스 중심으로 꾸려졌다.

행사 기획 관계자는 “애초에 섬 요리 대회를 중심으로 하려 했지만, 실행 단계에서 방향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한 시민은 “섬슐랭이라면 섬사람들이 주인공이 돼야 한다”며 “섬 음식을 맛보고 섬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장이 돼야 하는데, 그런 취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산 배분 논란도… “정작 음식엔 돈 안 써”

일부 참석자는 행사 예산이 약 1억 3천만 원으로, 이 중 상당 부분이 연예인 섭외비에 쓰였다고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부스 참가비도 대부분 무료로 제공돼 실질적인 음식 체험 프로그램은 부족했다”며 “섬 음식에 집중돼야 할 예산이 분산됐다”고 비판했다.

“섬의 투박한 엄마 손맛 사라져”… 차별성 부재

▲ 슬로우푸드한국협회 여수지부 회원들이 섬의 식재료를 활용한 전과 떡 톳밥이다. ⓒ조찬현
▲ 슬로우푸드한국협회 여수지부 회원들이 섬의 식재료를 활용한 전과 떡 톳밥이다. ⓒ조찬현

시민들은 “섬에서 나는 해초, 거북손, 어패류 등으로 만든 투박하지만 정겨운 음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섬슐랭이라기보다 일반 음식 박람회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한 중장년 관람객은 “섬 하면 고향과 어머니의 손맛이 떠오르는데, 이번 행사는 그런 감동이 전혀 없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시의원 “부족한 부분 보완해 내년 섬박람회 준비해야”

현장을 찾은 박성미 여수시의원은 “섬슐랭은 섬을 주제로 한 행사이기 때문에 내년 2026여수세계섬박람회를 앞두고 부족한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청년과 어르신이 함께 어울린 점은 긍정적이지만, 섬 특화 상품과 전통 음식 부문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여수 특산품 방풍나물과 홍합이 듬뿍 들어간 방풍해물전이다. ⓒ조찬현
▲ 여수 특산품 방풍나물과 홍합이 듬뿍 들어간 방풍해물전이다. ⓒ조찬현

여수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섬슐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섬의 음식, 섬 사람, 섬 문화가 주인공이 돼야 한다”며 “이대로라면 내년 세계섬박람회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여수 섬의 고유한 미식문화를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축제를 기대하고 이곳 행사장을 찾았던 관광객들과 여수 시민들을 씁쓸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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