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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그날 이후 나는 조금 달라졌다

예순을 앞두고, 나는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 입력 2025.12.31 15:20
  • 수정 2026.01.03 10:09
  • 기자명 김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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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아이에게 부탁한 작가가 된 미래 내 모습  ⓒ김용자
▲ 에이아이에게 부탁한 작가가 된 미래 내 모습 ⓒ김용자

2025년 12월 28일 새벽 2시 54분. 이 시간에 나는 혼자 앉아 있다. 며칠만 지나면 예순이 된다는 사실이 자꾸 시계를 보게 만든다. 가슴 안에는 아직도 자라고 있는 마음이 있는데, 여기저기 아픈 몸은 슬그머니 속도를 늦추라고 신호를 보낸다. 예순이라는 나이는, 마음과 몸이 서로를 확인하는 나이인지도 모르겠다.

2025년은 오십 대의 마지막 해였다. 가족의 시간은 요동쳤다. 아들의 결혼은 기쁨이었고, 막내의 갑작스러운 유럽 유학 소식은 놀라움이었다.

도전. 그날 이후 나는 조금 달라졌다. 이름처럼, 진짜 '용자'가 되어보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돌이켜보면 2025년의 많은 위기들은 기적처럼 조용히 지나갔다. 나라가 어수선했던 시간처럼 우리 가족도 크게 흔들렸지만,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그래서 2025년은 나에게 '감사의 해'로 남았다.

기억에 남는 장면들도 있다. 지난 5월, 남편의 회사 생활 30주년을 기념해 떠난 체코·헝가리·오스트리아 여행은 서로의 수고를 말없이 축하하던 깊은 시간이었다. 빈에서 마주한 클림트의 〈키스〉 앞에서는 오래 함께 견뎌온 세월이 황금빛으로 겹쳐 보였고, 아이들과 비디오테이프가 닳도록 보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시 잘츠부르크에서는 젊은 날이 노래처럼 되살아났다. 도나우 강은 흘러온 시간을 말없이 품고 있었고, 프라하의 골목길에서는 앞으로의 시간을 조심스럽게 그려보게 되었다.

일상의 자리에서도 작은 변화들이 이어졌다. 섬 해설사 교육을 이수하며 섬을 걸었고, 섬진강 백일장에 도전 하여 상도 받았고, 여름휴가로 부산에 있을 때는 세 번의 도전 끝에 받은 브런치 작가 선정 소식으로 얼마나 기뻤던지, 파도들마저 박수를 쳐주었다. 글이 책에 실렸고, 전시도 있었다. 이런 도전들로 인해 글에는 소질없다는 생각에 취미로만 하자던 마음이 용기가 나며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수미술관에서의 작품 전시 중, '나를 찾아가는 수업'을 들으며 미래의 나를 그려보는 시간이 있었다. 망설임 없이 향한 붓 끝에는 글을 쓰는 내가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것은 갑작스러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오래전부터 아주 깊은 곳에서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조용히 자라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 경험을 통해 한 가지를 분명히 알게 되었다. 중년 이후의 도전은 특별한 재능이나 대단한 용기가 있어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었다. 정보를 알고, 한 번 더 신청해보는 것에서 삶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시민기자 활동도, 글쓰기 수업도, 전시 참여도 처음엔 모두 '내가 해도 될까'라는 망설임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공공기관, 지역 문화재단, 언론사 홈페이지에는 생각보다 많은 참여의 문이 열려 있었다. 다만 그 정보는 적극적으로 찾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나는 글쓰기를 취미라 불러왔다. 가능성보다 현실을 먼저 계산해왔다. 그러나 그림 속의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던 미래의 얼굴이었다. 이제는 그 꿈에 조금 더 확신을 갖고 살아보려 한다.

젊은 날의 대부분을 가족을 위해 살았다. 나를 조금 잃어버리고 살았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아쉽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충분히 사랑했고, 성실하게 살아왔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정말 잘 살아왔다.

산책길에서 혼자 엉엉 울어본 날도 있었고, 젊은 시절부터 이어진 허리 통증은 여전히 삶을 시험한다. 하지만 희·노·애·락이 뒤섞인 이 모든 순간이 삶일 것이다. 이제는 그만 걱정하고, 그만 주저하고, 그만 뒤돌아보려 한다.

이제 예순이다. 조급하지 않게, 그러나 겁내지 말고 앞으로 걸어가 보려 한다. 도전하겠다고 마음먹은 나의 목록을, 나답게 하나씩 채워가고 싶다. 작년, 쉰여덟의 마지막 밤. 송구영신을 보내며 무심코 꺼낸 기도가 있었다.

"뉴스에 나가게 해주세요."

혹시 나쁜 일로 나가면 어쩌나 스스로를 말리기도 했지만, 그 기도는 뜻밖의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오십 대의 끝자락에 여수넷통뉴스에서 '올해의 시민기자상'이라는 이름으로 뉴스에 나가게 된 것이다. 밤을 새면서 썼던 도전의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얼떨떨하고 더 열심히 하라는 응원의 상일 것이다.

예순을 앞두고 돌아보니, 인생의 후반은 거창한 계획보다 작은 참여에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글쓰기 강좌 하나, 시민기자 지원 한 번, 문화 프로그램 신청 한 번이 삶의 방향을 바꿔놓았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있다면, 오늘 한 번쯤 지역 공지나 참여 게시판을 열어보길 권하고 싶다. 시작은 늘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다.

완전히 확신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예순을 앞두고 더 이상 미루지 않기로 했다. 다시 써보는 것.

다시 도전해보는 것. 인생은 예순부터라는 말을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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