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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특별기획] 외딴 섬살이, 여수 금죽도를 지키는 김채봉 씨 부부

김채봉 씨 부부 “외롭긴요, 마냥 행복하죠”

  • 입력 2026.01.29 07:00
  • 수정 2026.01.29 07:30
  • 기자명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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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금죽도, 김채봉 씨 부부가 자신의 집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조찬현
▲ 여수 금죽도, 김채봉 씨 부부가 자신의 집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조찬현

여수 앞바다의 작은 섬 금죽도. 정기 여객선도 없는 이 섬에 평생을 살아온 부부가 있다. 김채봉(75) 씨와 아내 정순희(70) 씨다. 김 씨에게 금죽도는 태어나 탯줄을 묻고, 다시 떠날 이유조차 없었던 삶의 전부다.

“여기서 태어났어요. 밖에 나가 살다가 다시 들어온 적도 있지만, 결국은 여기죠. 평생 나고 자란 데예요.”

“여기 살면 욕심 부릴 게 없어요”

▲ 여수 금죽도를 지키는 김채봉 씨 부부의 옛집이다. ⓒ조찬현
▲ 여수 금죽도를 지키는 김채봉 씨 부부의 옛집이다. ⓒ조찬현

27일 김 씨는 섬 옛집을 가리키며 담담히 말한다. 지금은 새로 지은 집에서 살지만, 그곳 역시 삶의 일부다. 섬에서의 하루는 자연의 리듬에 맞춰 흘러간다. 바다가 일터고, 집 앞마당이 세상이다.

하지만 섬살이가 늘 평온한 것만은 아니다. 전기가 끊기면 발전기를 돌려야 하고, 발전기가 멈추면 식수도 끊긴다. 물은 발전기로 끌어올려 써야 한다. “발전기 못 돌리면 물이 없어요.” 김 씨의 말은 현재 금죽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김 씨는 섬에서의 삶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답한다.

“좋은 거요? 행복한 거죠, 욕심이 없으니까.”

▲ 여수 금죽도 해안에는 파도에 밀려온 생활쓰레기가 가득하다. ⓒ조찬현
▲ 여수 금죽도 해안에는 파도에 밀려온 생활쓰레기가 가득하다. ⓒ조찬현
▲ 여수 금죽도 해안에는 파도에 밀려온 생활쓰레기가 가득하다. ⓒ조찬현
▲ 여수 금죽도 해안에는 파도에 밀려온 생활쓰레기가 가득하다. ⓒ조찬현

아내 정순희 씨 역시 같은 생각이다. 여수 시내 동산동에서 살다 결혼 후 금죽도로 들어온 지 20여 년. 초가집이던 시절부터 섬 생활을 함께해왔다.

“여기 살면 욕심 부릴 게 없어요. 그래서 얼굴이 편안한가 봐요.”

말끝에 웃음이 묻어난다.

부부에게 불편함이 없을 리 없다. 전기와 물, 의료 접근성은 늘 걱정이다. 몸이 아플 때면 육지로 나가야 하고, 생활 편의시설은 상상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선착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배가 접근하기 힘들다. 방파제 설계 문제와 섬을 오가는 사람이 없어 여객선 운항이 끊긴 지 오래다.

“유인도인데도 배가 안 와요. 사람이 적다고, 접근이 위험하다고… 그러니 더 안 오게 되는 거죠.”

▲ 여수 금죽도 탐방객들이 김채봉 씨 부부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조찬현
▲ 여수 금죽도 탐방객들이 김채봉 씨 부부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조찬현

고기잡이 환경도 예전 같지 않다. 도다리, 농어, 전어가 철마다 잡히긴 하지만, 해마다 어획량이 줄고 있다.

그럼에도 이 부부의 얼굴에는 묘한 평온이 깃들어 있다. 섬이 외롭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씨 부부는 고개를 젓는다.

“외롭긴요, 마냥 행복하죠.”

▲ 여수 금죽도 탐방객들이 가리비와 굴찜을 맛있게 먹는다. ⓒ조찬현
▲ 여수 금죽도 탐방객들이 가리비와 굴찜을 맛있게 먹는다. ⓒ조찬현

사진을 찍자며 나란히 선 두 사람은 쑥스러워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어깨를 맞댄다. 꾸밈없는 모습, 오래 함께 살아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편안함이다.

금죽도에는 이제 한 가구만이 남아 있다. 사람의 발길이 줄어들수록 섬은 더 조용해진다. 그러나 김채봉 씨 부부는 오늘도 섬을 떠날 생각이 없다. 욕심을 내려놓고,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삶이 이들에게는 이미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여수의 금죽도는 30여 분이면 섬 한 바퀴를 다 돌아볼 수 있는 아주 작은 섬이다. 그러나 그곳에는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고, 오늘도 삶은 이어지고 있다.

▲ 여수시 돌산읍 금봉리 금죽도 섬이다. ⓒ구글 캡처
▲ 여수시 돌산읍 금봉리 금죽도 섬이다. ⓒ구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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