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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설레임, 구례 화엄사 선홍빛 '홍매화' 수줍게 인사 건네

서너 송이 첫 꽃망울… 오는 3월 말경 '홍매화' 만개 전망
자장율사 사리 봉안한 '화엄 적멸보궁'과 소나무의 조화

  • 입력 2026.03.13 06:30
  • 수정 2026.03.13 07:29
  • 기자명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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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구례 화엄사 각황전 (우측 홍매화나무) ⓒ조찬현
▲ 전남 구례 화엄사 각황전 (우측 홍매화나무) ⓒ조찬현

봄을 알리는 매화의 향연이 시작된 전남 구례 화엄사에 전국 상춘객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짙은 붉은 빛을 자랑하는 '화엄사 화엄매(홍매화)'가 긴 겨울잠을 깨고 첫 꽃망울을 터뜨렸다.

지난 11일 찾은 화엄사 경내, 이미 만개하여 하얀 꽃구름을 만든 만월당의 백매화와 달리 각황전 옆 홍매화는 이제 막 개화를 시작한 모습이다. 방문객들의 간절한 기다림에 화답하듯 가지 끝에 매달린 서너 개의 선홍빛 꽃잎이 수줍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300년 역사의 '흑매', 3월 말 만개 전망

▲ 선홍빛 꽃잎이 수줍게 인사를 건네는 각황전 앞 홍매화 ⓒ조찬현
▲ 선홍빛 꽃잎이 수줍게 인사를 건네는 각황전 앞 홍매화 ⓒ조찬현

화엄사 홍매화는 정유재란 당시 소실된 절을 중건하며 희생된 스님들을 기리기 위해 심어진 나무로, 수령이 300년을 넘는다. 다른 홍매화보다 유독 붉은 빛이 짙어 '흑매(黑梅)'라는 별칭을 얻었으며, 지난해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지정유산 천연기념물로 승격되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의 개화 속도를 고려할 때 약 보름 뒤인 3월 말경이면 각황전 앞을 붉게 물들이는 만개한 장관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전남 구례 화엄사 대웅전 ⓒ조찬현
▲ 전남 구례 화엄사 대웅전 ⓒ조찬현

부처님의 진신을 모신 '적멸보궁'과 수호신 소나무

화엄사의 깊숙한 곳으로 발길을 옮기면 또 다른 성지인 적멸보궁을 마주하게 된다. 적멸보궁은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법당으로, 불상이 따로 없는 것이 특징이다.

화엄사 적멸보궁은 645년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님 진신사리 73과를 '사사자삼층석탑'에 봉안하며 조성되었다. 이곳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법당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노송들이다.

▲ 전남 구례 화엄시 적멸보궁 주변의 소나무 ⓒ조찬현
▲ 전남 구례 화엄시 적멸보궁 주변의 소나무 ⓒ조찬현

적멸보궁 주변의 소나무들은 마치 사리를 모신 탑을 호위하는 신장(神將)처럼 굽어보고 있다. 척박한 바위 틈에서도 천년의 고고함으로 기품 있게 뻗은 가지들은 화엄사의 유구한 역사와 인고의 시간을 상징한다.

사사자삼층석탑(국보)을 감싸 안듯 서 있는 소나무 군락은 적멸보궁 특유의 고요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람이 불 때면 들리는 솔바람 소리는 부처님의 설법처럼 사찰 전체에 울려 퍼진다.

적멸보궁 뒤편 삼성각에는 구례에서 가장 오래된 호랑이 그림이 있으며, 그곳에서 바라보는 화엄사 전경과 소나무의 능선은 구례 여행의 백미로 꼽힌다.

▲ 이미 만개하여 하얀 꽃구름을 만든 만월당의 백매화 ⓒ조찬현
▲ 이미 만개하여 하얀 꽃구름을 만든 만월당의 백매화 ⓒ조찬현

화엄사 홍매화 "기다림이 있어 더 애틋한 봄“

화엄사 홍매화를 보기 위해 사찰을 찾은 한 관광객은 "아직 만개 전이라 아쉽지만, 이제 막 피어난 꽃송이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느꼈다"라며 "만개할 즈음 또다시 찾아와서 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만나는 붉은 매화와 푸른 소나무의 대비는 올봄, 지친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건네고 있다.

[화엄사 방문 팁]
주요 볼거리 : 각황전(국보), 석등(국보), 사사자삼층석탑(국보)
추천 경로 : 만월당 백매화 → 각황전 홍매화 → 사사자삼층석탑(적멸보궁) → 삼성각
개화 절정 : 2026년 3월 25일 ~ 3월 말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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