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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0월 19일을 그냥 넘겨야만 하는가?

여수에서조차 푸대접이니, 관심에서 멀어지는 ‘여순사건’

  • 입력 2016.10.16 16:20
  • 수정 2016.10.16 16:27
  • 기자명 한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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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 자료사진 (사진제공 LIFE )

1019(십일구).  ‘10월 19일’
여수시민은 그리 마음이 편하지 않는 날이다. 여수가 '여수밤바다'로 전국 유명관광지가 되었어도 이날이 되면 마음이 편치 않다.

여순사건 자료사진 (사진제공 LIFE )

전국의 유흥업소가 1년 365일 다 영업을 해도 6월 6일 현충일은 모두 문을 닫는다. 어찌 그 날, 음주가무를 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10월 19일은 여수에서 만큼은 현충일처럼 숙연하게 지내야 하는 날이다. 바로 1948년 정부가 수립하면서 어수선할 때, '제주 4.3항쟁' 때문에 일어난 '여순사건' 발생일이어서다.

여순사건 자료사진 (사진제공 LIFE )

이날부터 여수 시가지가 진압된 10월 27일까지가 ‘여순사건’기간에 수 많은 희생이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그 이후 6.25 한국전쟁 때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시민들이 희생을 당했다. 정확한 수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제, 제주 4.3뿐 아니라 노근리, 거창 등은 실상이 밝혀지고, 그들을 추모하는 공원과 시설 등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여수는 68년이 지난 지금도 전국은 커녕 여수에서조차 드러내놓고 추모를 못하고 있다.

제주 4.3 평화공원
노근리 평화공원

여수시의 그 많은 조례 가운데 여순사건을 추모하기 위한 조례조차도 없다. 일부 민간단체가 하는 추모식에 여수시장은 참석하여 추모는 하지 않는다. 심지어 당일 동창회 모임에서 공차기를 하여 분노를 산 적도 있었다.

여수시장은 국회에서 여순사건 특별법이 제정되면 관련 행사를 하겠다고 한다. 여수시가 이러한데 정부가 성의를 보일 리 없고,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을 서두를 리가 없다.

여수시민을 비롯 전남동부지역의 많은 시민들이 희생당하고, 그 후손들은 연좌제로 고통을 받았던 여순사건 아닌가? 각 가정마다 이 때 쯤 제사가 많다. 실제 죽어서이기도 하지만 시신도 찾지 못한 채 집 나간 날을 기준으로 이즈음에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여순사건 자료사진 (사진제공 LIFE )

진압과정에서 이웃이 가리키는 손가락 때문에 희생을 당하면서 이웃 간의 불신, 많은 투서가 생겼다. 그 때 많은 지식인들이 목숨을 잃어서 "나서지 마라"는 말이 지금도 남아있고, 인재들이 많이 희생되었다.

어업 이민으로 일찌기 여수에 정착한 일본인이 1910년 이전에도 많았던 곳이 여수다. 일제 강점기와 그 이전의 시설들이 많은 지역이다. 그런데도 같은 항구도시인 목포나 군산에 비해 없는 것은 여순사건 진압과정에서 두 차례나 시가지에 큰불이 나서 모두 불타버렸기 때문이다.

여순사건 자료사진 (사진제공 LIFE )
여순사건 자료사진 (사진제공 LIFE )

이렇게 어마어마한 여순사건인데도 서울광화문에 세워진 역사박물관 연대표에조차 제주 4.3은 기록되어 있으나 여순사건은 없다.

여수에서 소홀히 여기는데 누가 관심을 가져주겠는가? 여수시민들은 드러내놓고 이 날을 기억해야 한다. 현충일처럼 조기를 달고, 다양한 추모 행사를 해야 마땅하다.

하루속히 조례를 만들어 지원 사업을 해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시청 조직에 '여순사건지원과'를 두어 법적 조치, 추모사업, 역사적 사실 조사와 관련 자료 수집, 진상규명, 명예회복, 문화예술작업, 교육과 답사 등 사업을 지원하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 우리의 아픈 역사가 결코 사라지게해서는 안된다. 후손이 기억하게 해야 한다. 우리 곁에 숨쉬게 해야 한다.

68년이 지난 지금, 그 때 관련되었거나 하다못해 지켜본 분들이 많이 돌아가시고 얼마 살아계시지 않는다. 인지를 할 수 있는 중학생 이상을 감안하면 80살이 넘었을 것이다. 시간이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여순사건 자료사진 (사진제공 LIFE )

여순사건을 연구하는 학자가 많이 나오고, 문학과 미술, 음악, 무용 등 예술작품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민관산학이 참여하는 재단이 만들어지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리고 재단에서 1019를 소재로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 또한 젊은 층에 전달력이 훨씬 뛰어난 기억장치가 될 것이다.

아~ 이렇게 푸념만 늘어놓고, 2016년 10월 19일도 그냥 넘어가야 하는가? 10월 19일이 돌아오는데 푸념밖에 못하다니 화가 난다. 아니 화보다 허탈감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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