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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휴식을 위한 자유로운 외출

[탐방] 돌산 ‘티가든’ ... 주말에 모인 사람들

  • 입력 2017.11.05 21:26
  • 수정 2017.11.06 17:53
  • 기자명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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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자유로운 외출이죠. 한 달에 한 번!”

“공간이 주는 편안함 때문에 아주 스페셜한 휴식이에요”

돌산 '티가든'에서 산책명상을 하는 사람들.  왜 이들은 자신만의  '특별한 외출' 이라 하는가? 

11월 첫 주말. 하나 둘 외딴 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한 달에 한 번 특별한 휴식을 찾아서 이곳에 왔단다. 그리고 홀로 찾아와 자유로운 외출을 즐긴다니 무엇을 하는 곳일까?

여수 돌산 둔전리의 저수지 위에 자리한 제법 깊숙한 공간 티가든(Tae Garden). 지도나 길 찾아주는 스마트폰 네비 검색에도 나오지 않는다.  ‘Tae Garden’은 그냥 영어로 주인장이 작게 써서 붙여둔 집 이름표일 뿐이다.

돌산 둔전리 저수지가 보이는 산 가슭의 '티가든(Tea Garden)  정문. 대문 왼쪽에 작은 이름표가 있다.

티가든. 주차장 너른 흔한 대형 간판에 ‘무슨가든’이라고 적힌 변두리 식당도 아니고, 호젓한 곳에 제법 고풍스럽게 꾸민 전통차를 파는 곳 또한 아니다.

마을길이 끝나는 곳의 산속 초입과 사람 사는 동네의 경계선에 자리 잡은 전원주택격이다. 산기슭과 작은 계곡을 그대로 살려 필요한 집만 몇 칸 들여놔 수 천평의 너른 곳의 자연스런 공간인데 특별하다. 퇴직 후에 멋있는 별장쯤으로 마련한 ‘저 푸른 초원위의 그림 같은 집’일까? 허나 산에서 만나는 사찰이거나 기도원쯤 자리해도 될 법한 곳이다.

그렇다고 사람이 일상적으로 거주하는 본격 생활공간도 아닌 것 같다. 주인장이 여수 시내에 거주하면서 십 수 년 간 잘 관리해 잔손이 많이 간 흔적을 어디서나 느낄 수 있다. 둘러보니 작은 계곡 건너 기슭에는 오래 가꿔온 너른 차밭이 있어 왜 이곳이 ‘티가든’인지 짐작이 간다.

지난 4일,  11월 첫 주말에 티가든에 모인 사람들이 식사와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며 주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주말에 찾아온 이들은 오후 한나절 이곳에서의 특별한 프로그램을 위해서 왔다. 오자마자 주인장이 준비해둔 식탁에 둘러 앉아 점심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얘길 들어보니 이들은 모두 이름을 부르지 않고 닉네임을 부르고 있었다.

주인장은 ‘해다운’님이라고 불렀다. 그의 얘기다.

“이곳은 유연한 명상프로그램을 자유스럽게 운영합니다. 모여서 식사도 나누고 차도 나눈 후에 본격적으로 한 두 시간 명상을 하죠. 명상 후에는 서로의 느낌을 얘기하고, 마무리는 음악과 시를 연주하거나 낭송하구요. 한나절 그렇게 보내고 갑니다. 

참가자는 2만원의 회비를 냅니다. 열 명 남짓 옵니다. 자유스럽게 시간이 되는대로 오지요. 숫자가 적기도 하구요. 구속력있게 프로그램을 딱딱하게 진행하진 않아요.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하는 명상을 즐기는 곳입니다. 여기 참여하려면 꼭 훈련이 필요하지도 않아요”

무슨 명상 프로그램일까?

“명상의 핵심은 그렇게 봐요. 지금 이 시간. 과연 우주는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하는가? 그걸 느껴 보면서 인식의 세계를 확장해 보는거죠”

명상의 집에서는 춤명상을 주로 한다.  물론 정적인 참선도 한다.  4일 '수피춤명상' 시간.

구체적인 답은 미룬다. 명상의 어떤 본질 얘기인지도 모르겠다. 주인장 해다운님이 주최자여서 호스트격이다. 안내하고 지도하니 사범님이라고 불러도 무방하겠다. 주인장을 도와주며 조교 역할은 자은님이 맡고 있었다.

그리고 찾아온 손님은 우주, 예다운, 송하, 지유, 자현, 소리... 서로 부르는 이름들이다. 흔히 부르는 김미경씨거나 이숙희씨거나 하지 않는다.

다른 것을 다 내려놓고자 하는 의미가 담겼다고 말한다. 사회적 역할과 지위에서 오는 사장님이니 부장님이니 원장님이니 혹 누구 엄마나 누구 부인이라는 호칭들도 여기선 내려놓는다. 이미 부르던 호칭들이 주는 기존의 정체성을 이곳까지 연장시키지 않으려는 탓이다.

익명성이 좋다. 하물며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되는 방종을 덮어주고 댓글 살상무기를 장착해 무차별 공격하는 데도 인터넷 익명이 그들을 숨겨주지 않던가?

여기선 숨겨주거나 숨을 이유가 없다. 대신에 ‘몰입’에 응용한다. 이들은 그 무엇도 개입하지 않고 명상에 몰입할 수 가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부르는 이름들로 인해 이들만의 인식세계 속에 함께 들어갈 수 있는 장치가 된다는 것이다.

오늘 한 분은 교통편 때문에 늦게 도착했다. 잠시 일행 중에 같이 왔으면 좋으련만 하면서 동승을 요청하려해도 오늘 참가자의 이름도 전화번호도 몰라 누구에게도 요청을 할 수가 없어서 불편하긴 했다. 이들은 여기서 특별히 누구의 전화번호도 누구의 개인 사정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 오래되면 자연스럽게 이름도, 사정도 알게 되지만 그래도 철저히 닉네임으로 통한다. 처음처럼 서로를 자유롭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몰입을 하기 위함이다.

먼저 식탁에 앉아 인사를 나누며 대화는 오늘 식탁에 오른 강황 쌀밥의 노란색깔 얘기부터 색다른 맛의 스프며, 채소의 소스에 관해서 자연스럽게 요리얘기가 말문을 열게 했다. 차의 역사, 차와 커피의 트랜드 변화도 잠시 주제가 되었다.

의외였다. 차담을 나누는데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낭만포차'는 이제 해양공원에서  옮기거나 아예 없애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다, 주제가 여수관광으로 옮겨왔다. 식탁에서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낭만포차’로 인한 부작용, 불편함을 토로했다. 의외였다. 낭만포차가 초창기 여수관광에 기여했을지 몰라도 자신들이 이용하고 바라보면서 느끼기에 이제는 아니다고 한다.

해양공원을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원래모습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낭만포차’는 현재의 위치에서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기자에게 언론에서 잘 다뤄야 한다는 주문으로 마무리하며 ‘명상의 집’으로 이동했다.

티가든 곳곳이  산책명상하기 좋다.

‘티가든’은 곳곳이 자연과 대화를 나누며 산책명상하기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들었다. 요란하게 무슨 대형 토목기계들이 동원돼 밀어내고 헐어서 들어선 정원이나 마당이 아니다. 아기자기하게 있는 공간 그대로를 살려 호미나 괭이쯤으로 꾸며놓은 솦 속의 아담한 정원 같은 곳이다. 이들은 산책 중에도 자연과 호흡하며 가볍게 돌며 춤추는 동작들을 하면서 이동했다.

이들은 티가든의 '명상의 집'으로 이동해 본격 춤영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30 명쯤 앉아서 조그마한 강의 듣기 좋은 '명상의 집'은 아무것도 배치되지 않은 텅 빈 공간이다. 두 면의 벽에 손을 들어 올려 책을 꺼내볼 수 있도록 선반위에는 책들이 꽂혀있다. 명상과 관련한 책들이 주다.

음악이 틀어지고, 정말 자유스럽게 몸을 움직이며 춤을 춘다. 춤이라기 보다는 운동전에 워밍업하는 분위기랄까 가벼운 스트레칭 같기도 하다.

춤명상의 시작이다. 명상을 가르치는 사범은 음악 속에 묻힌 소리로 가볍지만 단호하게 얘기했다.

 "우리 몸을 사랑합시다.  사랑스러운 내몸 ! "   몸의 중요성을 말하는  티가든 주인장 해다운(닉네임)님

“우리의 몸을 사랑합시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내 몸입니다. 가볍게! 편하게 해주세요. 아! 사랑스런 내 몸! 내가 이 세상에 제일 사랑스러워~”

무대에서 보여주는 춤이 아니다. 누굴 의식하면서 출 필요도 없다. 몸이 움직이는대로...

그들은 진정으로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몸짓을 했다. 웃으며 미소를 짓고 몸을 털어 준다. 팔을 휘젓는다. 엉덩이를 씰룩이다 트위스트로 돌아선다. 사뿐히 걸어보고 맴돌기도 한다. 한 팔씩 올렸다 내려 보고 양 팔을 휘젓기도 한다.

중국 여행길에 공원에서 본 몸동작도 보인다. 두 손을 허공에서 모아 가슴으로 끌어당기고 서서히 밀쳐낸다. 이제 웃음 대신 진지함이 묻어있다. 그런가하면 누구는 가벼운 막춤을 추기도 한다. 아무렇게나 춘다. 그래도 된다.

그냥 흔한 체조동작도 섞여있다. 자유롭고 신축성있게 다양한 형태다. 이는 모두 자신의 몸을 맘껏 사랑해주는 몸동작일 것이다.
상당시간 또 요가동작도 이어졌다. 요가 아니어도 좋다.  스트레칭도 좋다.

이곳 명상의 집에서 음악은 매우 중요하다. 바닥에 아무것도 없다. 단, 오디오 시스템은 놓여있다.

시간이 되자 음악이 바꿔진다. 둔탁한 타악기 반주가 곁들여져 경쾌하면서도 웅장함도 묻어난 음악이다. 오늘 특별 프로그램인 ‘수피춤’명상을 위한 음악이다.

수년간 춤명상 수련을 해온 해다운님의 지도에 따라 가볍게 몸을 돌리기 사작한다. 도는 방향으로 고개를 젖히고 팔은 바람개비 자세보다 낮춘다. 이제 한 손은 위로 올리고 다른 손은 아래로 내린 채 돈다. 방향을 바꿔가면서 꾸준히 돈다.

수피춤은 이란의 시인 메블라나 잘랄루딘 루미가 창시한 이슬람 신비주의 의식으로 알려졌다. 팔은 각각 하늘과 땅을 향하게 하면서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하늘에서는 우주와 합일을 이루고, 땅으로는 사랑이 흘러든다는 뜻이다. 돌다가 문득  자아가 광대한 우주에 포개지는 무아지경의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하는 춤이다.

해다운님의 설명으로 수피춤명상이 계속된다.

“회전에는 비밀이 있을지 모릅니다. 지구도 돌고 피도 몸속에서 돌고, 어쩌면 모든 게 다 돌죠. 자, 돌면서 한계를 느끼면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눈을 지긋이 감고 돈다. 옆 사람과 가볍게 부딪히기도 한다. 더러는 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땀 일까? 눈물인가?  눈가가 적셔지는 사람도 있다.  돌기 시작한지 한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간다.

수피춤을 추면서 돌다가 모두 주저 앉았다. 다 드러누워 수피춤 명상의 새로운 경험애 빠져드는 순간이다. .

그러더니 한 사람씩 바닥에 쓰러진다. 이제는 아무도 도는 사람은 없다. 모두 방바닥에서 쉬는데 어떤 사람은 정말 울기도 한다.

종교의식의 응용은 이곳에서 체험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슬람의 신비주의 의식이지만 우리가 명상으로 차용한 것이죠. 불교의 참선 명상도 여기선 마찬가지로 응용합니다. 어느 종교를 위한 의식이 아닌 우리의 영혼을 만나고자 하는 것이고, 인간의 영적인 영역에 대한 훈련이고 체험의 확대를 위해서 빌려온거죠”

그들은 수피댄스를 마친 후 춤추면서 느낀 감정들을 서로 얘기했다. 
자인, 해다운, 소리, 예다운, 지유, 송하, 우주, 자현...  여기서 누가 무슨 얘길 했단 구분은 무의미하다. 그냥 그들의 얘기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어떤 우주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다 어느 공간에 홀로였다. 뭔가 깊숙히 빨려 들어간 상태가 ‘몰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슬픔이나 환희가 특별히 느껴지진 않았다”

“수평선에 서 있다가 바다로 들어간 느낌이었다. 눈물이 났는데 슬픔이 아니고 행복감같은 거였다.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무대에 선 무용수가 어느 한 순간에 블랙홀에 빠진 느낌... 그러면서 더 이상 돌지 못한 상태가 돼서 쓰러졌다. 어지러운 가운데 슬픔이나 기쁨이라기 보다는 ‘감동’이란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은 게 밀려왔다”

"슬픔도 기쁨도 느꼈다. 혼재됐다고 해야 하나... " 

그들은 각자가 수피춤 명상 이후에 느낀 점을 나눴다. 정적인 명상이라든가 참선 같은 경험은 더러 하게 되는데 이들이 오늘 수피춤명상은 처음이었다. 대단한 고난도의 수련을 통해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처음 경험이지만 진지하게 명상에 참여해서 과연 어떤 세계인지를 느껴봤다. 그리고 느낌을 서로 나눴다.

이것은 특별한 휴식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자신만을 위한 특별한 공간으로의 초대이고 여기로 그들은 집에서 외출한 것이다.

느낌을 나누기 전에 이들은 모두 원형으로 가부좌한 자세로 무릎들이 닿게 둘러 앉아 옆 사람의 손을 꼭 잡았다. 잠시 서로를 느끼며 눈을 지긋이 감는다.

수피츰명상 후 서로 손을 맞잡고 교류하고 있다.

이들에게 손을 맞잡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피부가 서로 닿고 체온이 전달되는 것은 어떤 교류가 이뤄지는 것일까? 

영적세계의 교류라면 분명 이런 의식들은 종교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수피댄스는 이슬람종교에서 온 의식인가 보다.

이들은 종교의식으로서의 수피춤이 아닌 맑은 영혼을 닦아보려는 수련의 한 방편이다. 능숙하거나 숙련된 동작이 아니어도 좋고 처음이어도 무방하다. 이완과 휴식을 체험하는 것이다. 의식세계와 무의식세계도 함께 느껴보자는 것이다. 그들은 서로 합장 인사를 나누고 옆 사람과 깊고 강한 허그를 하면서 명상의 집에서의 프로그램을 마쳤다.

명상의 집에서 나와 다시 식탁에 둘러앉는다. 약 세 시간 가량의 수련을 마친 뒤라 허기진 배를 채우며 다시 차를 마셨다. ‘티가든’답다.

이때 참가자 한 사람이 시를 낭송했다. 자신의 시가 아닌 이병률의 시라고 말한다. 그말을 듣고서 기자는 ‘그가 시인이구나’ 하며 참가자 한 사람을 더 알았다.

마무리에 기타반주에 이병률의 시 '검은 물'이 낭송되고 있다. 이들은 시를, 시인을, 시의 느낌을  서로 나눴다.

이병률의 시 ‘검은 물’이 기타 반주에 낭송됐다. 
이들은 시에 대해, 시인에 대해 얘길 나누었다. 시를 듣고 느낀 감정들을 서로 말하고 들었다. 주말 이곳 티가든 프로그램은 그렇게 끝이 났다.

참가자 모두 한 목소리다. 어디서 경험하기 어려운 자기들만의 독특함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맘껏 즐겼다.

하지만 가벼운 우려도 있었다. 세상에서 색안경으로 보는, 뭔가 모르게 ‘사이비’운운하는 그런...

자신들의 특별한 휴식의 형태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럴 수 있으리라. 정해진 견고한 틀로 재단하려는 시각들이 우리사회에 널리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이들은 안다.

하지만 정신세계의 확장과 의식세계의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무엇이 벽이 되겠는가? 이들에게 벽은 없다. 모두 자유의 가치를 따르기 때문이다. 

세상의 정해진 시각들, 이들은 개의치 않는다. 드문 주제로 나눈 대화였지만 여수관광에서 ‘낭만포차’무용론을 꺼냈던 것도 같은 범주였다.

11월의 첫 주말 해가 서서히 떨어지면서 이들은 각자 집으로 갔다. 

자신만의 특별한 휴식을 간직하고. 
한 달 후 다시 이곳으로의 자유로운 외출을 기다리면서...

티가든 정원에서 걷기 명상중에 서로 대화도 나누며 츰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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