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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에서 가꾼 ‘춤추는 정원’, 책으로 펴낸 최미숙씨

새로운 방식의 삶에서 찾은 기쁨.. ‘환희’라는 필명 사용
정원 이름과 같은 책 ‘춤추는 정원’ 지난 5월에 발간
돌산 ‘춤추는 정원’에서 책 출간 기념 파티 후 본지에 연재

  • 입력 2019.06.05 10:28
  • 수정 2019.06.05 12:35
  • 기자명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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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앤섬 출간. '춤추는 정원'  환희(최미숙) 저. 15,000원

여수시 돌산읍에서 정원을 가꾸며 느낀 감동과 깨달음을 여성의 고요한 필치로 펴낸 춤추는 정원이 지난 5월에 출간돼 화제다.

저자 최미숙(55, 필명 '환희')씨는 여수에서 태어나 자라고 서울서 대학을 다녔다. 전북 익산에서 10년 정도 약사로 일했다. 고집 세고 강한 성격으로 세상과 부딪치던 저자에게 세상은 고통스러운 감옥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고통으로 인해 명상을 만났고, 명상의 길에서 지금의 정원을 만났다.

약사라는 직업을 접고 고향 여수에서 15년간 가꾼 정원 이야기를 책으로 썼다. 작가는 정원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제 자신의 내면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을 적었고, 또 세계와 관계를 맺고 사는 방식에 대한 고민들을 정리했다고 책의 내용을 소개했다.

출판사에서도 춤추는 정원을 이렇게 소개했다.

정원 일을 통해 저자는 여러 가지 삶의 모습과 자신이 내려놓지 못했던 마음의 문제를 깨닫는다. 정원을 통해 저자는 책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삶의 지혜를 알게 되었다. 정원의 노동과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통해 그리고 정원에서 만나는 인연들을 통해 명상을 할 때와 유사한 직관적 깨달음을 얻고, 내면에 늘 자리 잡고 있던 물음에 대한 답을 순간 얻기도 했다

춤추는 정원은 정원이름에서 따왔다. 여수 돌산읍 둔전리 봉수마을 끝 자락 산 입구에 자리한 춤추는 정원이야기다.

춤추는 정원의 정문

 

여수에서 돌산 방죽포 방면으로 가다보면 둔전리 들판을 만난다. 들판을 바라보는 폐교된 국도변 월암초등학교를 지나서 돌산중앙중학교 앞 삼거리에서 우측 들길로 봉수 마을을 통과해야 정원으로 들어갈 수가 있다.

지난 2일 돌산 봉수마을 끝자락 산중턱의 춤추는 정원을 찾았다. 군데군데 늦은 모내기가 한창인 들녘의 포장된 농로를 지나서 마을로 진입하는 언덕길을 거쳐 봉수마을로 들어서자 경로당과 정자 앞에 저수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마을 돌담마다 마삭줄 향이 맞아준다.

저수지 지나서부터는 맞은편 자동차를 만나면 길옆 집마당으로 피하던지 논밭 입구로 비켜주지 못하면 한참을 뒷걸음 쳐야하는 좁은 길이 춤추는 정원대문까지 이어진다. 정말 입구 길이 좁다.

봉수마을과 산이 닿는 곳에는 거기에 그렇게 넓은 정원이 있다니!’하며 정원관련 전문잡지 기자들이 취재 후 놀랐다는 넓은 정원이 봉화산과 연결돼 있다.

정원을 방문해 저자의 안내로 편안하게 정원의 느티나무 아래에 앉았다. 차를 따르는 저자에게 와서 직접 보니 생각보다 정원이 굉장히 넓다고 말을 건넸다.

저자 최미숙씨. 필명 '환희'

 

봉수마을과 산이 닿는 경계선에 위치하고 있죠. 실은 15년 전에 이렇게 정원을 폼나고 멋지게 꾸며야겠다하면서 여기 온 것은 아니었어요. 삶의 방식을 바꿔보자는 시도였어요. 약사로서 약국에서 약을 파는 일이 싫었어요. 평소 관심을 둔 명상을 하는 쉼터라든가, 수행하며 사는 공간 정도로 잘 가꿔보자 하면서 출발을 했죠

그랬던 것이 이렇게 무려 3천 평 넘는 멋진 정원이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들을 어느날 부터 단숨에 적어 내려갔다. 꾸밈도 없이 명상하며 정리된 내용들이어서 그냥 써내려갔다.  누군가와 함께 그 '기쁨'을 나누고 싶어 책으로 엮어졌다.

약사를 접고 이곳에서 공간을 가꾼다는 것은 실은 굉장히 적극적 선택이잖아요. 그런데 주변사람들 특히 남편도 제대로 이해를 못해주는 상황이기도 했는데, ‘무슨 수행처다이렇게 하게 되면 외부에서는 저 사람들은 뭐하지하겠더라구요.

저 역시도 남편(한의사)이 열심히 일하는데 나도 뭔가 노동을 통해 가꾸면서 수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수행과 겸할 수 있는 노동, 구체적으로 정원을 가꾸는 노동으로 정했죠. 근데 정원을 가꾸는 게 정말 재미있는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서 정원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가 변하고, 주변에서 보는 시각도 변하더라고요.

특히 나무가 크는 걸 보고는 더욱 그렇죠. 나무의 성장은 불과 몇 년이 지나면 거의 폭발적으로 성장하거든요. 이런 변화가 저한테는 큰 기쁨이었습니다. 이 기쁨을 나누고자 책을 펴냈고, 필명도 기쁨이란 뜻의 환희로 정했습니다

정원을 가꾸면서부터 그에게 자연은 스승이 되었다. 매일 매일 자연 속에서 자연의 말없는 가르침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니 자연스럽게 스승이 된 것이다.

그러나 적극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정원을 가꾸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좀 여유가 있고 시간이 지나서 나중에 정원에서 사는 게 일반적인 방식이라고 하는데 현실은 그게 쉽지가 않죠. 또 늙어선 힘이 없어서 정원 가꾸기를 제대로 못해요. 동기를 가져야 하거든요. 그래서 그 일환으로 제 책에 소품철학이라고 표현한 대목이 있어요

'춤추는 정원'에서 춤추는 저자. 정원 야외에서 춤은 석양에 제격이다.

 

인생의 무대를 바꾸려면 소품부터 바꾸란 얘기다. 단숨에 바꾸기는 쉽지 않은 탓에 그가 선택한 방법이다. 현재의 무대 소품을 하나씩 바꾸기 시작하면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무대 자체가 바뀌는 걸 경험하게 될 거란 얘기다.

소품이 갖춰지고 무대를 바꾸려는 정원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들려 줄 말은 없을까?  그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원을 만들지 말라고 조언한다.

본인의 작품을 만들어야죠. 나만의 정원,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게 중요해요. 저도 여기저기 많이 둘러봤지만 사람마다 취향이 다 다르더라고요. 개성이 다르니까 정원도 다 달라요.

저는 이 정원을 꾸밀 때도 어렵다는 생각을 안했어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니까. 그러다 잘못 돼서 다시 한 적도 있죠.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죠. 나무 여기다 심었다가 빼고, 이런 일이 정원을 가꾸는 재미의 연속이죠. 그러면서 자기만의 노하우도 가지게 되죠

그는 의외로 주변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두려워하는 걸 많이 봤다고 말했다. 완벽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면서 결국은 그 어떤 변화도 시도해보지 못하는 경우를 수없이 봐 왔다는 것이다.

춤추는 정원에는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냥 즐기려는 그의 삶의 방식들이 펼쳐져 있다. 어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그가 신비의 집을 장만하여 어떻게 가꾸어 왔는지 재밌는 이야기꾼처럼 실타래를 풀어 놓는다. 벌써 독자들로부터 '쉽게 읽힌다','단숨에 읽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서재 겸한 춤추는 방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도반들과 가끔 함께 어울린다.

 

애써 가꾼 정원이 작가만의 아쉬람이라고 안내를 해 준다. 두 세 차례 인도 여행마다 들른 영적인 장소 오쇼 아쉬람에서 평생 춰야할 춤을 다 추었던 곳. 자신만의 소박한 아쉬람을 꿈꾸면서 15년 동안 행복하게 정원을 가꾸어 온 저자는 그래서 그 곳을, 또 책 이름을 춤추는 정원이라 부른다.

저자는 본지에 춤추는 정원을 연재하기로 했다. 조만간 춤추는 정원에서 춤추는 정원책 출간 기념 정원파티를 갖는다. 그러고나서  곧바로 <여수넷통뉴스> 독자와 만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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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자리 2019-06-05 12:47:27
멋지셔라~~~
저 또한 예울마루에서. 함께 했던 시간 덕분에 지금도 즐겁답니다~^^
정원으로 찾아 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