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물메기! 여수를 알고 물메기를 알았다. 그런데 올해는 물메기 값이 어찌나 비싼지, 가격이 내리기를 기다리다, 살이 통통 가재미를 대신 구입해 말리기로 했다.
남편과 나는 낑낑대며 가재미 궤짝을 들고 와 우두리 집앞 바다로 내려가, 바닷물에 배를 따고, 창자를 꺼내 다시 집앞으로 들고 와, 펜스 울타리 위에 올려 놓고 물기를 뺐다. 오후 나절쯤 가재미를 뒤집어야 하는 시점에, 문득 펜스 사이사이에 끼어 놓고 싶어졌다.
"어! 가재미가 헤엄치네, 하늘에서 헤엄치네”
바다를 배경으로 한 펜스에 꽂혀진 가재미는 헤엄치듯 보여졌다.
가재미의 배를 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 힘든 과정을 잊게 하는 것은 뜻하지 않게 헤엄치는 가재미가 연출 된 것.
"이건 설치작품이야 설치작품!"
어찌나 신기하고 재미있던지, 요리저리 오고가며 감탄사와 함께 사진을 찍었던 기쁨으로 피로는 해소되었다.
그날 말린 꼬득꼬득한 우두리표 가재미는 시원한 냉동실에 보관되었고, 여기저기로 입양이 되어 살맛나는 여수생활을 지인들에게 전달해 주었다. 여수 사는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