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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수 "몇년째 태풍으로 쓰러진 작품 안타까워"

[특집기획②] 610 민주항쟁 32주년에 만난 최병수 작가
백야도 메탈정육점에서 만난 다양한 설치미술 작품
예술가 죽인 블랙리스트... 설치미술로 송곳같이 찌른 '블랙리스트 OUT'

  • 입력 2019.06.12 18:05
  • 수정 2019.07.04 22:59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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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도 메탈정육점 작업실 앞 펜션에 설치된 옷걸이와 옷꼬리 작품

대형 걸개그림 '한열이를 살려내라!'로 유명한 최병수 작가에게 87년 6월 11은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꿔놨다. 그날 신문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한 장의 사진을 보며 그는 피가 거꾸로 치솟는 것을 느꼈단다. 이후 이한열 열사의 대형걸개그림 초상화는 수많은 사람을 분노케하며 6월 항쟁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쓰러지고 방치된 최병수 작가의 작품들

설치미술가인 최작가는 2005년부터 여수와 인연을 맺은후 2006년 여수에서 터를 잡았다. 13년째 여수시민으로 살고 있다.

백야도에 있는 메탈정육점은 그의 창작실이다. 그는 “여기서 죽을 때 까지 작품 활동을 계속 하겠다”면서 “철판조각이 소재인 메탈아트는 기계처럼 시끄럽지만 다양한 각도로 보면 작품이 새롭게 보인다. 앞으로 작품을 사이 사이에 다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백야도 해안에 세워진 ‘성장한 야만’이란 작품은 유인원이 돌도끼로 시작해서 핵도끼로 바뀌어 점점 거칠어져 핵에 위협받는 위험에 처한 인류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몇 년째 태풍이 쓰러져 방치되고 있다

<한겨레신문> 1면기사로 소개된 백야도 해안에 세워진 ‘성장한 야만’이란 작품은 유인원이 돌도끼로 시작해서 핵도끼로 바뀌어 점점 거칠어져 핵에 위협받는 위험에 처한 인류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현재 몇 년째 태풍에 부러져 방치중이다. 시의 허가를 받지 않은 탓이다. 

촛불집회때 10톤이 넘는 철제 작품을 광화문 촛불광장에 설치했다. 사비를 털었다. 어려운 가운데도 1억넘는 큰 돈이 들었다. 특히 블랙리스트 작품은 미국에서 관심이 더 크다. MADE IN KOREA에서 영감을 얻었다. 1만명이 블랙리스트로 관리되는 것이 알려지면서 문화예술인들의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작품에 눈길이 멈췄다.

영양실조로 죽은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의 블랙리스트를 표현한 작품

블랙리스트가 죽인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최병수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를 나온 영화감독겸 시나리오 작가인 최고은 감독은 주인집에 음식좀 달라고 편지쓴 사람이다"면서 "지병으로 죽은것으로 알려졌지만 지원금이 끊져 영양실조로 죽은 시나리오 작가"라고 말했다. 당시 집주인에게 쓴 편지는 가슴을 아리게 한다.

“사모님 죄송합니다. 또 1층입니다.
사모님, 안녕하세요.
1층방입니다.
죄송해서 몇 번을 망설였는데...
저 쌀이랑 김치를 조금만 더 얻을 수 없을까요...
번번이 정말 죄송합니다.
2월 중하순에는 밀린 돈들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전기세 꼭 정산해 드릴 수 있게 하겠습니다.
기다리시게해서 죄송합니다.
항상 도와주셔서 정말 면목없고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1층 드림”

식객은 먹방에서 나왔다. 먹는 것이 중요한데 잘못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패러디한 작품

최작가는 또 날선 면도기에서 영감을 얻어 블랙리스트 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을 보며 소리꾼들은 혓바닥을 내고 사진을 찍는다. 이는 면도날에 혀가 잘린 격이다. 그는 이어 "다음주 미국 덴버에서 10월에 작품전시 요청이 와서 큐레이터가 오기로 했다"면서 "미국도 다 꼴통만 있는 거 아니라 정신이 살아있는 지역도 있다"라고 말했다.

식객은 먹방에서 영감을 얻었다.

"블랙리스트로 핍박받을 때 스트레스 받으니까 뉴스를 4년 정도 안본 것 같아. 뉴스를 안보니 소통이 안 돼. 어느날 TV를 보니 요리 프로그램을 하더라고. 처음엔 그것이 먹방인지 몰랐어. 어느 방송은 계속 요리방송을 하더라고. 먹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렇게 먹는 것에 올인해 딴생각 못하게 하는 건 아니다 싶더라고. 그래서 대가리를 잘라 해골로 만들고 거기에 포크를 박아 버린 거다. 먹방이 이 작품을 만든 거지. 먹는 것이 중요한데 잘못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패러디한 작품이야."
 

최병수 작가의 지옥도 작품

최작가 지옥도 보며 연상되는 죄인? 

한참 이슈가 되었던 518 망언과 장자연을 연상하는 지옥도는 죄지은 사람의 형벌을 일깨워 준다.

"MADE IN HELL이다. 나쁜 놈들이 많아 지옥도를 그려 달라 해서 새롭게 창조했어. 저승사자가 옆에 있고 죄지은 놈이 대장간에 담금질하는 '모루'를 들고 있어. 시민들에게 호응이 좋아. 5.18 광주 그림을 걸면 전두환이 떠오르지. 요즘 희지부지한 장자연을 붙이면 누가 떠오르겠나? 죄지은 그놈들 다 지옥갈거야."

머리에 똥채우기 작품은 변절자를 패러디한 작품

머리에 변채우기 작품은 변절자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사람머리가 변기로 변했어. 맨날 처먹고 대가리에 똥만 집어넣는 인간들이 있지 않나. 누구라고 말하기 싫어. 처먹고 막말하는 거야. 최병수도 헷가닥하면 이렇게 되는 거지.

우주포도는 지구에 갇혀살지 말고 좀 통 크게 살아라는 얘기다

우주포도는 통 크게 살아라는 얘기다. 그는 "우리가 우주족인데 작은 맨날 땅만 보고 살지 말고 우주를 보고 살아라"라며 "돈이 아무리 많으면 뭐하냐. 돈 몇푼가지고 째째하게 살지말라"고 일깨웠다.

박스 줍는 할머니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의 복지를 국가가 책임져야 함을 일깨운다
말풍선 아트는 96년부터 그가 최초로 만들어낸 현장미술이다. 환경운동용으로 만들어 그린피스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박스 줍는 할머니는 "할머니들이 노후에는 편히 쉬어야 하는데 나라가 복지가 안 되니 할머니들이 박스를 줍고 살아간다"며 "박스를 주워 하루 5000~7000원 버는데 젊을 때 개고생해서 후손들 살게 해준 사람들이 나이 들어 못산다. 이런 미래가 오면 되겠나?"라고 일갈했다.

게임이나 주입식 교육에 애들이 전부 기계가 되고 있다며 생각을 180도 돌려 상상으로 좀 재밌게 살자는 의미가 담겼다

한글로 만든 그의 작품을 보면 한글의 우수성이 돋보인다.

"상상은 180도로 돌려 생각해 봐. 상상하면 하늘도 날아다니지. 게임이나 주입식 교육에 애들이 전부 기계가 되고 있어. 상상으로 좀 재밌게 살자는 거야. 이게 뭐같나 원두막에서 쉬는 '쉼'자야. 우리 한글이 이렇게 멋있어. 이거 사람들이 되게 좋아해. 쉬지 못하고 바쁜척하고 일만 많이 하면 좋은 줄 알아. 최병수가 작품양이 엄청나. 그런데 이걸 바쁘게 많이 했을까? NO. 잘 쉬었기 때문이야. 좀 쉬어야 머리가 정리되어 창의력이 나오지."

원두막을 연상시키는 쉼자는 잘 쉬어야 머리가 정리되어 창의력이 나온다는 뜻이 담겼다
저절로 웃음이나는 한글 하하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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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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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rong91 2019-11-15 23:27:12
멋진 작품들입니다~^^
수서현 2019-06-15 08:12:49
백야도를 자주 가는데 다음에 갈 때는 작품들 자세히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기자님. 기사 중간에 '촛불집회때 10톤이 넘는 철제 작품을 광화문 촛불광장에 설치했다. 사비를 털었다. 어려운 가운데도 1억넘는 큰 돈이 들었다.'이 중복되어 있습니다. 확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