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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에서 항쟁으로' 여순의 아픔을 재정립하다

제2회 여순항쟁평화미술제, 15일 더마스 갤러리서 오프닝
여수, 순천, 제주, 광주 작가 25명이 풀어낸 지역의 역사

  • 입력 2020.10.15 21:40
  • 수정 2020.10.16 13:23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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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여순항쟁 평화미술제 개막식이 15일 오후 5시 마띠유호텔 지하에 위치한 더마스 갤러리에서 열렸다.

‘해원, 촛불을 켜다’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번 미술제는 ‘생명평화미술행동’이 주관하고 여수넷통뉴스와 여수뉴스타임즈의 후원으로 이뤄졌으며 여순항쟁과 제주4.3, 광주5.18 등 국가폭력의 실체를 담아 진실을 규명한다는 취지가 담겼다.

여수에서 활동하는 박금만, 정숙인 작가를 비롯해 순천, 광주, 제주에서 온 참여 작가 25명은 각자의 방식으로 여순항쟁과 광주5.18을 화폭에 담아 관객 앞에 내놓았다. 이들 작가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30년 넘게 활동 중인 베테랑 작가들이다.

기획에 참여하고 행사를 후원한 여수넷통뉴스 엄길수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여수와 순천, 광주 제주 작가들이 함께 한 이번 미술제를 축하했다.

여수넷통 엄길수 이사장

엄 이사장은 “1948년 여순항쟁이 일어난 지 72년이 흘렀다. 오늘 전시회는 여순항쟁 특별법 제정의 마중물로, 진상규명과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조례안이 하루빨리 제정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그리고 그 초석을 다지는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여수, 순천, 광주, 제주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제는 국회에서 반드시 여순항쟁 특별법이 제정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독창적인 방식으로 여순항쟁과 광주5.18을 표현한 작가들

홍성담 작가

광주에서 활동하는 홍성담 작가는 어릴 적부터 여순항쟁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홍 작가는 청년 시절 꾸준히 5.18등 국가폭력을 주제로 작품을 그려왔다. 그는 탄압을 받으면서도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1980년 광주를 담은 '민중항쟁도'부터 시작해 박근혜정부 시절 논란이 된 '세월오월도'를 발표하기도 했었다.

홍 작가는 “여순사건은 한국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라며 “여순사건으로 레드컴플렉스를 앞세운 빨갱이 사냥이 시작됐고 그 역사가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역사를 재인식하고 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성담 작가의 작품 '삶에 관하여'

순천의 이은영 작가는 문인화를 그려냈다. 그의 작품 제목은 ‘스스로 그러하다’ 이고 부제목은 ‘무자년 가을 사흘’이다. 무자년은 1948년을 뜻한다. 이 작가는 여순사건에서 희생된 일반 시민들에게 포커스를 맞췄다.

“작품 속 검은 채색을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된다. 산 자와 죽은 자일 수도 있고, 다른 이념을 지닌 사람들일 수도 있다 내 작품에는 두 개의 낙관이 찍혀있는데 낙관의 방향에 따라 그림은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과거 반란으로 규정된 여순사건이 항쟁으로 불리는 것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을 그려내려 했다. 가로로 보면 등을 맞댄 두 사람이지만 세로로 보면 등에 사람을 태우는 장난을 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여순사건 역시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돼야 한다.”

이은영 작가의 작품 '무자년의 가을 사흘'

광주가 고향인 주홍 작가는 한지에 찍은 판화 작품을 전시했다.

그의 작품 중 ‘5월의 소녀,소년 다시 걷다’ 작품은 1980년 5월의 희생자들을 기리며 만들어졌다. 무덤으로 가득한 무등산에서 바람처럼 걸어들어오는 소녀와 소년, 그들의 소원은 오직 하나, 다시 일어나 걷는 것이다. 이들은 주홍 작가의 작품을 통해 다시 걸을 수 있게 됐다.

주 작가는 “작품을 통해 당시 민간인 학살로 인해 무등산 아래 묻힌 광주 시민들을 애도하려 했다. 맨 밑에 철조망을 표현한 것도 또한 5.18과 4.3, 여순사건의 시초는 결국 분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주홍 작가 '5월의 소녀, 소년 다시 걷다'

작품 재료로 쓰인 한지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주 작가는 ‘빨갱이로 몰린 아버지로 인해 공직에 오르지 못한 지인이 만든 한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순항쟁을 주제로 한 전시회를 열기도 했으며 2년 전에는 KBS 다큐멘터리 ‘낙인’ 팀과 함께 여순항쟁으로 부모를 잃은 사람들을 광주에 초대하기도 했다. 이들 중 당시 할머니 등에 업혀 살아남은 갓난아이도 있었다.

성인이 된 후에도 그때의 기억을 온전히 떨쳐버리지 못해 힘들어하던 그들은 주홍 작가, 그리고 KBS 취재팀의 도움으로 마음 속 깊은 곳에 담아둔 아픔을 치유할 수 있었다.

 

제주에서도 여순항쟁을 표현한 작품 전시회 열려

주철희 역사학자

여순항쟁을 연구하는 주철희 역사학자도 전시장을 방문했다.

“72년동안 여순과 제주4.3항쟁 금기시했던 제주도도 ‘1948년 제주, 여순을 보다’라는 전시회를 오늘 개막했다. 여수 지역에서도 해마다 작가들의 참여가 늘어야 하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적은 수의 작가들이 참여해 아쉬운 점이 있다. 역사에 정의를 바로 세우기 전에는 상생과 화해, 평화가 존재할 수 없음을 알기에 오늘 참여하신 분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한걸음씩 진일보하시길 바란다.”

한편 제2회 여순항쟁 평화미술제 전시기간은 이달 24일까지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 반까지 운영된다.

이어 26일부터 내달 5일까지는 순천 문화의 거리 '금꽃길 갤러리'에서 전시된다.

전정호 판화 작품, 천도를 비옵니다
홍성민 '진혼, 불을 켜다'
제 2회 여순항쟁 평화미술제 참여 작가들과 개막식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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