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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시대, 언제쯤 관객과 함께 할 수 있을까

여수영재교육원 예술영재들의 오케스트라 연주회
처음 겪는 '비대면 연주회', 청중이 주는 긴장감도, 소통의 즐거움도 없어
코로나19로 일상의 소중함 깨달아, 성숙된 공동체의식을 세우는 계기가 돼

  • 입력 2020.10.16 13:08
  • 수정 2020.11.24 17:07
  • 기자명 박이남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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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예울마루소극장에서 언택트공연으로 개최된 여수영재교육원 연주회

지금 우리는 위드 코로나(WITH COVID19) 시대에 살고 있다.

사회 대부분의 영역에서 마스크 착용은 필수이고 다수가 밀집하는 행사는 사회의 안전을 해칠 수 있는 위험한 것으로 인식되어 문화예술 공연활동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지난 10일, 여수교육지원청에서 운영하는 여수영재교육원 예술영재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연주회(지휘 박승유)가 개최됐다. 그리고 텅 빈 객석을 마주하며 난생 처음으로 비대면 공연이라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연주회를 준비하는 동안 건강을 담보로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가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그 시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있으며 무엇보다 다양한 경험의 중요성이 너무나 크기에 예술영재들이 무대에서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의 기회가 꼭 필요했다.

연주회는 예술영재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감염병 발생의 예방과 대비책을 신중히 검토하며 진행됐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추이에 대응하여 연주회 일정을 세차례 연기하고, 관람인원을 좌석 간 거리두기를 위한 공연장 좌석 50%에서 무관중으로 변경했다. 6월에 계획했던 공연은 약 4개월이 지난 후에야 비대면으로나마 선보일 수 있었다.

객석에는 카메라맨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날의 연주는 많은 것들이 생소했다. 텅 빈 객석에는 중계를 위한 네 명의 카메라맨이 띄엄띄엄 자리할 뿐이었다. 관객만 없는 것이 아니었다. 관중들로부터 전달되던 팽팽한 긴장감도 없고, 음악을 매개로 정서를 주고 받으면서 모두를 하나로 묶던 유대감도 없었다. 녹음된 박수소리를 MR도 틀어보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았지만 리허설과 본 연주는 차이가 없었고 공연장은 너무나 조용하여 오히려 연주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공연 내내 기묘하면서도 복잡다단한 기분이 들었다. 청중과 마주치는 눈빛에서 느꼈던 긴장감, 모두 함께 음악을 공유하며 소통하는 즐거움이 그리웠다.

언택트 공연이 오프라인 공연 현장에서 주는 벅찬 감동과 희열을 대체할 수는 없다. 실수로 휴대폰 전원을 꺼놓지 않아 연주 도중 전화벨이 울리는 바람에 연주자들이 흩어진 집중력을 다시 모으느라 애쓰게 만들던, 당시엔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게 한 관객마저도 소중한 존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열린 마칭페스티벌 모습

몇몇의 관객이 일부러 공연장까지 찾아와서 연주회가 진행되는 바로 옆 로비 모니터를 통해 공연을 관람하는 웃지 못할 광경을 목격하기도 했다. 연주자가 관객을 그리워하는 만큼 관객도연주자를 그리워하고 있음을, 소통이 막혀버린 지금, 소통이 필요하다는 마음만은 서로 통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 우리는 계속해서 변화와 낯섦을 경험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의 생활방식을 배우고, 익숙했던 것들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는다.

예술인들에게는 무대에 서는 것이 일상이고,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은 공연 현장을 찾아와 무대에 몰입하며 즐기는 것이 일상이었다.

세계적 보건 대위기 상황 속에서도 언택트라는 새로운 방식의 공연 덕분에 예술인과 관객, 모두 여전히 무대를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무대를 통해 예술인은 관객의, 관객은 예술인의 빈자리를 절실히 실감한다.

관객이 없어도 모두 최선을 다해 연주한다

무대에서만이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개인 간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진 만큼 일상에서 인간관계에서 소외감을 느끼며 ‘우리’와 ‘소통’에 대한 갈망은 커지고 있다.

우리는 서로를 더욱 생각하고 그리워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와 ‘소통’의 진지한 고찰이 성숙한 공동체 의식으로 결실 맺길 바란다. 인간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기에 예측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한다.

 

박이남 음악감독은 여수공업고등학교 음악교사로 재직 중이다. 음악칼럼니스트로 다수의 글을 발표했다.

현재 여수영재교육원 음악감독과 앙상블여수 음악감독, 여수마칭페스티벌 추진위원장, 사단법인 한국음악교육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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