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은 10개의 회화 작품을 10곡의 음악으로 그려낸 묘사적 성격이 짙은 작품이다.
러시아 국민악파 5인조 중 한 사람인 무소르크스키는 슬라브 민족의 민속음악을 바탕으로 19세기 러시아 작곡가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작품들을 남겼다.
그의 작품 '전람회의 그림'은 무소르크스키의 절친한 친구이자 건축가 겸 화가였던 빅토르 하르트만의 유작전을 보고 느낀 감동을 피아노로 표현한 조곡이다.
'전람회의 그림'은 10개의 작품을 감상하는 형식으로 작품과 작품 사이에 5개의 프롬나드(promenadeㆍ산책이라는 뜻으로 그림 사이를 천천히 거니는 모습을 형상화)를 배열하여 감상자가 감흥을 느끼며 전시실을 이동하는 모습을 표현한 음악이다.
무소르크스키는 빅토르 하르트만의 작품을 감상한 후 음악 속에 빅토르의 작품 사이를 산책하듯이 걷는 모습을 담아내려 했다. 프롬나드는 곡 사이사이를 연결해주는 간주곡 정도라고 여기면 될 것 같다. '전람회의 그림'에는 프롬나드가 총 5번 나오는데 모두 조금씩 변주하여 다른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은 생전에 별다른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다 그의 사후 6년 림스키-코르사코프가 악보를 출판함으로써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재밌는 것은 작품의 성과를 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무소르크스키의 피아노 원작이 아니라 모리스 라벨의 관현악 편곡 버전이라는 점이다. 오늘날 연주회장에서 들을 수 있는 곡은 대부분 라벨의 이 편곡 버전으로 ‘프롬나드’ 역시 원곡보다 1개 줄어들었다.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에 대한 정석범 미술사학 박사의 설명을 인용한다.
“트럼펫 솔로로 시작되는 첫 번째 ‘프롬나드’에는 친구의 전시를 보러온 즐거움과 함께 먼저 떠난 친구의 죽음에 대한 애도의 감정이 압축적으로 표현돼 있다.
이 주제는 작품 내내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곡의 흐름을 이끌어간다. 설레는 마음으로 전시장을 둘러보는 듯한 느낌을 마치 스케치하듯 묘사한 이 작품은 드뷔시를 비롯한 후대의 작곡가들에게 현대음악을 향한 하나의 이정표가 됐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젊은 지휘자 박승유 지휘와 앙상블 여수(Ensemble Yeosu) 젊은 연주자들이 들려줄 ‘전람회의 그림’은 또 어떤 색채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11월 14일 오후 3시 예울마루 대극장
박이남 음악감독은 여수공업고등학교 음악교사로 재직 중이다. 음악칼럼니스트로 다수의 글을 발표했다.
현재 여수영재교육원 음악감독과 앙상블여수 음악감독, 여수마칭페스티벌 추진위원장, 사단법인 한국음악교육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