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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개미

  • 입력 2021.10.13 10:23
  • 기자명 김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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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개미

                      조계수

 

장날이면 신작로에서 들리는 핑갱 소리에 마동 아짐 얼굴에 꽃빛이 돌았다
왕대에서 한실까지 이십 리
달구지 끌고 오는 마동 아재가 두 집 살림 하는 것은 어그찬 모친이 순한 며느리 내 보낸 탓이다
눈이 펄펄 내리는 날 쫓겨난 아내 데려와 한실에 앉힌 것은 다섯 해 지난 봄날이었다
장날 하루를 살아도 사 남매를 둔 아짐은 늘 웃었다
어느날 배앓이를 한 아재가 일찍 나서지 못하자 해질녘 들이닥친 소실댁 기세 하늘을 찔렀다
마당가에 들깨를 털던 아짐은 어래미질을 했다 눈길 한번 주지않고
마른잎 깍지를 골라냈다
핑갱 소리 흔들며 돌아가는 달구지도
쳐다보지 않았다
송광 장터도 주암호에 잠기고 고향 사람 뿔뿔히 흩어졌다
스무 해 쯤 지나 들은 소식은 아재도 작은 댁도 세상 떠나자 알곡으로 남은
두 집 자식 거두며 산다고,
후후, 불어 가던 무정한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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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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