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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전쟁...'홧병' 다스리는 법

[주경심의 상담칼럼⑪]
엄마를 화나게 만드는 아이, 아이를 화나게 만드는 엄마!
'사랑받는 아이'로 키우겠다는 다짐 사라지고 화병만 쌓여
엄마가 자신의 감정 돌보면 아이와 관계도 좋아져

  • 입력 2022.01.16 18:27
  • 수정 2022.04.08 00:28
  • 기자명 주경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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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을 내는 아이 앞에서 20분을 못 넘기고 화를 내고 만다
▲짜증을 내는 아이 앞에서 20분을 못 넘기고 화를 내고 만다

이제 막 두 돌이 지난 지민이는 언제 울었냐는 듯 엄마인 유리씨를 보며 박꽃 같은 미소를 짓고 있다.

유리씨는 지민이의 웃는 모습에 이제까지 통제되지 않았던 화가 조금씩 가라앉고 있음을 느꼈다. 이후 언제나처럼 미안함과 죄책감, 자괴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출산 육아 ' 이렇게 힘들 줄이야...

자신은 어른이고 명색이 엄마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지민이가 이유없이 짜증을 낼 때 조금만 더 참았어야 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지만 오늘도 결국 20분을 못 넘기고 터지고 말았다.

유리씨는 이른 아침 남편이 출근하자마자 빨래, 청소, 젖병소독을 위해 바삐 움직인다. 아이가 깨기 전에 일을 끝내기 위함이다. 하지만 부산히 움직이는 소리에 지민이가 깨어버렸다.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한 아이는 쉽게 달래지지 않았고, 어지러진 거실만큼이나 유리씨의 감정과 생각 역시 어지러졌다.

결국 화를 내버리고 말았다. 울면서도 엄마 품으로 파고드는 지민이를 향해 욕설과 화를 내뱉으면서 속으로는 원망을 터트린 것에 대한 미안함과 자신에 대한 죄책감으로 복잡하다.

유리씨는 부모님에게 사랑 받지 못해 평생을 피해의식과 소외감을 안고 살았다. 결혼 전부터 내 아이에게만은 이런 감정을 물려주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누구보다 더 사랑받는 아이로 키울 자신이 있었는데 오히려 그보다 더한 상처를 지민이에게 주고 말아 내심 괴로웠다.

정답없는 육아전쟁...해법은?

▲ 도와주지 않는 남편은 점점 큰소리만 늘어간다
▲ 도와주지 않는 남편은 점점 큰소리만 늘어간다

유리씨는 자신이 엄마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핀잔만 날아들었다.

넌 엄마잖아.

네가 낳았고, 지민이가 엄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런 소리를 해.

엄마가 애를 못 보겠다는게 말이 돼!

친정부모님 역시 이해못할 답변이 돌아왔다.

우리 때는 더 가난하고 힘들어도 애를 넷, 다섯 다 키웠다.

애 낳아서 키워보니 이제 엄마가 좀 이해가 되니?

유리씨는 그때마다 결혼과 출산-육아가 이렇게 힘든 일이라는걸 미리 알았더라면 겁없이 결혼과 출산을 서두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후회한들 달라질게 없다. 무를 수도 없는 상황에서 유리씨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한동안 엄마를 보며 웃고 있는 지민이는 아무 반응 없는 엄마의 모습에서 뭔가 불안함을 감지했는지 입을 삐죽거리며 다시 울음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다. 지민이가 다시 울음을 터트린다면 유리씨는 그야말로 ’멘붕‘이 올 것 같았다. 그래서 지민이를 보며 마음속으로 빌었다.

울지 마! 제발.

유리씨는 지민이를 바로 안아주자니 참을성 없는 아이로 클까봐 걱정되고 마냥 지켜보자니 이미 한바탕 전쟁으로 기운이 빠질대로 빠진 상태라 화를 내면 무슨 일을 저지르고야 말 것 같아 갈등하고 있다. 이럴 때마다 옆에서 누군가 솔루션을 제공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상담을 하다보면 아이의 문제인지 어른의 문제인지 구분이 안되는 고민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유리씨처럼 아이 양육과정에서 화를 다스리지 못하고 손찌검을 할까봐 걱정하는 엄마들도 의외로 많다.

양육은 엄마라면 당연히 하는 일이고, 제대로 못해내는 사람이 부적응자 취급을 받다보니, 엄마가 산후우울증을 포함해 양육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온전히 해소하기란 쉽지 않다.

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감정이 쌓이면 통제할 수 없는 분노가 발생한다 ⓒ 주경심
▲감정이 쌓이면 통제할 수 없는 분노가 발생한다 ⓒ 주경심

국어사전에서 화는 ‘몹시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이라 정의된다. 사람이나 상황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고, 그로 인해 불편한 상태를 의미한다. 화가 났을 때 고함, 욕설, 두통, 소화증상, 가슴 떨림, 번열증, 입마름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의 화를 넘어 통제할 수 없는 수준의 분노와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초래한다면 반드시 원인을 찾고, 환경개선에 대한 솔루션 및 치료를 받아야한다. 조절되지 않으면 화병이 된다. 흔히 '홧병'으로 부른다.

’화병‘은 억울하고 분한 일이 생겼을 때 그 스트레스를 풀지 못한 채 담아둬서 생기는 병을 말한다. 미국정신건강편람인 DSM-5에 ‘Hwa-byung’로 표기되어 있는 화병은 한국의 가부장적 문화가 만들어낸 질환으로 번역없이 ‘화병’ 그대로 표기했다.

주부들이 가장 많이 겪는 화병을 최근에는 취업문제, 입시, 학업 등으로 인해 점점 저연령화되고 있고, 다양한 연령층에서 화병을 경험하고 있다.

다음은 화병을 간단히 점검해 볼 수 있는 자가진단문항이며 이중 2~3개 이상 해당이 된다면 평소에 화를 참고 생활할 가능성이 높다.

1. 밤에 잠을 잘 못자거나, 자고 나도 개운하지 않다.
2. 신경이 예민해져서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난다
3. 두통이 생긴다.
4. 소화가 잘 안 된다.
5. 숨이 쉽게 차오른다.
6. 화가 나면 얼굴과 온 몸이 열이 오른다.
7. 가슴이 두근거린다.
8. 의욕이 없다.
9. 명치끝이 딱딱하게 느껴진다.
10. 혓바늘이 돋아 음식을 삼키기 힘들다.

출처: 동국제약 블로그

화를 다스리는 방법

감정에 솔직하지만 화를 다스려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감정에 솔직하지만 화를 다스려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그렇다면 화는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먼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자신만의 취미생활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 운동으로 신체기능을 증가시키는 방법, 좋은 사람과 즐거운 대화를 하는 것,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힐링되는 음악을 듣는 방법 등이 있다.

둘째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많은 가정에서 아이들의 “NO”를 허용하지 않고, 때로는 감정이 격해져 울고 있는 아이 앞에서 “울지 마! 우는 거 아니야! 뭐가 슬프다고 울어!”라고 감정을 거부하라고 명령한다.

그러다보면 아이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 당할까, 비난 받을까봐 표현 못한다.  또 표현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에 점점 입을 닫고, 나아가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게 된다.

쓰레기를 쌓아두면 악취가 나고 벌레가 끓듯이 감정도 쌓아두면 악취와 부작용을 초래한다.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 쌓인 화를 애먼 상황이나 대상에 푸는 것, 화 때문에 하는 음주와 흡연, 충동적인 쇼핑과 행동들은 풀지 못한 감정의 결과물이다.

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예방을 위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규칙을 적용하면 좋다.

▲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없음을 인정하자▲ 관계에서는 얻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것도 있음을 알자 ▲ 세상에 아무리 귀한 사람이 있어도 0순위는 ‘나’여야 한다 ▲ 생각보다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 내가 듣기 싫은 말은 남에게도 하지 말자.

위에 나열된 사항만 지켜도 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절반은 줄일 수 있다.

타인이 나의 감정을 살펴주고 돌봐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서운해 하기 전에 나는 나를 잘 돌보고 있는지를 살펴야한다. 자신이 보호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이 자신을 돌보는 ‘selfcare’ 가 필요하다.

그리고 환경의 변화 관계의 변화, 생각의 변화를 통해 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더 이상 화로 인해 나를 상처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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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맘 2022-01-17 20:31:21
육아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인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금빛바다 2022-01-17 12:36:12
좋은글 감사합니다. 칼럼을 읽다보면 제 자신을 가만히 돌아보게 되고 힐링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화를 잘 다스리고 힘내서 또 하루를 살아갑니다.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