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은 어른이 된다고 저절로 생기는게 아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가르치는 어린시절 '사회성'의 중요성을 일컫는 말이다.
33세 박대범(가명)씨는 동료들과의 관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한 달째 술에 의존해 살고 있다. 눈만 뜨면 술을 마시는 다 큰 아들을 어머니는 혼도 내보고, 부탁도 해봤지만 날이 갈수록 그의 음주량은 늘어갔다.
대범씨가 직장을 그만둔 건 처음이 아니다. 벌써 세 번째다. 하나같이 원만하지 못한 관계가 원인이다. 일에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동료들과 원만하지 못했다. 다 같이 웃고 떠드는 자리에서도 대범씨가 말을 하면 분위기가 흐트러지고, 가벼운 모임인데도 자신만 소외된다는 것을 느꼈다.
'일'은 잘하는데 관계에서는 '노답'
그렇다고 자신을 왜 부르지 않았는지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런 얘기를 나눌만한 친구도 없었다. 대범씨는 자신이 지나치게 예민한 탓으로 결론내리고 더욱 일에 매진했지만 관계에 어려움이 생기고 나면 일에 대한 몰입도도 떨어졌다. 그래도 일만 잘하면 언젠가 동료들도 자신을 인정해 줄 것이라 믿었기에 자신을 다독이며 직장생활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인사평가에서 동료들이 자신을 낮게 평가하고 승진하지 못하자, 대범씨의 생활은 완전히 달라졌다. 자신을 누가 싫어하는지, 왜 점수를 낮게 줬는지 궁금했고, 누군지 안다면 가만두지 않으리라 다짐도 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주변사람들을 살피기 시작했고, 흔하게 버려지는 이면지 종이 한 장도 놓치지 않고 검열하게 되었다.
대범씨의 이런 행동들 때문에 직장 동료들 역시 불편하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러잖아도 눈치 없고 사회성 없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후배가 힘들다고 말하면 위로보다 비난을 먼저 했고, 생각 없이 말을 던져 분위기를 망쳐버리곤 했다. 그런 대범씨에게 누군가 질문을 던지자 대범씨는 버럭 화를 냈다.
대범씨는 살아오면서 위로받아본 적 있어요?
왜 나를 나약한 사람으로 몰아가요?
그 뒤로는 누구도 대범씨에게 일 외에는 말을 걸지 않았다. 모두들 그는 일은 잘하지만 관계에서는 '노답'이라며 불편해했다. 리더십이 중요한 승진에서 누락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이제 자신을 낮게 평가한 직원을 찾겠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는 그를 보면서 동료들은 그나마 조금이라고 남아있던 미안함이 사라졌다. 또 "점수를 낮게 주기를 잘했다. 대범씨의 집착이 무섭다"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사회성이란 심리학적 의미는 사회생활을 하려고 하는 인간의 근본 성질이나 인격, 혹은 성격 분류에 나타나는 특성의 하나로, 사회에 적응하는 개인의 소질이나 능력, 대인 관계의 원만성 따위를 말한다.
사회성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나이를 먹었다고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능력도 아니고, 사회성이 만들어지는 기본은 가정 안에서 부모와의 상호작용부터 시작된다.
신체는 선천적으로 부모가 물려주지만 사회성과 정서는 후천적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부모와 놀이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기중심성으로 ‘내 것’만을 주장함으로 인해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갈등이 생기게 된다. 그럴 때 부모는 아이가 경험하는 가장 작은 사회이면서 어떤 것도 연습할 수 있는 대상이어야 한다. 아이가 말문이 트이고 자기표현을 할 수 있다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놀잇감을 선정하고 아이들과 놀아주면서 놀이에 필요한 규칙과 방법도 알려주고 상대방의 입장과 감정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왜 놀이일까? 놀이를 통해 사회성을 가르치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성이나 정서는 단어가 아닌 행동과 태도를 통해 배운다는 사실이다. 즉 사회성은 문장으로 개념화할 수는 있지만 분명하고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사회성이 내포하는 의미는 크다. 또 사람마다 사회성을 배우는 방식과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자기표현이 아직 서툴고 세련되지 못한 아이들에게 있어 놀이는 다양한 역할을 체험해 볼 수 있고, 규칙이나 역할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놀이이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굳이 검열하지 않고 꺼내 놓을 수 있다.
그리고 굳이 시간을 내서 놀이를 하는 것도 좋지만 일상생활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나, 엄마와 같이 보는 드라마나 예능을 보면서 틈나는 대로 마음을 읽어주고, 문제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타인의 입장이나 생각을 미루어 짐작 해보고, 그 안에 필요한 사회적 기술을 행동이나 태도, 말로 표현해 보는 것이 사회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
공감없고, 비난속에 형성된 자아의 위험성
대범씨의 경우 장사를 하던 부모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빴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터울이 많은 여동생이 있었지만 대범씨에게 있어 동생은 돌봐야 할 대상이었지 자신의 문제를 나누거나, 해결을 위한 상호작용 상대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보니 대범씨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자신의 입장과 생각만 고려하게 되면서 감정보다는 역할에만 충실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학교에 들어가서 친구 사이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기 보다는 “왜 남들처럼 평탄하게 학교를 다니지 못하냐?”고 비난하는 부모님으로 인해 문제가 생겨도 말하지 않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체화해 버린다. 학생으로서 필요한 역할이 아니면 표현하지 않게 되어 버렸다.
그리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도 관계가 가능한 게임에 집중해 사람들과 부딪히고 협동이 필요한 활동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에서 대범씨를 향해 “대범이는 왜 말이 없어요?” ,“대범이는 인사를 잘 안하네요? 대범이는 쑥스러움을 많이 타나 봐요”라고 피드백을 해오면 노골적으로 불쾌해 하는 대범씨.
이제껏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감정을 어떻게 읽고 표현하며, 타인이 감정표현을 할 때는 어떻게 반응해 줘야하는지를 한 번도 가르쳐준 적 없던 부모님이 대범씨에게 비난과 함께 던진 부정적인 피드백은 대범씨가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상처가 되었다. 그 상처가 쌓이고 쌓여 어느새 또 하나의 자아가 되어버렸다.
대범씨 뿐만 아니라 많은 성인들이 사회생활에서 '일'보다 '관계'적인 부분에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상사를 보면 심장이 벌렁거려서 숨이 잘 안 쉬어지는 사람, 어려운 일이 있어도 표현하지 못한 채 꾹 참기만 하는 사람, 상대방이 어떤 요구를 해와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 나는 상대방에게 어떤 부탁도 하지 못하는 사람, 항상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는 사람 등...
사회성이 위협당하는 시대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취학자녀를 둔 부모들의 고민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온라인 수업시간과 공간을 가리지 않고 침범해 오는 안전에 대한 위협, 그리고 사람을 만날 수 없어 발달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사회성 때문이다.
그렇기에 부모역할이 더욱 중요해 졌다. 사회성은 부모와의 신뢰에서 시작해 결국 세상과의 신뢰로 마무리 된다. 소통하는 아이, 표현하는 아이, 배려하는 아이, 수용 받는 아이, 이해하는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지금 바로 부모가 아이와 놀이를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부모들은 너무 바쁘다. 그리고 어쩌면 본인도 체계적으로 배워 본적 없고 경험해본 적 없는 사회성을 아이에게 가르쳐 준다는 것이 겁나는 일 일수 있다.
그래서 취학아동을 대상으로 사회성 향상 놀이집단을 운영한다는 소문을 듣고 생각보다 많은 부모님들이 문의를 주셨다. 낯선 상황, 낯선 사람에 적응하고, 놀잇감으로 서로 얘기하고, 규칙을 따라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은 성장해 가고 있었다. 당연히 모든 것을 혼자 다 차지하고, 내 맘대로 하던 것들을 어쩔 수 없이 친구들과 나누고 양보하면서 사회성을 배우게 된다.
사회성은 바로 이런 것이다. 직접 눈 맞추고 소통하면서 편견과 선입견을 떨쳐버리고 보편성을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맛 본 사회성이 아이들의 학교생활, 나아가 사회생활에서 관계를 시작해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작은 씨앗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