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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칼럼] 질문 없는 사회의 아픔을 아시나요?

우리 사회는 지금도 질문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 입력 2022.08.18 11:02
  • 수정 2022.08.18 11:51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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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뚱한 질문과 대답에서 새로움은 빛을 발한다.
▲ 엉뚱한 질문과 대답에서 새로움은 빛을 발한다.

질문 없는 사회의 아픔을 아는가? 아이들에게서 질문을 빼앗아간 것은 다름 아닌 시험이다. 그 시험은 아이의 호기심, 상상력, 창의력까지 모두 죽인 제도이다.

아이들이 그 시험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그와의 사랑도 오래 이어가지 못하고 머지않아 그를 싫어한다. 그런데도 다수의 국민은 시험을 밥이나 공기보다도 더 소중하게 여기며 사랑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할 뿐이다.

아이들에게 왜 시험이 문제냐고 물어보았다. 그들은 ‘시험은 각자의 생각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라 교과서에 나온 정답만을 고르게 하기 때문이다’고 답한다. 배우면 배울수록 생각이 또 다른 생각을 낳아야 하는데 무슨 일인지 공부를 할수록 생각은 틀 안에 갇혀 더 딱딱해진다는 것이다.

혹여 엉뚱한 질문을 하면 꾸중이 보상처럼 뒤따른다. 그 꾸중은 생각을 죽이고, 그 죽은 생각은 자아를 잃어버리게 한다. 모든 사람은 자유 영혼을 지니고 있다. 그 목소리는 언제나 생명이 있어야 한다. 그 목소리를 내지 못했을 때, 개개인은 외로움 속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 고독은 희망을 찾고자 몸부림만 칠 뿐 더 이상 존재해야 할 이유를 잃어버리게 한다.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그거야말로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아가는 출발점이다. 혹 카스텔리오를 아는가? 그는 신정국가(神政國家)를 건설한 칼뱅(1509~1564)의 독재와 폭력에 맞서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옹호하며 관용을 부르짖은 위대한 인문주의자이다.

▲ 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게 하나요?
▲ 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게 하나요?

그는 이단자에 대하여 질문한다. 그리고 답한다. 이단자란 기독교 신앙의 기본 원칙을 인정하지만, 그 지배적인 형태가 아닌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즉 다수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그는 이단이란 절대적 개념이 아닌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그는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를 주장하다가 칼뱅에 의해 화형에 처해진다. 그는 하나뿐인 생명을 잃어버렸지만, 그의 정신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에게 삶의 길잡이가 되고 있다.

삶에서 질문이 없으면 그 삶은 죽은 삶이다. 매 순간 질문이 있어야 오늘이 있고 내일도 있다.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아르키메니데스도,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튼도, 상대성 이론을 발견한 아인슈타인도 그 호기심과 질문으로 삶을 대면했기에 이름을 세상에 남겼던 것이다.

오늘도 카스텔리오의 영혼은 곳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왜요?", "왜 안 되지요?", "이의 있어요." 라는 질문을 던지며 삶의 모순을 말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스티븐 잡스, 페이스북과 마크 저커버그, 카카오톡과 김범수 등 그들은 오늘이 있기까지 다른 사람보다 앞서 질문을 던지며 삶을 비틀어 보았던 것이다.

질문이 생략된 삶은 구속이요 부자유이다. 정체된 사회는 하나의 정답만을 따르게 하며 자아를 분열시킨다. 나답게 살고 싶다면 질문하고 또 질문하라. 그러면 또 다른 자아가 꿈틀거릴 것이다. 그리고 마음에도 걸음에도 행동에도 날개가 돋아 창공을 향해 자유롭게 날 수 있을 것이다.

▲ 나답게 살고 싶다면 질문하고 또 질문하라. 그러면 또 다른 자아가 꿈틀거릴 것이다.
▲ 나답게 살고 싶다면 질문하고 또 질문하라. 그러면 또 다른 자아가 꿈틀거릴 것이다.

어떤 주장이나 의견이 생명을 얻기까지는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것이 마침내 참되고 정당성을 갖기까지 자신의 의견을 거듭 말하는 일을 멈추어서는 안된다. 그렇게 한 주장이 생명력을 얻기까지는 하늘에서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도 질문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좋은 생각이나 대안이 있어도 바위처럼 무겁게 말을 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이 마치 미덕인 양 오늘도 내일도 숨죽여가며 말없이 일만 할 것이다. 이런 사회를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것에 대하여 이의(異議)를 제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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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2-08-20 19:22:39
쿙이 2022-08-19 21:12:34
아직도 숨죽이는 자세를 지녀서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