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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보라·하얀 송편... '서시장 주부떡집'은 문전성시

추석 명절이 성큼, 오랜만에 활기 찾은 떡집 풍경
송편값 ”작년하고 똑같아요, 1kg에 1만 원입니다“

  • 입력 2023.09.12 06:45
  • 수정 2023.09.12 07:29
  • 기자명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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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장 주부떡집, 송편 찜기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조찬현
▲서시장 주부떡집, 송편 찜기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조찬현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오랜만에 떡집은 활기를 되찾았다.

7일 찾아간 여수 서시장 주부떡집, 찜기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30분이 지나자 송편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호박을 품은 노랑 송편, 자주색 고구마로 만든 보라 송편, 멥쌀로 빚은 하얀 송편이다.

40년째 송편 빚어, 여수 서시장 주부떡집 김덕기씨 부부

▲여수 서시장 주부떡집 김덕기씨 부부가 송편을 빚고 있다. ⓒ조찬현
▲여수 서시장 주부떡집 김덕기씨 부부가 송편을 빚고 있다. ⓒ조찬현

추석 대표 음식은 송편이다.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송편을 빚어야 추석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전도 지지고 나물도 무친다. 이들 음식을 푸짐하게 만들어 이웃과 나눈다.

요즘은 떡방앗간에서 기계로 뽑은 송편이 대세다. 며느리와 가족들의 수고로움은 덜었지만, 옛 정취는 사라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계 송편을 손으로 한 번 더 빚어 모양과 풍미가 더해진 송편이 있어서다.

옛 속담에 ‘처녀가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좋은 신랑을 만나고, 임산부가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다’라고 했다.

▲갓 쪄낸 노랑, 보라, 하얀 송편이 있는 떡집 풍경이다. ⓒ조찬현
▲갓 쪄낸 노랑, 보라, 하얀 송편이 있는 떡집 풍경이다. ⓒ조찬현

갓 쪄낸 송편 맛을 봤다. 쫀득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송편은 식어야 맛있다지만 이곳 송편은 뜨거워도 맛있다. 쫀득쫀득한 피와 참깨 소의 구수함이 한데 어우러져 멋진 하모니를 이룬다. 은은한 쑥 향기를 지닌 거문도산 쑥을 넣어 빚은 쑥송편도 인기다.

여수 서시장 주부떡집 김덕기(67)씨는 40년째 송편을 빚고 있다. 예전에는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빚었지만 10여 년 전부터는 일부 기계의 힘을 빌렸다. 송편 기계로 뽑아 손으로 한 번 더 예쁘게 빚어낸다. 다음은 김 씨와 일문일답.

- 추석 때 되면 송편은 어느 정도 만드나요?

“추석 대목이 다가오면 송편을 하루 1300개에서 1400개 정도 만들어요. 15일 동안에 쌀 20가마 정도 사용합니다.”

추석 명절 무렵에 빚은 송편의 개수가 무려 2만 1천 개에 이른다. 반죽해서 소를 넣어 기계로 뽑은 다음 손으로 한 번 더 빚는다.

송편 빚기는 김 대표의 남편과 사촌 언니가 함께한다. 추석 대목 무렵에는 9명이 일손을 거든다.

여수 서시장에 떡집은 10여 곳. 그러나 유독 이 집만 바쁘다. 한 손님에게 물었더니 “이곳 송편이 쫀득하고 정말 맛있다”라는 답변을 했다.

“이곳 송편이 맛있어요. 쫀득하고 정말 맛있어요.“

”’주부떡집 떡 진짜 맛있다’... 그 낙으로 일 열심히 해요”

▲활기 되찾은 여수 서시장 주부떡집 풍경이다.  ⓒ조찬현
▲활기 되찾은 여수 서시장 주부떡집 풍경이다. ⓒ조찬현

- 주부떡집 송편이 참 맛있다고 하던데요.

”다른 데는 반죽을 그냥 기계로 쳐대는데 우리는 절구통에서 야물딱지게 치대요. 그래서 더 찰지고 쫀득거리고 더 맛있어요.“

- 색깔이 알록달록 예쁘네요, 송편 종류가 몇 가지 정도 돼요?

”하얀 송편이 있고요, 자색 고구마, 노란 호박 있고, 초록 쑥, 이렇게 네 가지가 나와요.“

- 우리 누님(사촌 언니) 송편 자랑 좀 해주세요.

”우리 주부떡집은 오래된 전통 있는 떡집이에요. 떡이 맛있고 쫀득쫀득하고 식감도 좋고 그래요. 우리가 아무리 자랑을 해도 잡숴보면 알아요.“

- 떡집의 하루는 몇 시에 시작돼요?

”주문이 많을 때는 새벽 1시에도 일어나서 일하고 그래요. 우리 잠자는 시간은 10시에도 자고 11시에도 자요. 바쁠 땐 두세 시간 자고 일 시작해요. 결혼한 지가 46년 됐는데 여행 한 번 제대로 못 갔어요."

- 앞으로 꿈이 있다면.

“몸만 건강하다면 떡집을 계속하고 싶어요. 사실 일하는 게 재밌어요. 손님들이 ‘우리 주부떡집 떡 진짜 맛있다’라고 하면 그 낙으로 일 열심히 해요.”

떡, “간혹 남으면 요양병원 할머니들 갖다 드려요”

- 하루 팔고 남은 떡은 어떻게 처리해요?

“간혹 남으면 요양병원 할머니들 갖다 드려요. 예전에는 교회에다 많이 기부했거든요.”

▲송편에 넣을 참깨 소와 정성으로 빚은 호박 송편이다.  ⓒ조찬현
▲송편에 넣을 참깨 소와 정성으로 빚은 호박 송편이다. ⓒ조찬현
▲찹쌀을 반으로 쪼개 쌀 알갱이 식감을 살린 인절미와 거문도 쑥을 품은 쑥인절미도 인기다. ⓒ조찬현
▲찹쌀을 반으로 쪼개 쌀 알갱이 식감을 살린 인절미와 거문도 쑥을 품은 쑥인절미도 인기다. ⓒ조찬현

- 떡집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잊지 못할 사연은.

“슬픈 이야기 하나 할게요. 그 당시 우리 애들이 10살, 8살 먹었을 때 너무 힘들었어요. 아이고 눈물 나. 너무너무 사는 게 힘들어 밤에 내가 죽으려고 문을 살짝 열고 나가려는데 아이들 둘이 2층에서 어찌 그걸 알고는 ‘엄마 나 살려줘 엄마 나 살려줘’ 그렇게 울면서 날 잡더라고요. 그래서 안 죽고 살았습니다. ‘나 하나 죽으면 될 거다’ 싶어서 죽으려 했는데 아이들이 나를 살렸어요.”

- 가슴 아픈 사연이군요, 여기 쑥인절미 맛도 특별하다고 하던데요.

”쑥인절미에 사용하는 쑥은 거문도에서 와요. 거문도 쑥을 삶아서 쑥을 많이 넣기 때문에 쑥 향이 좋고 차지고 맛있어요. 물에 불린 쑥인절미 찹쌀을 반으로 쪼개 쌀 알갱이 식감을 살렸어요. 인절미가 씹히는 맛이 있으니까 더 맛있어요.“

- 송편값은 지난해 보다 올랐나요.

”작년하고 똑같아요, 송편 1kg에 1만 원, 꿀떡은 1kg에 8천 원. 인절미 한 장(400g)에 3천 원, 호박 시루떡은 한 장에 4천 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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