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높고 푸른 완연한 가을입니다. 오곡이 영글어 몸과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계절이지만, 10·19여순사건을 기억하는 여수지역민들에게 10월은 가슴 시린 계절입니다.
10·19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여수에 주둔하고 있던 국군 제14연대 병사들이 제주 4·3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단독정부 수립 반대를 주장하며 여수와 순천 등 지리산을 중심으로 전라도 지역에서 일으킨 사건입니다.
여수지역, 10·19여순사건 최초 발발지
특히, 여수지역은 10·19여순사건의 사건의 최초 발발지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곳입니다. 폭력적‧불법적인 국가공권력 행사에 의해 다수의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지만, 사건 이후 국가는 의도적으로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민간인 희생자와 그 가족들은 연좌제 등 극심한 인권탄압과 차별 속에 고통스러운 현실을 살아내면서도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채 침묵의 세월을 강요당하며 지내야만 했습니다.
국가라는 거대한 권력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 피해자와 가족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정부, 시민, 시의회, 시정부,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각층이 70여년이 세월동안 부단한 노력을 펼쳤습니다.
그 결과 여순사건 발생 73년 만인 2021년,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습니다. 또한, 지난해 10월 19일에는 사건 발발 74년 만에 최초로 정부가 주최한 여순사건 74기 추념식이 개최되어 국가 차원에서의 진상 규명과 희생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신월동 제14연대 주둔지, 여수사건 역사관 건립
여수시의회 여순사건 특별위원회 또한 두 가지 과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 집중하였습니다.
먼저 사건 최초 발발지인 신월동 제14연대 주둔지에 여수사건 역사관 건립을 위한 활동에 나섰습니다. 여수시민과 전 국민들에게 여순사건의 진상을 정확히 알리고자 여순사건 자료전시 및 현장보존, 역사교육을 위한 여순사건 역사관 건립을 시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청했습니다.
여순사건 특위의 강력한 의견에 여수시정부는 11월 역사관 건립을 위한 설계용역비를 편성하여 내년 상반기 공사를 마무리하고 2024년 하반기 개관을 계획 중에 있습니다. 역사관은 아픈 역사의 현장을 보존하고, 진실을 전달할 수 있는 뜻깊은 장소가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생존 희생자와 유족... 생활보조금 지급 방안 마련
또한 경제적 어려움과 차별을 받아야만 했던 생존 희생자와 유족에게 생활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에 따라, 「여수·순천 10·19희생자 및 유족 생활보조비 지급 조례」를 제정하여 2024년 10월 6일부터 생존 희생자와 유족에게 매월 생활보조금이 지급되도록 할 예정입니다.
이 조례에는 전라남도 지원금과 별도로 여수시 차원에서 여수지역 민간인 희생자 및 유족들에게 생활보조비를 지원함으로써, 지역 사회의 2차 가해에 대한 반성과 배려를 대‧내외에 천명하고자 하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의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직 남았습니다. 여순사건특별법 개정이 시급합니다.
75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났기에 희생자는 고령이 되거나 사망하였고, 증거는 빠르게 훼손되어 사라지고 있습니다. 반면, 희생자 및 유족 인정은 조사 인력의 한계 등 다양한 이유로 더디기만 합니다.
이는 여순사건특별법이 완결된 모습으로 출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특별법의 부족한 내용이 빠른 시일 내에 개정될 수 있도록 특위가 앞장서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시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