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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감동과 환희의 콜라보... 여순사건 재조명한 검은풀, 판문점의 봄

베를린 국립음대 교수 겸 기타리스트 라이너 펠트만 대담
베를린 자유청소년오케스트라-여수 유진청소년오케스트라 여순사건 협연 펼쳐
검은풀에 이은 '판문점의 봄' 초연... 과거 아픔 보듬고 희망찬 미래 염원

  • 입력 2023.11.25 08:50
  • 수정 2023.11.25 16:57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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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번째 한독합동연주회 ⓒ이은주 제공
▲ 12번째 한독합동연주회 ⓒ이은주 제공

작년에 이어 <여수넷통뉴스>와 특집 인터뷰에 나선 베를린 음대 라이너 펠트만 교수는 연신 웃음을 잊지 않았다. 작년 여순사건을 다룬 '검은풀' 첫연주회를 선보인데 이어 또다시 '판문점의 봄' 초연을 성황리에 끝마쳤기 때문이다. 이날 예울마루 대강당을 가득 매운 관객들은 그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검은풀에 이은 판문점의 봄 초연이 남긴 것

공연을 마치고 인터뷰에 나선 그는 기자에게 휴대폰을 보여주며 독일 연방 대통령 프랭크-발터 스타인메이어의 말을 인용하며 이런 메세지를 전했다.

Die grösste Gefahr für uns alle
geht vom Vergessen aus!"

(우리 모두에게 가장 큰 위험은 잊어버리는 것이다!)
Frank-Walter Steinmeier, Bundespräsident, 2021

 

▲ 유진청소년오케스트라 이은주 대표와 베를린 국립음대 교수 겸 기타리스트인 라이너 펠트만 교수가 12번째 한독 합동정기연주회를 마친후 인터뷰에 나섰다 ⓒ심명남
▲ 유진청소년오케스트라 이은주 대표와 베를린 국립음대 교수 겸 기타리스트인 라이너 펠트만 교수가 12번째 한독 합동정기연주회를 마친후 인터뷰에 나섰다 ⓒ심명남

여수 유진청소년오케스트라와 독일 베를린 자유청소년오케스트라가 지난달 22일 예울마루에서 합동정기연주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매년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이 12번째 공연. 이번 연주회는 베를린 국립음대 교수 겸 기타리스트인 라이너 펠트만의 창작곡 ‘검은 풀’(Schwarzes Gras)과 판문점의 봄 초연을 선보이며 과거의 아픔을 보듬고 희망찬 미래를 염원하는 의미가 담겼다.

‘검은 풀’은 검은 연기로 휩싸였던 여순항쟁 당시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고 영감을 얻어 붙여진 제목이다. 펠트만 교수는 2011년 처음 한국에 온 이후 여섯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유진오케스트라 이은주 대표의 말이다. 

45명의 독일청소년과 연주자들과 교수님 그리고 유진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뜻깊은 연주를 선보이게 됐어요. 유진청소년오케스트라와 독일 베를린자유청소년오케스트라 단원들이 22일 예울마루 대극장에서 함께 정기연주회를 마친뒤 안도 이야포 평화공원 답사와 금오도 비렁길 3코스 트레킹을 가졌어요. 여순사건도 마찬가지지만 이야포 평화공원 방문은 아주 뜻깊은 행사였고, 분단국가로 아픔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 통일의 초석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베를린 국립음대 교수 겸 기타리스트인 라이너 펠트만 교수가 합동정기연주회를 마치고 환대에 감사하는 엄지척 모습 ⓒ심명남
▲ 베를린 국립음대 교수 겸 기타리스트인 라이너 펠트만 교수가 합동정기연주회를 마치고 환대에 감사하는 엄지척 모습 ⓒ심명남

지난달 26일 12번째 한독 합동정기연주회를 마치고 출국에 앞서 라이너 펠트만 교수와 가진 특별 인터뷰다. 이날 이은주 대표가 통역을 맡았다.

12번째 한독 합동정기연주회 "올때마다 행복해요"

- 12번째 한독 합동연주회를 치른 소감은

"슬프다. 그런데 많이 행복하다. 너무나 훌륭한 연주회를 마쳤기 때문이다. 좋은 모습도 많이 봤고 연주회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여기 올 때마다 항상 행복을 느끼고 올 때마다 기분이 좋다."

12번째 한독 합동연주회

- 벌써 12번째 행사다. 앞으로 언제까지 합동 연주회를 이어갈 예정인가?

"가능한 아주 오랫동안 연주회를 열고 싶다. 코로나 때문에 3년 동안 못했던 에너지를 앞으로 매년 쏟고 싶다. 우리는 항상 새로운 단원들이 들어오고 옛날 단원들이 나간다. 국제공연을 통해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미래를 이어갈 수 있다."

- 이번 행사에 45명의 대규모 단원들이 왔다. 단원들을 소개한다면?

"35명의 자유청소년오케스트라 학생과 7명의 선생님이 왔다. 마르티나는 교장 선생님과 플롯, 호른 선생님과 두 명의 학부모님 그리고 성악가와 지휘자를 포함해 총 45명이 왔다."

▲ 라이너 펠트만 교수가 휴대폰을 보여주며 불행한 역사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심명남
▲ 라이너 펠트만 교수가 휴대폰을 보여주며 불행한 역사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심명남

- 작년 '검은풀' 초연에 이어 이번 공연에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해는 초연이었다. 여순사건을 기억하며 항상 10월이 되면 검은풀 연주를 하고 아픔을 이해하게 된다. 그때는 어떻게 했을까? 희생자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독일에도 여순사건과 같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것들을 잊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독일 연방 대통령 프랭크-발터 스타인메이어는 2021년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에게 가장 큰 위험은 잊어버리는 것이다!"

- 그동안 한독오케스트라는 어떻게 해왔나?

"처음 2011년부터 엑스포를 앞두고 소호초등학교와 자매결연으로 시작됐다. 2013년 이후 유진오케스트라와 12년 동안 교류해 왔다. 한번은 우리가 가고 또 다른 한해는 독일이 오고 매년 반복해서 교류를 해왔다. 평화를 주제로 내년에는 유진오케스트라가 베를린에서 온다."

- 이번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많은 것들이 기쁨으로 남아있다. 섬이나 전통 마을을 방문했던 일. 특히 좋은 기억은 10월 22일 콘서트를 여수 유진청소년오케스트라와 베를린 자유청소년오케스트라 학교가 예울마루에서 함께한 거다. 제게 특별한 영광은 오케스트라와 4중주단의 뛰어난 음악가들과 함께 제 작품 '판문점의 봄' 초연을 성공적으로 연주한 점이다."

이야포 평화공원 방문한 한독 오케스트라 단원

- 아쉬운점이 있다면

"이번 방문때 감기에 걸렸다. 그래서 리허설과 콘서트를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건강에 좀 더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러시아 상공에서 비행기를 타는 것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독일과 한국을 오가는 여행이 상당히 어렵다."

- 여순사건이 독일 히틀러 파시즘 정권과 유사한 점이 많다. 그에 비추어볼 때 특별법 제정 이후 아직 해결되지 않는 여순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독일에선 히틀러에 대해 아주 많은 숙제를 남겼다. 아직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 한번 사건이 일어나면 법 제정은 가능해도 사람들이 입은 상처에 대해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가능한 빨리 포괄적으로 여순사건을 조속히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년 10월 여수MBC 뉴스와 인터뷰에서 밝혔지만 1948년 여수/순천/제주 지역에서 반체제 인사들과 무고한 사람들의 박해와 살인은 저에게 고통스러운 독일 역사를 상기시켰다."

▲한독 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미군폭격으로 250여명이 희생된 안도 이야포 평화공원을 찾았다 ⓒ정종현
▲한독 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미군폭격으로 250여명이 희생된 안도 이야포 평화공원을 찾았다 ⓒ정종현

- '자유, 평화, 반전의 길을 걷다'를 기치로 미군폭격사건이 발생한 이야포 평화공원을 방문한 소감은?

"이야포미군폭격사건은 가장 나쁜 사례다. 아주 좋은 경관과 달리 250여명이 희생된 가슴 아픈 사연이 담긴 이야포 평화공원을 다녀와서 매우 가슴 아팠다."

- 이번 공연을 통해 학생들이 받은 분위기를 전한다면?

"아마 학생들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하이라이트가 아닌가 싶다. 엘리제 학생은 아주 많이 환영받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환영받는 느낌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귀하게 대접받는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좋은 영향을 느낄 수 있을지 상상할 수 없다."

- 검은풀 작품에 이어 250여 명 피난민이 희생당한 이야포미군폭격사건에 대한 작품을 만들 의향은 없나?

"내가 받은 느낌과 영감을 가지고 여수가 속한 전라남도에 대한 곡을 만들고 싶다. 여순사건을 다룬 검은풀과 판문점의 봄은 의미가 남다르다. 이야포사건은 노근리사건과 비슷한 것 같다. 하지만 한국과 북한의 이야기가 아닌 한국과 미국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 금오도 비렁길 트레킹은 어땠나?

"그날 너무 힘들어 트레킹은 못하고 안도 이야포만 다녀왔다. 독일은 섬이 없는데 섬에서 바라본 경관이 너무 아름다웠다. 일행들이 다녀온 사진을 보며 감탄했다."

▲ 10월22일 예울마루 공연후 유진청소년오케스트라와 베를린 자유청소년오케스트라가 함께 파티를 즐기며 우정을 나누는 모습 ⓒ이은주 제공
▲ 10월22일 예울마루 공연후 유진청소년오케스트라와 베를린 자유청소년오케스트라가 함께 파티를 즐기며 우정을 나누는 모습 ⓒ이은주 제공
▲ 75주년 10.19 여순사건 추념식연주를 마치고 난후 유월드에서 즐거운시간을 보내는 모습 ⓒ이은주 제공
▲ 75주년 10.19 여순사건 추념식연주를 마치고 난후 유월드에서 즐거운시간을 보내는 모습 ⓒ이은주 제공

- 여수의 자랑 유진오케스트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유진 청소년오케스트라 모든 학생들과 도와주신 학부모님들, 특히 이은주, 곽연후, 임주연, 이세기, 서지수 선생님들은 놀라운 일을 하고 있다. 김사도 지휘자와 특별한 청소년 앙상블의 높은 수준에 감동받았다. 나는 그들 모두를 매우 존경한다. 무엇보다도 매번 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정말 기쁨이다."

- 마지막 여순사건 유가족과 여수시민들에게 한말씀?

"이 사건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항상 생각해야 하고 그 안에 있는 아픔을 보듬어 줘야 한다. 아울러 언제든 이런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기억해야 한다. 공연을 보러온 분들과 음악을 사랑한 많은 분들에게 뜨거운 열정과 감동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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