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좋은 친구가 많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명예 퇴직 또는 정년 퇴직했다. 하지만 사업하는 친구들은 현재도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그 중에는 빵으로 성공한 친구가 있다.
친구는 목포 유명 빵집 씨엘비베이커리를 2020년도부터 운영하고 있다. 친구가 상호를 변경한 배경에는 임차인의 아픈 역사가 숨어 있다.
씨엘비 베이커리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 연속 대한민국소비자대상을 받았다. 자동차 부문에서는 현대자동차(주) 제네시스가 받은 상이다. 대한민국소비자대상은 2012년부터 소비자권익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업 및 브랜드를 발굴하여 매년 시상해 오고 있다.
씨엘비의 시그니처는 새우바게트와 크림바게트다. 새우바게트는 반죽에 건새우 가루를 넣어 고소함과 상큼한 맛을 더했다. 크림바게트는 프랑스산 끼리 크림치즈를 사용해서 부드러운 빵에 진한 크림치즈 맛을 더했다.
씨엘비에서는 새우바게트와 크림바게트를 쿠킹호일에 돌돌 말아서 판매한다, 갓 구운 빵맛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싶어서란다. 포장보다는 맛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다.
친구는 후원할 때도 매장에 남은 빵을 보내지 않는다.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여 새로 구워서 보낸다. 아동보호기관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빵 종류를 추가로 굽고, 노인복지기관에는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빵 종류를 추가로 구워서 후원한다.
친구는 2005년부터 2019년까지 목포 코롬방 제과점을 운영해서 전국 5대 빵집으로 만들었던 장본인이다.
2012년 내가 목포에서 근무할 때 일이다. 서울에서 출장 온 직원들이 코롬방 제과점 빵을 먹고 싶다고 해서 함께 갔었다. 갓 구운 맛있는 빵을 사려는 사람들이 가게 앞거리에 길게 줄을 서는 흐뭇한 장면이었다. 그 당시에는 오전 10시와 오후 3시에 시그니처 빵인 새우바게트와 크림바게트가 나오는 시간이었다.
전국 5대 빵집으로 코롬방 제과점 브랜드가 상한가를 치자, 급기야 2019년에 건물주가 제과점을 비워달라고 했다. 친구는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를 비워줘야만 했다. 하는 수 없이 2020년부터 씨엘비 베이커리로 상호를 변경하여 인근에 있는 자신의 건물에서 다시 시작했다.
친구는 목포에 전국 5대 빵집으로 코롬방 제과점과 씨엘비 베이커리, 즉 2개의 브랜드를 성공시켜 지역사회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빵을 맛볼 수 있는 즐거움도 주고 있다 .
세상에 저절로 되는 법은 없다. 기적 같은 성공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이 층층이 쌓이고 다져져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친구도 창업 초기에는 제빵을 몰라서 어려움이 많았다. 친구가 인수하기 전 코롬방 제과점은 공장장이 임차해서 운영하고 있었는데, 적자로 허덕이고 있었다. 반면, 바로 옆에 유명한 프랜차이즈 00바케트는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옛날부터 ‘기술자 곤조’라는 말이 있다. 제빵을 알지 못했던 사업 초기에는 오후 3시에 들어온 대량 주문을 받지 못하고 포기하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통상 빵 만드는데 소요 시간은 3시간이면 가능하지만, 제빵사들은 불가능하다고 거부했던 것이다.
위기는 기회다. 리더는 문제 발생 시 정확한 상황인식과 문제 해결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때론 단호한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위기를 돌파하려면 사장이 제빵의 달인이 되어야 한다.
친구는 제과점 사업을 시작해서 4~5년간은 하루 3시간 이상 잠을 잔 적이 없었다고 한다. 제과 사업이 생애 처음인지라 우선 제빵 관련 서적을 매일 한 권 이상씩 읽었다. 아울러 심리학 및 마케팅 관련 책도 병행해서 읽었다. 지금도 새벽 5시에 일어나서 계속 책을 읽고 연구하고 있다.
친구는 화이트데이, 발렌타인데이 등 이벤트 기간에는 선물 꾸러미를 직접 만들고 꾸미느라 통상 3일 정도는 날밤을 새웠다고 한다.
또 사업 초기에는 빵이 나오면 먹어봐야만 맛을 감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제과점 운영 5년 차부터는 갓 구워 나온 빵의 빛깔만 보고서도 빵 맛의 깊이를 알아내는 빵 맛 감별사, 제빵의 달인이 된 것이다. 최근 소비자가 뽑은 목포 10대 맛집 발표에서도 씨엘비 베이커리는 여전히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친구들 모임으로 목포에 가게 되면, 종종 방문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여전히 매장 앞에는 긴 줄을 서고 있었다, 안쪽 까페에도 앉을 자리가 없었다. 나는 성공한 친구 덕분에 씨엘비의 시그니처 바게트는 물론이고, 다양한 빵을 맛있게 먹어 보고 있다. 블루베리치즈 케익과 망고 케익, 그리고 단팥빵, 소금빵도 내가 좋아하는 메뉴다.
친구는 임차인의 쓰라린 아픔을 딛고, 다시 빵으로 우뚝 섰다. 씨엘비 베이커리는 효소와 달콤한 꿀 등을 배합하여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고객 친화 기업으로 오늘도 성업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