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손이 왜 이래... 긴긴 세월 고생 많았다

아껴달라고 투정부리는 몸의 소리를 듣는다

  • 입력 2024.03.01 09:47
  • 기자명 영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삶에 지친 할머니의 손 마디마디는 구부러지고 손등에는 반창고를 덕지덕지 발랐다. ⓒ조찬현 (자료사진)
▲ 삶에 지친 할머니의 손 마디마디는 구부러지고 손등에는 반창고를 덕지덕지 발랐다. ⓒ조찬현 (자료사진)

딩동~!

핸드폰에 택배가 왔다는 메시지가 떴다. 집으로 배달된 택배를 뜯어보는데 갑자기 내손이 이상하다. 

아니, 내 손이 왜 이래? 너무 혹사 시켰나?

손가락 강직이 심해지다 보니, 예전보다 택배를 자주 이용하게 된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남편이 있을 때는 조금(음력8일, 23일) 물때에 맞춰, 중앙동 선어시장 또는 남산 어시장에서 생선을 사와서, 손질하고 냉동실 보관하는 것까지 다 남편 일이었고, 나는 요리만 했었다.

이제는 아침 장보기부터 모든 일이 내 몫이 되었다. 물건 드는 것도 힘든 판 인데, 손가락 강직이 심해져서 손도 자유롭지 못하다. 5년 전 말 한마디 없이 갑자기 가버린 남편이 한없이 밉고도 그립다.

몇 년 전부터 매년 12월 중순경에 목포에 있는 지인에게 참조기를 한 상자씩 주문해서, 반은 큰딸에게 보내도록 하고 나머지는 내가 받는다. 머리 후면에 다이야몬드 문양이 박힌 참조기 120미는 구이용, 160미는 매운탕과 구이용 겸용으로 쓴다. 우리 가족 일 년 동안 사용할 양식이다.  

참조기를 양면그릴에 노릇노릇 구워내면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생각만 해도 군침이 꼴깍. 일주일 전 지인에게서 “바빠서 손질은 못하고 소금간만 해서 보낼게요.” 하고 연락이 왔었다. 

택배 박스를 열어보니 소금 간을 했는데도 바닷물에 넣으면, 금방 다시 살아날 듯 황금빛 감도는 싱싱한 참조기가 가득하다. 생선은 눈이 초롱초롱 하고, 갑옷을 입힌 듯 칼 들어갈 틈도 없이 비닐이 촘촘하면 선도가 아주 좋은 것이다. 

손가락 강직으로 손이 말을 잘 안 듣는데 ‘언제 이걸 다 손질하나’ 생각하니, 휴, 한숨이 절로 났다. 이런 상황일 때 엄마가 계셨으면 

웬 한숨이냐? 복 달아나게. 걱정 마라, 금세 한다. 눈이 게으르지, 손은 부지런하다.”

라고 말씀 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손도 게으르니 이를 어쩌나?

손에 무리를 주면 안 될 것 같아서, 두 번으로 나눠서 했다. 20미는 낼 하려고 김치냉장고에 넣어두고 40미는 먼저 손질을 했다. 마무리하고 나니 1시간 반이 후딱 지나갔다. 싱싱하고 먹음직스런 참조기를 보니, 마음이 넉넉하고 흡족했다. 

나는 생선 손질할 때 칼 대신 감자채칼을 사용한다. 싱크대 개수대안에 쟁반을 하나 놓은 후, 그 위에 조기를 차곡차곡 쌓아둔다. 위에 있는 것부터 하나씩 감자 채칼로 조기 꼬리 쪽에서 머리 쪽으로 슥슥 살살 비늘을 꼼꼼하게 긁어낸다. 이렇게 하면 생선 비늘이 덜 튀게 되니, 뒷정리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감자채칼은 칼보다 작고 가벼워서 손에 무리가 덜 가는 점도 좋다.

비늘 벗긴 생선은 흐르는 물로 헹구고, 채반에서 물기를 뺀다. 어느 정도 물기가 빠지면 대나무 채반에다 가지런하게 널어서, 통풍이 잘되는 베란다에서 하루 저녁 말린다. 

꾸덕꾸덕하게 마른 생선을 한번 먹을 만큼씩 소분하여 비닐백 또는 지퍼백에 담는다. 냉동보관 했다가 꺼내서 멀티그릴에 노릇노릇 구우면 맛있는 참조기 구이가 된다.

1년 전부터 손가락 강직이 심해져서, 굳고 오그라들어 잘 펴지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친구들에 비해 노화가 빨리 오는 것 같아 우울해진다. 10월 경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양손이 반달처럼 말려 있는 날도 있다. 그날 이후 눈을 뜨면 맨 먼저 내 손가락 상태부터 살펴보고 손가락 운동부터 시작한다.

나는 전반적으로 관절이 안 좋은 편이다. 손목, 발목, 어깨, 허리까지. 안 아픈 곳이 없다. 그나마 통증이 심하지 않고 견딜만해서 다행이다. 또한, 이 나이에 특별한 내과 질환이 없으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아침에 일어나면 자리에 누운 상태로 손과 다리를 들어 50회 이상 가볍게 흔들고 털어준다. 그리고 반대 손등에 손가락을 문질러 준 후, 어느 정도 손가락 강직이 풀리면 양손을 모아 비벼주고 손등도 마사지해 준다. 손을 사용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조금 불편할 뿐이다.

나는 그 유명한 베이비붐 세대 58년생 개띠다. 65년 이상 사용했으니 참 오랫동안 많이도 썼다. 이제는 내 육신이 힘들다고, 나 좀 아껴 달라고 투정 부릴 때도 된 것 같다. 

그래그래. 내 손아, 긴긴 세월 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 토닥토닥!

약 5년 전 몇 개월 차이로 왼손 엄지손가락과 넷째 손가락을 방아쇠 증후군으로 치료받은 적이 있다. 그 후 괜찮았는데 또 다시 손가락 강직이 심해지고 있다. 지금은 오른손 셋째, 넷째 손가락과 왼손 가운데 손가락이 더욱 심하다.

파지력이 약해져서 손으로 잡는 일이 힘들다. 특히, 요리할 때 나물 물기 짜기나, 행주 짜기 등이 더 힘들다. 요즘엔 손을 아끼려고 손빨래 등 손에 무리가 되는 일은 가급적 덜 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사용 안하면 오히려 근력이 약화될 수 있다. 자고 일어났을 때 강직이 심해져 있는 것이 그런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적절히 계속 사용하고 있다. 다만, 더 악화되지 않도록 아침저녁으로 손을 유연하게 하는 운동을 하면서 적응해 가고 있다. 

내가 나를 돌보지 않으면 누가 나를 돌봐 줄까?

그래, 내 건강은 내가 챙겨야지!

- 영은 시민기자

저작권자 © 여수넷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