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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엘리스‘ “영화를 보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교육계를 떠난지가 14년이 지났는데~

  • 입력 2024.11.01 07:25
  • 수정 2024.11.01 07:29
  • 기자명 한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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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아, 엘리스' 다큐 영화 ⓒ한창진
▲ 괜찮아, 엘리스' 다큐 영화 ⓒ한창진

"가슴이 답답하다"

순천 CGV에서 '괜찮아, 엘리스' 다큐 영화 시사회를 다녀오는 차속에서 한 말이다. 나름 앞서가는 교육을 위해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괜찮아, 엘리스' 영화는 오마이뉴스 창립자 오연호 대표가 덴마크 교육을 알아보기 위해 20 차례나 덴마크를 찾은 후 책을 쓰고, 2017년에 강화도에 세운 '꿈틀리인생학교'에 대한 이야기이다.

▲ 괜찮아, 앨리스 공식 포스터 ⓒ한창진
▲ 괜찮아, 앨리스 공식 포스터 ⓒ한창진

​'꿈틀리인생학교'는 중3졸업생 또래의 청소년들이 바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1년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실컷 하면서 인생을 설계하는 기간을 가지게 한다.

​덴마크형 에프터스콜레로 덴마크에서는 중3을 졸업한 학생들의 약 30%가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에 1년간 에프터스콜레에 간다. 덴마크에는 약 250개의 에프터스콜레가 있다.

​오 대표는 영화에서 덴마크가 행복지수 세계 1위의 나라가 된 것은 이렇게 에프터스콜레 같은 것을 통해서 학생들이 ‘옆을 볼 자유’, ‘쉬었다 가는 자유’를 누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꿈틀리인생학교'를 세웠다.

​우리나라도 몇년 전에 자유 학기제, 자유 학년제를 실시했다. 그것과 다른 것은 교과서도 없고, 평가도 없으면서 1년제 기숙형 학교이다. 30명 이내 학생들이 더불어 함께 밥하기, 농사짓기, 토론하기, 공부하기, 여행하기를 하면서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기른다. 

​학생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1시간 넘게 그들의 이야기와 활동을 보면서 교육의 근본 목적을 생각한다. 입시와 평가 때문에 꿈과 욕망을 억누르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행복하지 않고, 행복을 느껴보지 않았는데 나중에 행복해질 수 있을까? 지금부터 행복감을 느꼈고 익숙했을 때 미래도 행복할 수 있다. 교육자들과 학부모들이 보장할 수 없는 미래를 내세워 지금 감정을 억누르는 것은 죄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참교육을 내세웠지만 과정과 절차보다는 결과만 쫓은 것이 아니었는지 반성하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밝은 모습으로 댄스 춤을 추고, 연극을 하며 작사 작곡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았다.

​"평민이 되어라"는 학부모의 말씀에서 3% 아이들만이 누리고 있는 성취감을 내세워 경쟁을 시키는 것은 죄악이었다. 공교육이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텐데 점수 위주 사교육과 경쟁하려는 것은 출발부터 꼬인 것이 아닐까 한다.

​더욱 영화를 보는 순간 힘들게 한 것은 왜, 교육자인 우리들이 그 일을 못 하고, 오 대표 같은 분이 나서서 학교를 세우고, 강연을 다니면서 학생들을 살리는 교육을 할 수 밖에 없었는가를 되물어 본다.

▲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와 함께 ⓒ한창진
▲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와 함께 ⓒ한창진

​공교육에서 받아들여 할 수는 없었을까? 다행히 충북교육청에서 공교육형 '꿈틀리인생학교'를 세웠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영화 상영을 마치고 이어진 시사회에서는 오 대표와 영화감독, '꿈틀리인생학교' 교장, 출연진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 소감 등을 발표하고, 청중들의 질문을 받았다. 10시를 넘겨서 힘이 들었지만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교육을 위해 좋은 의견이 오고갔다.

​오는 11월 13일 수능 하루 전부터 전국 100 여 개 영화관에서 동시 개봉한다. 여수에서도 많은 학생과 학부모, 교육자들이 영화를 보고나서 여수교육의 미래를 위해 많은 토론이 있었으면 한다. 순천 시사회 만석인 영화관에서 진지한 토론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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