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여수 여자만. 그 한가운데 작은 섬 ‘여자도’는 고요히 떠 있다. 관광객이 북적이지 않는 이곳은 오히려 그 고요함으로 사람의 마음을 붙잡는다. 섬을 걷다 보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사색의 섬이다.
지난 25일 여자도 가는 길, 푸른 바다는 넘실대는 물결 사이에서 보석처럼 빛난다. 가을 햇살을 받은 돈북섬 무인도 등대가 손짓하며 갈매기는 무리 지어 난다.
여자도, “조용히 생각하며 걷기에 참 좋은 섬”
섬달천 선착장에서 출발한 여객선이 처음 당도한 곳은 소여자도. 이어 마파지마을을 경유해서 대여자도(대동마을)로 향한다. 시간은 30여 분이 소요됐다.
여자도는 그 이름에서의 느낌처럼 부드럽고 잔잔한 섬이다. 이기정(여자대동교회) 목사는 “여자도는 자기를 찾는 여행지”라며 “조용히 생각하며 걷기에 참 좋은 섬”이라고 말했다.
섬은 그다지 크지 않다. 대여자도인 대동마을에서 대여자도로 이어지는 길을 걷다 보면 두세 시간이면 충분히 섬을 돌아볼 수 있다. 이곳 섬에는 대동마을, 마파지마을, 송여자마을 등 3개 마을이 있다.
그 길 위에서 여행자는 바다의 숨결과 자신의 생각을 함께 듣는다. 섬 한가운데는 ‘질고지길’이라는 트레킹 코스가 있다. 옛날 진흙을 캐던 마을 이름에서 유래했으나, 앞으로 ‘인생의 길’로 새롭게 조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기정 목사는 “태어나 늙고 죽음에 이르는 인생의 여정을 길 위 표지석에 담을 계획”이라며“꼬막껍데기의 골 조형물에 빛을 넣어 삶의 시작과 끝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자만이 꼬막의 주산지인 만큼, 섬의 상징과 삶이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섬의 명소 중 하나는 붕장어 다리다. 노을 질 무렵 다리 위에 서면 바다가 금빛으로 물들며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섬 곳곳에는 소박한 민박집이 대여섯 곳 정도 있다. 그중 붕장어 다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제주댁’이라 불리는 집은 바다 조망이 좋아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다.
소여자도 마을, 올해 아흔을 바라보는 정태엽(89) 어르신은 아들 며느리와 함께 지금도 그물을 꿰매며 바다와 더불어 산다.
“전어, 꽃게, 새우가 제일 많이 나와요.”
손끝으로 이어지는 바다의 삶이 섬의 세월을 말해준다. 야트막하지만 볼수록 아름다운 섬, 그 섬을 가로질러 조용히 걷다 보면 바다와 하늘, 그리고 자신이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이 있다. 이기정 목사의 말처럼, “사람이 자기를 찾는 길, 그 길이 바로 여자도”다.
‘붕장어다리’로 이어진 두 섬의 조화로운 풍경
여수시 화정면 해역에 위치한 여자도는 좁은 수로를 사이에 둔 대여자도와 소여자도 두 섬으로 이루어진 조용한 어촌 마을이다. 대여자도의 최고 높이는 51m, 소여자도는 48m로 완만한 구릉지와 평지가 어우러져 있으며, 전체 면적은 0.59㎢, 해안선 길이는 약 7.5㎞에 달한다.
2019년 말 기준으로 255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여자도에서는 주민 대부분이 농업과 어업을 겸업하며 살아간다. 섬 인근 연근해에서는 조기, 멸치, 낙지, 새우, 장어 등이 잡히고, 새꼬막과 피조개 등의 양식업도 활발하다. 다만 지하수 사정이 좋지 않아 해수담수화시설을 2002년 설치해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두 섬을 연결하는 상징적 구조물인 ‘붕장어다리’는 2012년 개통된 길이 560m의 연도교다. 붕장어가 힘차게 움직이는 모습을 형상화해 이름 붙여졌으며, 개통 이후 낚시꾼과 도보 여행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다리 위에서 직접 낚시를 즐길 수 있어 관광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여자도는 수려한 해안 경관과 함께 전통적인 어촌의 정취를 간직한 섬으로, 도시의 번잡함을 벗어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려는 여행객들에게 매년 인기를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