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섬 특별기획] 여수 금오도 해녀의 40년 물질 인생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특집] “금오도 여천 바다, 예전 같지 않아요”

  • 입력 2025.09.15 05:45
  • 수정 2025.09.15 07:46
  • 기자명 조찬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여수 금오도 여천마을의 해녀 김성희 씨가 바다에서 물질하고 있다. ⓒ조찬현
▲ 여수 금오도 여천마을의 해녀 김성희 씨가 바다에서 물질하고 있다. ⓒ조찬현

여수 금오도의 해녀 김성희 씨가 여천마을 바닷가에서 물질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이다.

40년 넘게 바다와 함께 살아온 그는 물속으로 들어가기 전, “이제는 바다 생태계가 너무 많이 달라졌다”는 말부터 꺼냈다.

제주에서 여수까지, 생계로 이어온 물질

▲ 여수 금오도 여천마을 해녀 김성희 씨다. ⓒ조찬현
▲ 여수 금오도 여천마을 해녀 김성희 씨다. ⓒ조찬현

그의 고향은 제주도 행원. 어린 시절, 생계를 위해 자연스럽게 물질을 배웠다. 제주 여성들에게 물질은 선택이 아니라 삶 그 자체였다.

이후 부모와 함께 여수로 건너와 종화동에 살았고, 10여 년 전부터 금오도에 정착했다. 지금까지 40여 년간 물질로 가정을 꾸려왔다.

“처음 금오도에 왔을 때는 바다가 참 좋았어요. 해산물도 풍부했죠. 그런데 지금은 오염이 심각합니다. 해초가 사라지고 바위는 백화현상으로 하얗게 변했어요. 수중 촬영기만 있으면 제가 촬영해서 주민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을 정도예요.”

바다의 변화와 고갈되는 자원

그는 특히 낚시꾼과 불법 잠수부들로 인한 피해를 지적했다.

“5~6년 전만 해도 세 시간 정도 물질하면 성게 70~80kg은 거뜬히 잡았어요. 지금은 씨알도 작고, 아예 잡을 게 없을 때가 많습니다. 낚시꾼들이 뿌리는 밑밥 때문에 해초도 죽어가고 있어요.”

▲ 해녀 김성희 씨가 바다에서 갓 채취한 뿔소라를 보여준다. ⓒ조찬현
▲ 해녀 김성희 씨가 바다에서 갓 채취한 뿔소라를 보여준다. ⓒ조찬현

그가 묘사한 바닷속은 과거와 현재의 차이가 극명했다. 풍부했던 어장은 점점 사라졌고, 해녀들의 수확량도 급격히 줄었다. 바닷속 생태계가 무너지는 현실을 매일 마주하고 있다.

특히 “외지에서 밤에 몰래 들어온 일부 잠수부들이 허가받지 않은 채 바닷속에서 전복·소라 등 수산물을 무차별적으로 불법 채취해 자원이 고갈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또한, “낚시꾼들의 무분별한 밑밥 투기로 인한 바다 오염도 심각하다”고 했다. 고기를 유인하기 위해 바다에 대량으로 뿌려지는 밑밥은 수질을 악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해저 퇴적층 오염으로 이어져 어패류 서식 환경을 위협한다.

해녀에게 바다에서 물질은 ‘해방’

금오도 해녀는 여전히 날마다 바다로 향한다.

“바다에 들어가면 해방감을 느껴요. 자유를 느낄 수 있죠. 물질이 힘들긴 해도 제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입니다.”

▲ 여수 금오도 해녀의 집 윤철식·김성희 부부다. ⓒ조찬현
▲ 여수 금오도 해녀의 집 윤철식·김성희 부부다. ⓒ조찬현

어선 옆에서 아내의 물질을 도우며 지켜보던 남편 윤철식 씨 역시 반평생을 바다에서 살아왔다.

“50년 넘게 뱃일을 해왔습니다. 아내가 물속에 들어가 있으면 늘 긴장된 마음으로 지켜봐요. 바다는 언제나 위험하니까요.”

해산물 파는 해녀의 집 10년, 그리고 바람

▲ 해녀가 채취해온 금오도 해녀의 집 해산물 한상차림이다.  ⓒ조찬현
▲ 해녀가 채취해온 금오도 해녀의 집 해산물 한상차림이다. ⓒ조찬현

부부는 금오도에서 직접 채취한 해산물로 ‘해녀의 집’을 운영한 지도 10년이 됐다. 물가가 꾸준히 오르는 동안에도 이곳 해산물 가격은 거의 그대로다. “성게가 아예 안 나오다 보니 가격을 올릴 수도 없어요. 그나마 잡히는 소라와 돌멍게로 겨우 장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해녀는 앞으로의 꿈을 묻자 잠시 웃었다.

“이 나이에 무슨 꿈이 있겠어요. 그저 건강이 허락하는 한, 10년이고 15년이고 물질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다가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어요. 오염만 막아주면 바다는 스스로 회복할 힘이 있습니다.”

태풍이라도 와서 바닷속을 뒤집어야 생태계가 숨을 쉰다는 그의 말은 바닷가에 오래 살아온 체험에서 나온 울림이었다.

저작권자 © 여수넷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