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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의 노래 소리를 들어보신 적 있나요?

[여수카약여행2] 카약을 타고 동굴음악을 듣다

  • 입력 2015.06.03 13:45
  • 수정 2017.03.08 04:25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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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에서 위를 올려다 보니 하늘 문이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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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 남면 연도의 서쪽해안을 따라 소리도 등대까지 다녀온 카약멤버 일행의 다음날 일정은 금오도 비렁길 중 절경이 펼쳐져 있는 동쪽해변 코스다. 남면 면소재지에서 민박집 주인의 환대를 받은 일행은 비렁길 4코스가 끝나는 심포로 갔다.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바람도 없다. 카약을 타기에는 최적의 날씨다. 일행은 심포에서 카약을 타고 함구미 선착장에서 내려 차를 타고 민박집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지도를 펼쳐 거리를 재보니 17㎞다. 그러나 이는 구불구불한 비렁길 코스. 일행은 구불구불한 길을 생략하고 카약을 탄 채 해변을 따라 직선거리로 갈 계획이니 아마 12~13㎞쯤 될 것 같다.

바다를 가르며 비렁길을 따라 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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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약을 타고 커다란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맛은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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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다. 심포에서 카약을 설치 중인 전영식 감독과 김동현 교수를 두고 나와, 이효웅씨는 돌아올 때를 대비해 함구미 선착장을 향해 두 대의 차를 타고 있었다. 여천선착장에서 안도까지의 길은 자전거 하이킹 코스로 유명하다. 아름다운 산을 끼고 깨끗한 바다와 맑은 공기를 쐬며 달리는 코스다.  내 차량 옆으로 자전거 하이킹 족들이 멋진 선글라스를 쓰고 달리고 있었다. 저 멀리 남해가 보이고 뒤로는 망망대해다.

여천선착장을 지날 때였다. 멋진 등산복 차림의 부부가 차를 세웠다. "어디까지 가십니까? 혹시 함구미까지 가시면 태워주세요"라며 부탁을 했다. 흔쾌히 허락을 했다. 부인은 앞차에 남편은 내 차를 타고 함구미를 향해 달리며 금오도를 돌아본 소감에 대해 물었다. 그는 작년까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상사원으로 지내다 귀국했다고 한다. 

"우연히 직원의 추천을 받았는데 비렁길이 뜨고 있다고 해 왔습니다. 여행을 좋아해 한국의 여러 곳을 다니고 다른 나라도 다녀봤지만 아름다운 바다와 산, 절벽이 어우러진 비렁길이 좋아 1박 2일로 5코스까지 돌았습니다. 정말 좋네요. 특히 3코스 구간이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운동을 하는 아내라 지치지 않고 걷던 아내도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며 또 오고 싶다고 하네요."

맑은 날씨에 덥지도 춥지도 않은 5월은 여행하기에 최적의 날씨여서인지 비렁길 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즐기고 있었다. 바다를 가르며 비렁길을 따라 도는 3척의 카약은 원숭이가 된 듯했다. 등산객들은 사진을 찍다가 우리를 향해 환호를 하거나 손을 흔든다. 우리가 탄 카약에서 5백여 미터 떨어진 곳으로 지나가는 관광유람선에 탄 관광객들도 손을 흔들거나 사진을 찍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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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렁길을 여행하는 등산객들에게 우리 일행은 원숭이가 된 듯 구경거리가 됐다. 환호하는 그들에게 답례로 손을 흔들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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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약을 타고 금오도 일대와 안도 연도를 돌면 이같이 아름다운 바위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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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코스 중간인 직포와 학동의 중간쯤 왔다. 육지에서 바다를 향해 뾰족하게 뻗어 나와서 일까, 이름이 길바람통 전망대다. 바람이 얼마나 셌으면 '바람통'일까? 너울이 커지고 앞에 가는 카약이 파도 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한다. 비렁길을 가던 등산객이 큰소리로 외치며 "돌고래 떼 있어요. 돌고래 떼!"하며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30여 미터 앞에 시커먼 돌고래의 모습이 물 밖으로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한다. "한번 가까이 가보자"고 하니 앞에 있던 김동현 교수가 질색하며 말했다. 

"만약 저 돌고래가 우리 옆으로 와서 장난치다가 카약을 받아버리면 우린 어떻게 되죠?" "아! 그렇다!" 

혹시라도 장난을 치며 우리 배를 건드리면 카약이 물속에서 뒤집어질 것 같다. 일행은 아예 돌고래 떼를 피해 멀리 도망갔다. 가까이 온 바다 전문가 이효웅씨는 "돌고래가 아니라 상괭이에요"라며 웃는다.

파도가 만드는 교향곡, 그 음악의 황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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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에서 바라본 일몰은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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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렁길 여행을 온 젊은이들이 하늘을 향해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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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는 외해에 속하고 금오도는 내해에 속한다. 하지만 어제와는 달리 약간의 바람이 일렁이고, 먼 바다에서 밀려온 파도가 높이 솟은 절벽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파도가 배 옆을 때린다. 카약 전문가들이 측면 파도를 피해 먼 바다로 나갈 것을 권한다. 

2코스 종점인 직포 선착장에 도착해 라면을 끓여먹으며 잠시 쉬기로 했다. 2백 년이 넘은 커다란 소나무 아래에서는 등산객들이 집에서 해온 점심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참 볼썽사나운 모습이 보였다. 치마를 입은 평상복에 파라솔을 쓰고 손잡은 채 걷는 등산객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났다. 여기까지 와서 파라솔을 쓰고 등산을 할까? 

일행이 라면을 다 먹고 소나무 그늘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도 전영식씨는 그림 그리기에 여념이 없다. 독립 애니메이션 감독을 해서일까 잠시라도 짬이 나거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카약에 항상 싣고  다니는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린다. 연도와 비렁길 아래에 펼쳐지는 바다에는 수백 개의 동굴이 있었다. 기괴한 모습과 3개의 동굴이 연달아 있는 것도 있다.

동굴에 파도가 밀려오면 웅~ 소리를 내다 철썩거린다. 교향곡이 따로 없다. 음악에 소질이 없는 나는 표현할 길이 없다. 비렁길을 몇 번 다녔지만 바다에서 바라보는 비렁길과 해식동굴의 아름다움은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전영식 감독이 동굴이 부르는 노래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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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면을 먹고 난 잠시의 휴식시간. 전영식 애니메이션 감독은 틈만 나면 스케치에 열중이다. 자신의 카약에 항상 스케치북을 싣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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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식 감독의 스케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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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에 깎여 동굴이 이뤄진 곳에 가면 어떤 동굴은 성당에서 나는 찬송가 같은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어떤 동굴은 소름이 끼치기도 해요."

예정보다 일찍 함구미 선착장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여수로 온 전영식 감독과 동해시에서 온 이효웅씨는 "카약 타기에 환상적인 장소"라며 자주 오겠다고 한다. 일행이 카약을 뭍으로 올리고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폴대를 접거나, 장비를 모으는 데 한 시간 이상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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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바다 8000킬로미터를 보트로 여행한 이효웅씨. 지금은 카약에도 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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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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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틀간의 일정이 끝났다. 배와 산 위에서만 보이던 바다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바다를 두려워만 할 것인가? 세상 사람들은 바다를 장애물로 보는 경우와 다른 지역을 연결해주는 통로로 보는 경우도 있다. 걷기 시작할 때부터 섬진강가에서 헤엄을 쳤던 나는 바다가 두렵지만은 않다. 잘 이용하며 인간에게 편리한 자연으로 여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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