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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기다려 진료 받았지만 정말 고마워요!

[필리핀의료봉사 체험기 2] 뉴스보도가 준 선입견... 신중한 판단 필요해

  • 입력 2017.11.03 16:18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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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아과와 가정의학과 앞에 수많은 환자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소아과와 가정의학과 앞에 수많은 환자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오문수

 


(사)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원들의 의료봉사 활동 2일 차는 산페드로시 바얀바야난 지역이다. 봉사단원들이 진료를 시작할 학교는 바얀바야난 지역 빈민들이 다니는 '산 이시드로(San Isidro)'초등학교다.

선진국 못지않게 개발된 신도심 지역(알라방)에 위치한 호텔을 떠난 차가 30분가량 구불구불한 도로를 달려 학교에 도착하니 사방이 20여 미터쯤 되는 운동장에 사람들이 꽉 찼다. 천여 명쯤 될까? 환자가 구름처럼 몰려올 것이라던 말은 들었지만 가슴이 답답해졌다. 걱정이 앞선다. 저토록 많은 환자들을 하루에 어떻게 진료하지?

"다른 빈민 지역은 의료봉사팀이 온 적이 있지만, 이 지역은 처음이라 환자가 예상보다 훨씬 많고 의약품과 의사, 상비약도 부족하다"는 시 보건당국자의 설명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의사들이 처방전을 내려주면 봉사단원들은 처방전에 따라 약을 분배한다.
▲  의사들이 처방전을 내려주면 봉사단원들은 처방전에 따라 약을 분배한다.
ⓒ 오문수

 

 

 봉사단원들을 도운 교사들 모습. 산 이시드로 초등학교에는 유치원과 초등학생 포함 1800명이 재학 중이고 48명의 교사가 재직 중이다. 교사들은 봉사단원들의 통역을 돕기도 하고 질서유지를 담당했다.
▲  봉사단원들을 도운 교사들 모습. 산 이시드로 초등학교에는 유치원과 초등학생 포함 1800명이 재학 중이고 48명의 교사가 재직 중이다. 교사들은 봉사단원들의 통역을 돕기도 하고 질서유지를 담당했다.
ⓒ 오문수

 


봉사단원들이 10월 말을 택한 건 절기를 고려했다. 필리핀 기후는 우기(6월~10월), 건기(11월~5월)로 나뉘고 그사이인 3월부터 5월이 가장 무덥다. 수많은 환자와 의료진들을 위해 사방에서 대형선풍기가 돌아가지만 택도 없다. 의사와 약을 조제하는 봉사단원들도 연신 땀을 닦는다.  

운동장이 비좁아 허름한 방에 진료실을 차린 신경외과 심병수 원장은 제일 힘들었다. 비좁은 공간에 몰려드는 환자와 붙어있는 화장실에서 나는 악취를 참으며 연신 땀을 닦는 심병수 원장. 부인인 김소양씨가 조수 역할을 하면서 거드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의사를 돕는 통역은 필리핀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통역을 맡는다. 학생들은 영어가 통해 증상에 대해 알아듣지만, 노인들은 필리핀 현지어인 타갈로그어만 한다. 해서 모든 의사 곁에는 현지어를 영어로 통역해주는 필리핀 대학생과 한국 유학생이 동석해 통역을 맡는다.
 

 학교 옆 동네주민들이 가게 옆에 모여 놀고 있었다.
▲  학교 옆 동네주민들이 가게 옆에 모여 놀고 있었다.
ⓒ 오문수

 

 

 길거리에서 치는 필리핀 당구 모습
▲  길거리에서 치는 필리핀 당구 모습
ⓒ 오문수

 


소아과 앞에 앳된 얼굴의 엄마 모습이 보여 "몇 살이냐?"고 묻자 "18살"이란다. 아기가 아기를 낳은 셈이다. 치과의사인 정형태 원장의 진료를 기다리는 여인은 22살 미혼모인데 "남편이 없어요. 치과 진료는 태어나서 두 번째입니다. 한국의사들이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진료가 이뤄지는 학교운동장을 나와 골목길로 나가니 서너 평쯤 되어 보이는 가게 문에 "비디오 한 번 보는 데 5페소"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한국 같으면 진작 쓰레기장으로 들어갔음직 한 텔레비전에 비디오테이프를 넣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앞니가 다 빠진 아기 엄마 '로웨나'씨와 대화를 나누며 집안을 둘러보았다.
 

 비디오 한 번보는 데 5페소라고 씌어진 글 귀 모습. 100페소를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2500원쯤 한다고
▲  비디오 한 번보는 데 5페소라고 씌어진 글 귀 모습. 100페소를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2500원쯤 한다고
ⓒ 오문수

 

 

 과일과 채소를 파는 학교 옆 가게 모습. 냉장고도 없이 돼지고기를 판자에 얹어놓고 파는 모습에이 걱정이 됐다.
▲  과일과 채소를 파는 학교 옆 가게 모습. 냉장고도 없이 돼지고기를 판자에 얹어놓고 파는 모습에이 걱정이 됐다.
ⓒ 오문수

 

 

 학교 옆 도로변에사는 주민의  안방 앞 돼지 축사 모습. 송아지만한 어미돼지가 낳은 새끼 여러마리가 자라고  인근에는 닭과 오리도 키우고 있어 질병감염이 걱정됐다.
▲  학교 옆 도로변에사는 주민의 안방 앞 돼지 축사 모습. 송아지만한 어미돼지가 낳은 새끼 여러마리가 자라고 인근에는 닭과 오리도 키우고 있어 질병감염이 걱정됐다.
ⓒ 오문수

 


"아이는 3명 있지만, 돈이 없어 아직 결혼식을 못 올렸어요. 남편이 직업은 없지만, 집안에 돼지와 닭, 오리를 키우며 살아요. 가난하지만 그냥 행복해요"

로웨나씨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가니 송아지만 한 어미돼지 몇 마리와 새끼돼지들이 꿀꿀대고 오리와 닭들이 진흙탕에서 모이를 찾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다. 마당에는 개, 고양이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안방 바로 앞에 냄새나고 불결한 축사가 있으니 질병 문제는 말할 필요가 없었다.

뉴스 보도로만 판단하는 세계관 오해의 소지 있어

봉사단원 중에는 민다나오섬에 유학 중인 현형찬(고3)군이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필리핀으로 유학 온 현형찬군은 영어와 필리핀 현지어인 타갈로그어도 능통하다.

필자가 필리핀에 의료봉사 활동을 떠난다고 할 때 "그렇게 위험한 지역을 왜 가느냐?"며 말리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마약과 테러 위험이 상존한다는 것. 해서 민다나오의 다바오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 비행기를 타고 마닐라를 거쳐 일행과 합류한 현형천군에게 필리핀 방문의 위험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민다나오 섬 다바오시 고등학교에 다니는 현형찬(고3) 군 모습으로 영어와 필리핀어인 따갈로그 통역을 위해 봉사활동팀에 합류했다.
▲  민다나오 섬 다바오시 고등학교에 다니는 현형찬(고3) 군 모습으로 영어와 필리핀어인 따갈로그 통역을 위해 봉사활동팀에 합류했다.
ⓒ 오문수

 


"제가 사는 다바오시는 가톨릭계가 많이 사는 지역으로 두테르테 대통령이 시장을 지냈던 곳입니다. 민다나오섬이라고 해서 다 위험하지는 않아요. 무슬림이 사는 마라위를 제외하고는요. 이번에 반군이 진압됐기 때문에 사람이 안 살 거예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필리핀에서 총 맞아 죽을 위험보다 한국에서 미사일 맞을 위험이 더 클 것 같아요. 필리핀에서는 하지 말라는 것만 안 하면 위험하지 않아요.  즉, 마약 하지 말라. 돈자랑하지 말라"

시청으로 가던 중 우리를 안내하는 이성원 선교사에게 "주위에서 필리핀 가는 걸 한사코 말렸다"고 하자 웃으며 대답했다.

"뉴스 보도만 보면 여러분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에서 덜 위험한 나라에 오셨습니다. 한국에는 세계에서 가장 무섭다는 비행기가 날아오고 항공모함이 오잖아요. 필리핀에서는 하지 말라는 것만 안 하면 그렇게 위험하지 않아요"
 

 치과진료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카메라 앞에서 익살맞은 포즈를 취했다.
▲  치과진료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카메라 앞에서 익살맞은 포즈를 취했다.
ⓒ 오문수

 

 

 카메라를 들이대자 부끄러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다.
▲  카메라를 들이대자 부끄러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다.
ⓒ 오문수

 


길에서 한 주민이 머리가 펄펄 끓는 아이를 업고 와 의사를 만나게 달라고 애원한다. 소아과 박승원 원장의 앞에는 벌써 5시간째 기다리는 환자도 있었다. 차례를 지켜야 하지만 급한 환자라 할 수 없이 순번을 어기고 진찰을 마친 후 약을 받아간 엄마가 세 번이나 찾아와 고맙다며 인사를 하고 간다.

내가 특별히 한 일은 없는데 일주일간이나 병원을 비워놓고 무료봉사를 하는 의사들이 고맙기만 하다. 오후 5시면 종료를 하기로 했는데 아직도 환자가 남아있다. 가정의학과 박기주 원장과 박승원 원장은 밤이 늦더라도 기다린 사람들을 위해 진료를 계속하겠단다. 그들의 숭고한 봉사 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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