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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아이 잡아먹었어요?" "아, 그거요?"

[필리핀 의료봉사활동체험기 7] 해외 의료봉사활동 지속되어야

  • 입력 2017.11.11 22:07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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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봉사단은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영양식을 제공했다.
▲  의료봉사단은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영양식을 제공했다.
ⓒ 오문수

 


(사)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원들의 필리핀 4일차 의료봉사활동은 산페드로시에 있는 꾸얍에서 진행됐다. 꾸얍은 그동안 방문했던 바얀바야난과 란다얀보다 환경이 훨씬 더 열악했지만 사람들의 얼굴에서 불행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의사들이 진료 공간을 마련하자 마을 체육관에 500여명의 환자들이 모여들었다. 이어 현지인 자원봉사자들이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치료받아야 할 병명에 따라 치료받을 장소와 번호표를 분류해줬다.
 

 필리핀 자원봉사자들 모습
▲  필리핀 자원봉사자들 모습
ⓒ 오문수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꾸얍의 청년들이 무척 순진했다. 사진을 찍으려하자 부끄러워 고개를 돌렸다.
▲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꾸얍의 청년들이 무척 순진했다. 사진을 찍으려하자 부끄러워 고개를 돌렸다.
ⓒ 오문수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약을 한 보따리씩 들고 가는 환자들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가난한 이들은 약을 살 돈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때였다. 내 앞을 지나가는 자원봉사자의 등 뒤에 이상한 글씨가 보였다. 영어 그대로만 해석하자면 '아이를 잡아먹었다'라는 뜻의 "Ate Baby"다.

그녀 등 뒤에 적힌 글자 사진을 찍고 나서 그녀를 불러 세워 그녀와 대화가 오갔다. 뚱딴지같은 질문이라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태극마크가 달린 봉사단 옷을 입은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놀란 눈으로 질문에 응했다.
 

 필리핀 자원봉사단의 한 아주머니 등 뒤에 "Ate Baby"라는 글귀가 적혀 있어 깜짝놀라 "아이 잡아먹었느냐?"고 물었다. 아주머니 설명에 의하면 필리핀 현지어인 따갈로그어로 "ate는 sister의미이고 Baby는 본인 이름이란다. 맨 왼쪽 아주머니가 문제의 아주머니다.
▲  필리핀 자원봉사단의 한 아주머니 등 뒤에 "Ate Baby"라는 글귀가 적혀 있어 깜짝놀라 "아이 잡아먹었느냐?"고 물었다. 아주머니 설명에 의하면 필리핀 현지어인 따갈로그어로 "ate는 sister의미이고 Baby는 본인 이름이란다. 맨 왼쪽 아주머니가 문제의 아주머니다.
ⓒ 오문수

 

 

 필리핀 현지인 자원봉사단 일행 중 한 명인 아주머니 등 뒤에  "Ate Baby"라는 글자가 적혀 있어 사진을 촬영하고 "아이 잡아먹었느냐?"고 물었다.
▲  필리핀 현지인 자원봉사단 일행 중 한 명인 아주머니 등 뒤에 "Ate Baby"라는 글자가 적혀 있어 사진을 촬영하고 "아이 잡아먹었느냐?"고 물었다.
ⓒ 오문수

 


"당신 아이 잡아먹었어요?"
"무슨 소리입니까? 무슨 말을 하는 지 이해가 안 되는 데요"
"여기 카메라에 찍힌 당신 셔츠에 써진 글을 보면 '아이를 잡아먹었다'라고 적혀 있어요"
"예에? 에? 에?. 아하! 그거요. 호호호호"


그녀가 질문의 내용에 답하며 큰소리로 웃으며 상황을 설명하자 현지인들도 자지러지게 웃었다. 그녀가 설명을 시작했다.

"Ate은 영어로 '먹었다'라는 뜻이지만 필리핀 현지어 따갈로그어로는 'Sister'이고 제 이름이 따갈로그어로 'Baby'예요" 그래서 아이 잡아먹었냐고 물었군요. 저 아이 못 잡아 먹어요. 사랑스러운 아이를 어떻게 잡아 먹어요"

언어의 차이로 인해 생긴 해프닝이었지만 땀 흘리며 봉사하는 봉사단과 현지인들이 함께 웃었다.

한 번도 의사진료를 못 받아 본 사람들로부터 감사인사 받을 때 행복해

오후 5시가 가까워지고 진료가 마무리 될 무렵 의료봉사단을 총지휘하는 산부인과 강병석 원장이 현장으로 나왔다. 여기저기서 현지인들로부터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는 강병석 원장에게 장래계획에 대해 들었다.
 

 (사)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 초창기 멤버인 강병석원장(왼쪽)과 심병수원장 모습. 어려운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  (사)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 초창기 멤버인 강병석원장(왼쪽)과 심병수원장 모습. 어려운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 오문수

 


"2007년부터 11년째 해외의료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시작했지만 아프리카와 아시아 8개 국가를 두 번씩 방문하기도 했어요. 시행착오를 겪으며 의료봉사 방향에 대해  논의했어요. 한 곳을 지속적으로 다닐 것인가? 아니면 여러 나라를 가는 게 옳을까에 대해서요. 한곳을 계속 다니면 회원들이 지루해하기도 해요. 지금은 인연 맺은 국가의 요청에 따라 재방문 요청이 옵니다. 

초창기 멤버도 변했고 시스템도 변해 애착을 갖고 있는 사람 중심으로 갑니다. 한 번도 의사진료를 받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호의적 반응을 받았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먼 미래의 일을 장담할 수 없지만 당분간은 지속할 것입니다. 여수시에서 지원해주고 시민들도 박수를 보내줄 때 힘을 얻습니다"

의사와 봉사단은 장비와 몸만 가면 되지만 출발부터 돌아올 때까지 모든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국장의 어려움은 말할 필요가 없다. (사)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가 출범할 때부터 11년 동안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서현기 국장을 만나 그동안 가장 힘들었던 일과 일하면서 느꼈던 보람에 대해 들어보았다.
 

 (사)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의 살림을 책임지는 서현기 사무국장(오른쪽)과 총무 김미숙씨 모습
▲  (사)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의 살림을 책임지는 서현기 사무국장(오른쪽)과 총무 김미숙씨 모습
ⓒ 오문수

 


"봉사단이 한 번 출발하려면 보통 4개월 정도 준비합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방문국 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 겪는 약품인허가 조율, 의료기기 통과가 있죠. 한 가지 에피소드를 들자면 몽골 공항을 거쳐 입국할 때  약품리스트에 있던 약을 몰래 빼가버린 일이 있었어요. 그럴 경우를 대비해 개인수하물에 넣기도 합니다. 치기공 장비를 몰래 빼가버린 경우도 있어 당황한 일도 있어요.

보람이요? 내가 가진 조그만 재능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에 대해 이루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끼죠. 힐링이 됩니다.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계속하겠습니다. 초창기 멤버들의 열정이 식지 않아 지속되지만 무엇보다도 강병석 원장의 열정과 리더십이 없으면 이런 활동을 지속할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천만원이란 큰돈을 기부하고 제일병원에서 세분의 의사선생님을 보내주셨잖아요"
 

 필리핀 산페드로시 의료봉사 일정을  마친 봉사단 일행이 환자가 떠난 체육관에서 기념촬영했다.
▲  필리핀 산페드로시 의료봉사 일정을 마친 봉사단 일행이 환자가 떠난 체육관에서 기념촬영했다.
ⓒ 오문수

 


여수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심병수 신경외과원장은 병원개원 이래 한 번도 휴가를 못 가봤다. 그가 휴가로 여겨 병원을 떠나는 날은 해외의료 봉사팀과 함께 떠나는 일주일이 전부다. 병원장인 그가  병원을 비우려면 일주일간 다른 의사를 모셔오는 경비도 심원장이 부담한다.

국내에서도 어려운 이들을 위해 무료봉사하는 그의 부인이 봉사단에 합류해 남편의 조수역할을 했다. 심병수원장 부인 김소양씨를 만나 남편을 평해달라고 부탁했다.

"올해 세 번째 봉사활동에 따라왔습니다. 남편이 봉사활동하러 간다고 했을 때 반대했어요. 병원 운영하느라 너무 바쁘게 살아서 휴가도 못 갔는데 해외에 나가서까지 일해야 하느냐고요. 남편은 적극적이고 매사에 긍정적이에요. 24살 먹은 딸한테 이렇게 말합니다. 네 남자친구는  아빠 같은 사람 데리고 오면 허락해주겠다. 힘들겠지만"

어려운 가운데서도 물적 심적 에너지를 쏟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이들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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