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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 하면서 삶에 대해 배운 게 많아

[필리핀 의료봉사활동체험기 5] 산페드로시 보건국장 "의료봉사에 진심으로 감사"

  • 입력 2017.11.09 10:04
  • 수정 2017.11.11 22:12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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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오문수 기자가 (사)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원들과 함께 필리핀 의료봉사 활동을 다녀왔습니다. 6일(10.26~10.31)간 진행된 봉사 활동은 수도 마닐라로부터 약 28㎞ 떨어진 산페드로시에 속한 3개 빈민촌으로 의료시설이 열악한 곳입니다. 23명의 봉사단원과 동행한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게재합니다.  

 

 필리핀 자원봉사자들이 환자를 분류하고 번호표를 나눠주고 있다
▲  필리핀 자원봉사자들이 환자를 분류하고 번호표를 나눠주고 있다
ⓒ 오문수

 


(사)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원 23명이 필리핀 산페드로시에서 사흘째 의료봉사를 한 지역은 란다얀이다. 란다얀은 필리핀에서 가장 큰 베이(Bay) 호수 옆에 위치한 빈민촌이다.

진료센터가 마련된 스포츠시설 주변은 작은 가게와 얼기설기 얽힌 전기줄과 낡은 슬레트지붕으로 덮힌 집에 사람이 살고 있어 삶이 녹록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때문일까? 의료봉사단을 찾아온 상당수 환자가 의료혜택을 입지 못하고 있었다.
 

 필리핀에서 가장 큰 호수인 베이호수 근처 마을인 란다얀 지역의 뒷골목 모습으로 우기에는 상습침수지역이라고 한다.
▲  필리핀에서 가장 큰 호수인 베이호수 근처 마을인 란다얀 지역의 뒷골목 모습으로 우기에는 상습침수지역이라고 한다.
ⓒ 오문수

 

 

 자전거로 손님을 나르면 하루에 300페소(7천원)를 번다고 한다. 손님을 만날 때까지 진료센터 주위를 몇바퀴 돌던 이들을 만나 촬영했다
▲  자전거로 손님을 나르면 하루에 300페소(7천원)를 번다고 한다. 손님을 만날 때까지 진료센터 주위를 몇바퀴 돌던 이들을 만나 촬영했다
ⓒ 오문수

 


산부인과 강병석 원장으로부터 초음파진단을 받은 한 아주머니에게 "초음파진단을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묻자 "처음이다"고 밝힌 아주머니에게 "이유가 뭐냐?"고 묻자 "가난해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가장 환자가 많은 곳은 소아과다. 부인 김다영씨의 도움을 받으며 진료에 열심인 소아과 박승원 원장의 진료소감을 들었다.
 

 의료봉사활동 기간 동안 환자가 가장 많았던 소아과 박승원 원장과 조수역할을 했던 부인 김다영씨가 기브스를 한 아이와 기념촬영했다
▲  의료봉사활동 기간 동안 환자가 가장 많았던 소아과 박승원 원장과 조수역할을 했던 부인 김다영씨가 기브스를 한 아이와 기념촬영했다
ⓒ 오문수

 

 

 자원봉사차 봉사단과 동행했던 한국학생들은 필리핀 어린이들에게 제기차기와 연날리기를  시연하며 선물했다.
▲  자원봉사차 봉사단과 동행했던 한국학생들은 필리핀 어린이들에게 제기차기와 연날리기를 시연하며 선물했다.
ⓒ 오문수

 


"특별한 것보다는 감기환자가 80% 정도 됩니다. 감기를 잘 관리하지 못해 폐렴으로 발전한 환자도 있습니다. 열대지역이어서인지 피부병 환자가 많고요. 왜소한 것 말고는 영양상태가 부실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가족이 많아 심지어 6명의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도 있었어요. 아이를 많이 낳는 이유 중 하나는 태반을 파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의료진들 중 가장 늦게까지 진료가 이뤄지는 곳은 치과다. 거의 모든 치료가 장비를 이용하고 이를 뽑아야 하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치과진료를 맡은 정형태 원장의 소감이다

"필리핀 사람들의 치아뿌리가 한국인들보다 평균 3~4mm 정도 깊어서 힘들었어요. 그래도 올해는 이동식 치과 진료차가 있어서 훨씬 수월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둡니다."
 

 치과 진료를 맡은 정형태 원장과 민다나오 섬 고등학교(3년)에 다니는 현형찬 군 모습. 필리핀 거주 6년째인  현형찬 군은 현지어인 따갈로그어와 영어에도 능통해 조수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  치과 진료를 맡은 정형태 원장과 민다나오 섬 고등학교(3년)에 다니는 현형찬 군 모습. 필리핀 거주 6년째인 현형찬 군은 현지어인 따갈로그어와 영어에도 능통해 조수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 오문수

 


정형태 원장 옆에서 통역과 조수 역할을 한 현형찬(고3)군은 필리핀 거주 6년차로 민다나오섬 다바오시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닌다. 현군은 필리핀 현지어인 따갈로그어와 영어에도 능통해 정형태 원장의 조수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일주일간 학교를 쉬고 정형태 원장 옆에서 봉사활동 했던 현형찬군이 소감을 말했다.

"불쌍했어요. 이를 빼고 싶을 정도로 아팠는데 돈이 없어 병원에 못 갔대요. 오시는 분마다 이를 빼달라고 부탁해요. 심지어 어린애들까지 이를 빼달라고 하는데 의사 선생님이 이를 살려야 한다며 충치 치료만 해주셨어요. 필리핀에서 6년 사는 동안 대도시에서 30분만 가면 이렇게 어렵게 사는 줄 몰랐습니다. 봉사활동하면서 의료적인 느낌보다는 삶에 대해 배운 게 많아요."

한국전 참전용사의 아들과 산페드로시 보건국장으로부터 감사 인사도
 

 아버지가 한국전 참전용사였다는 퇴역군인 제이미 듀란(좌측)씨와 산페드로시 보건국장 세사르씨 모습
▲  아버지가 한국전 참전용사였다는 퇴역군인 제이미 듀란(좌측)씨와 산페드로시 보건국장 세사르씨 모습
ⓒ 오문수

 

 

 아버지(James Duran)가 한국전에 참전했다는 제이미 듀란(Jamie Duran)씨가 자신의 아이들이 한국이 지원하는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건네준 편지와 아버지가 한국전 참전군인이었다는 걸 증명하는 서류 모습
▲  아버지(James Duran)가 한국전에 참전했다는 제이미 듀란(Jamie Duran)씨가 자신의 아이들이 한국이 지원하는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건네준 편지와 아버지가 한국전 참전군인이었다는 걸 증명하는 서류 모습
ⓒ 오문수

 


귀한 환자도 만났다. 제이미 듀란(Jaime D. Duran)씨로 아버지 제임스 듀란(James Duran)씨는 한국전 참전용사로 작고했다. 6.25 동란 당시 필리핀은 유엔군의 일환으로 참전해 1400명(1950.9.19.)을 파병해 90명이 전사했고 300여 명이 부상당했다. 회원들의 필리핀 의료봉사는 이들에 대한 보은활동이기도 하다.  

필자를 찾아온 제이미 듀란씨는 민다나오섬에서 군복무를 하다 전역한 예비역 군인이다. 그가 영어로 써온 청원 내용은 자신의 아들과 딸이 대한민국이 후원하는 장학금을 받게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봉사단이 필리핀 공항에 도착했을 때 마중 나오고 의료봉사 기간 내내 일행이 불편함이 없도록 열심히 도운 산페드로시 보건국장 세사르(Cesar)씨를 만나 소감을 들어보았다.

"산페드로시에서는 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원들이 우리 시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도움을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시민들은 특히 무료로 약품을 제공해주신 점에 대해 대단히 만족해합니다. 가난한 주민들은 돈이 없어 약을 살 수 없었거든요. 우리시를 찾아 도움을 주는 의료봉사단은 별로 없어요. 산페드로 시장님을 대신해 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봉사단은 의료봉사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 영양식도 제공했다. (사)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가 봉사활동기간 산페드로시 3개 지역 2천여 명의 환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한 약품은 6천 7백만 원에 달한다.  

 의사들이 처방전을 내려주면 자원봉사자들은 처방전에 따라 약품을 조제해 환자들에게 분배해준다
▲  의사들이 처방전을 내려주면 자원봉사자들은 처방전에 따라 약품을 조제해 환자들에게 분배해준다
ⓒ 오문수

 

 

 봉사단은 환자들에게 영양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  봉사단은 환자들에게 영양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 오문수

 


봉사단이 필리핀으로 출발하기 전에 기부받은 금액은 3천 7백만 원이고 회원들이 모은 3천만 원을 보탰다. 어려운 가운데도 기부해준 분들은 다음과 같다.

여수제일병원 – 1천만 원. 부산유니크 안영구 회장 –3백만 원. 제원산업 심장섭 회장 – 1백만 원. 승진엔지니어링 정철섭 회장 – 1백만 원. 제약회사 협찬 –1천 2백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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