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렬한 환대, 피로가 싹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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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렬한 환대, 피로가 싹 가셨다
  • 오문수
  • 승인 2017.11.05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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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료봉사 체험기 3]민간 외교관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한 의료봉사단
 필리핀인들의 환대에 대한 답례로 <만남>을 합창하는 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원들
▲  필리핀인들의 환대에 대한 답례로 <만남>을 합창하는 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원들
ⓒ 오문수

 


여수지구촌사랑나눔 회원들의 의료봉사 둘째 날은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28㎞ 떨어진 산페드로시의 빈민촌 바얀바야난 지역에서 시작됐다. 신도심인 알라방에 위치한 호텔을 벗어나 바얀바야난 지역으로 들어가자 비좁은 골목길과 하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골목길에서 아이들이 뛰논다.

로데즈 시장의 배려로 봉고차 크기만한 두 대의 승합차가 일행을 실어 나르고 맨 앞에는 경찰차가 호송을 해줬다. 일행을 태운 승합차가 30분쯤 달려 도착한 곳은 산 이시드로(San Isidro) 초등학교.

 마을 곳곳의 전봇대에 이상한 게 달려있어 물으니 전기사용량을 측정하는 계량기라고 한다. 계량기 떼어가는 걸 막고 전기도난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이라고 한다.
▲  마을 곳곳의 전봇대에 이상한 게 달려있어 물으니 전기사용량을 측정하는 계량기라고 한다. 계량기 떼어가는 걸 막고 전기도난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이라고 한다.
ⓒ 오문수

 

 

 봉사단원들의 활동을 지켜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다
▲  봉사단원들의 활동을 지켜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다
ⓒ 오문수

 


진료공간이 마련된 운동장은 사방 20미터의 운동장이지만 다행히 태양과 비를 피할 천장이 있다. 천 여 명의 환자가 가득한 운동장. 의료팀은 하는 수 없어 특별실 세 개를 빌려 진료를 시작했다. 초음파를 사용해야 하는 산부인과와 치과 진료 차를 이용할 치과, 신경외과는 별도의 곳에 진료실을 차렸다.
 

세 팀마저 운동장에서 진료했더라면 아예 시장처럼 북새통이 돼 진료를 못할 뻔했다. 5시까지 모든 진료를 마치기로 했지만 5시간 이상 기다린 환자들을 뿌리칠 수 없었던 소아과와 가정의학과의 진료가 오후 7시가 되서야 끝났다.

진료를 마친 의사들의 공통된 소견은 "노인들은 고혈압과 관절염 환자가 많고 어린이들은 환절기여서인지 감기 환자가 많다"였다. 학교 정문 앞에서 한 평쯤 되어 보이는 가게를 운영하던 아주머니가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
 

 필리핀 자원봉사자들이 환자들을 분류하고 번호표를 나눠주고 있다
▲  필리핀 자원봉사자들이 환자들을 분류하고 번호표를 나눠주고 있다
ⓒ 오문수

 

 

 필리핀인들의 운송수단인 지푸니가 왼쪽에 보이고 학교에 한국의료봉사단원들이 왔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  필리핀인들의 운송수단인 지푸니가 왼쪽에 보이고 학교에 한국의료봉사단원들이 왔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 오문수

 


"한국 사람들이 필리핀까지 와서 의료봉사를 해줘 고마워요. 나도 한국에 가고 싶지만 돈이 없어 못가요. 이 가게도 세를 내서 운영해요."

의료진 옆에서 통역과 질서를 담당했던 초등학교 교사 한 분이 반갑게 악수를 청하며 감사 인사를 했다.

"여러분의 무료 의료봉사에 대해 정말로 감사해요. 앞으로도 이 의료봉사가 계속되기를 희망해요. 그리고 여러분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 빌게요."

내과 진료를 맡은 정대호 원장 곁에서 통역을 맡은 현지인은 산 이시드로 초등학교 교사이다.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학교에 나와 땀을 흘리며 통역자원봉사를 한 리젤(Liezel B. Gontinas)의 얘기다. 그녀는 필리핀어인 따갈로그어와 영어에도 능통했다.

 


"의료봉사단과 함께하게 돼 매우 감사해요. 저는 의사가 환자에게 한 말을 통역했을 뿐이에요."
 

 치과진료차 앞에서 대기 중인 환자들. 올해는 치과진료용 장비를 운반하지 않고 산페드로시에서 차용했다.
▲  치과진료차 앞에서 대기 중인 환자들. 올해는 치과진료용 장비를 운반하지 않고 산페드로시에서 차용했다.
ⓒ 오문수

 

 

 "아! 아파라!" 정형태 원장에게 처음으로 치과진료를 받는 아주머니가 아파서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  "아! 아파라!" 정형태 원장에게 처음으로 치과진료를 받는 아주머니가 아파서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 오문수

 


새벽 2시가 넘어 호텔에 도착해 쪽잠을 자고 산페드로 시장의 환영연에 참석한 후 곧바로 의료봉사에 나섰던 일행은 몹시 피곤했다. 밀려오는 환자 때문에 오후 7시가 넘어 진료를 마친 의사들은 꼭 필요한 의료장비를 제외한 짐들을 현지 대학생 봉사단에 맡기고 피곤한 몸을 차에 실었다.

필리핀의 운송수단은 지프니와 옆이나 뒤에 사람을 태울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자전거가 대부분이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은 어두컴컴하고 양쪽에 주차해둔 지프니와 자전거로 길이 막혀 전진하기 어려웠다.

더군다나 이곳은 마약을 한다는 빈민가 아닌가? 선교사 얘기에 의하면 외국인들이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되는 지역이란다. 다행히 정문 옆에 경광등을 켜고 혹시 있을 안전사고에 대비해 대기하던 무장 경찰이 막힌 도로를 열어줬다. 알고 보니 이 모든 것이 시장의 배려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피곤에 절어 호텔로 돌아오는 차속에서 꾸벅꾸벅 졸던 일행의 희망은 얼른 호텔로 돌아가 흘린 땀을 씻고 잠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상사가 어디 뜻대로만 되는가. 다음 스케줄은 시장의 저녁식사 대접이란다. 아이쿠! 그냥 씻고 자도록 놔두지!


시장 부부의 열렬한 환대에 피곤이 싹 가셔

저녁 만찬 장소에 가니 시장 부부가 우리를 기다리며 열렬한 박수를 보낸다. 현 시장의 남편인 '카타퀴즈'씨는 민주화운동을 했던 아퀴노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산페드로 시장에 임명한 사람으로 21년간 시장직을 수행했던 분이다. 후임인 로데즈씨는 전임 시장의 부인으로 필리핀 부통령과는 인척관계가 있는 명망가 출신이다.

두 분은 일행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현장을 방문해 의료진을 격려하기도 했다. 맛있는 식사가 나오고 환담이 오가는 가운데 일행 중 한 명이 "밥맛이 없어 과일을 먹고 싶다"고 하자 시장은 열대과일의 왕이라는 두리안을 푸짐하게 제공했다. 피아노 연주자가 멋진 노래를 부르자 이번에는 로데즈 시장이 마이크를 잡고 일어섰다.
 

 현 시장인 로데즈(왼쪽)씨와 전임시장 카타퀴즈씨가 여수지구촌사랑나눔봉사단을 축하해 주기 위해 노래하고 있다. 둘은  부부지간이다. 카타퀴즈씨는 민주화운동을 했던 아퀴노 대통령이 임명해 21년간이나 산페드로시를 통치했고 로데즈씨도 5년째 시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  현 시장인 로데즈(왼쪽)씨와 전임시장 카타퀴즈씨가 여수지구촌사랑나눔봉사단을 축하해 주기 위해 노래하고 있다. 둘은 부부지간이다. 카타퀴즈씨는 민주화운동을 했던 아퀴노 대통령이 임명해 21년간이나 산페드로시를 통치했고 로데즈씨도 5년째 시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 오문수

 

 

 필리핀 산페드로시 로데스시장(중앙)과 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 강병석회장이 합창하고 있다. 이날 저녁만찬은 산페드로시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는 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마련했다.
▲  필리핀 산페드로시 로데스시장(중앙)과 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 강병석회장이 합창하고 있다. 이날 저녁만찬은 산페드로시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는 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마련했다.
ⓒ 오문수

 


"여러분 피곤한 줄 잘 압니다. 하지만 이곳까지 오셔서 봉사해주는 여러분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잘하지는 못하지만 여러분을 위해 노래를 선물하겠습니다"

그녀는 중년이면 알 수 있는 유명한 팝송을 부르며 마이크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가사가 생각나지 않으면 사회자에게 물어 함께 계속해서 노래를 불렀다. 식당분위기가 무르익자 봉사단장인 강병석 원장이 일어나 시장과 함께 영화 <사랑과 영혼>의 주제가인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를 합창하자 "브라보!"라는 환호성이 터졌다.

시장의 노래에 대한 답가도 있었다. 고등학생인 김유환(고2)군은 봉사활동에 참석해 열심히 약품 분배를 담당했다. 김군이 파바로티의 '카로 미오 벤(ca ro mio ben)'을 부르자 환호성이 터졌다. 부딪히는 술잔과 환담으로 일행은 피곤함을 잊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은 환영 만찬장을 그대로 두었다가는 날이 샐 것 같다. 집행부가 내일 봉사활동을 위해 이만 줄이자고 했다. 이에 파티장을 나서는 일행의 얼굴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멋진 노래를 불러 한국과 필리핀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김유환군의 봉사소감이 여운을 남겼다.

 산페드로 시장의 노래에 대한 답례로 무대에 올라 파바로티의 노래를 열창한 김유환(고2) 군의 모습에 봉사단원과 필리핀 관계자들이 "브라보!"를 외쳤다.
▲  산페드로 시장의 노래에 대한 답례로 무대에 올라 파바로티의 노래를 열창한 김유환(고2) 군의 모습에 봉사단원과 필리핀 관계자들이 "브라보!"를 외쳤다.
ⓒ 오문수

 


"세간의 인식과 다르게 필리핀도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살아가는 생활의 장이었습니다. 비록 그들이 우리보다 가진 것은 없어도 제가 한국에서 느낄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준 여행이었어요. 봉사라는 이름 하에 찾아왔지만 떠날 때는 마음 가득히 선물을 받아가는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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